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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레볼루션(1/4)

지금 이 글은 10억 명 넘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그리고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특히 매년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헤드폰과 헤드폰을 통해 우리 귀에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이들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헤드폰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와 우리의 본능을 바꾸고 있습니다. 정치가들이 대중을 설득하는 방식도 바꾸었습니다. 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이러한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데 팔린 동안, 오디오 레볼루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정보란 무엇인가

오디오가 가진 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디오가 그 내용이 아니라 매체로써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디오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오디오는 우리 몰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클루언은 클로드 섀넌과 함께, 정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한 20세기의 거장입니다. 클로드 섀넌은 정보 이론을 만들었고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강력한 정의를 내림으로써 매클루언의 이론에 기초를 제공했습니다. 섀넌은 정보란 바로 불확실성의 해상도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봅시다.

“오늘 밤 7시 30분에 우리집에서 만나요.”

“아마 오늘 밤쯤?”

어떤 문장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까요? 당연히 첫 번째 문장입니다. 우리는 첫 번째 문장을 불확실성을 더 줄였다는 뜻에서 “고해상도”라 부를 수 있습니다.

“오늘 밤 7시 30분에 우리집에서 만나요”라는 말에는 필요한 모든 정보가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반면 “아마 오늘 밤쯤?”은 필요한 나머지 정보를 스스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저해상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번째 말은 긍정일 수도 있고, 부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이 말을 어떤 뜻으로 말했는지 알려면 그가 평소 말하는 습관을 알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도를 해석하는 청자의 능동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정보의 세계에 살고 있고, 정보를 종종 우리의 감각기관에 들어오는 그 형태 자체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보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정보는 우리가 들은 것이 아니라, 들은 것으로부터 우리가 이해한 것을 의미합니다.

 

핫 미디어, 쿨 미디어

이제 매클루언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매클루언은 먼저 서로 다른 매체들은 그 매체가 전하는 내용과 무관하게, 그 매체에 맞는 무대(stage)에서 그 내용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들을 고해상도에서 저해상도로 이어지는 하나의 긴 스펙트럼에 놓을 수 있습니다. 매클루언은 이를 핫미디어(hot media)와 쿨미디어(cool media)로 구분했습니다.

어떤 매체는 근본적으로 정보를 고해상도로 전달합니다. 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전달되는 즉시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앱니다. 이런 매체는 신문이나 액션 영화처럼, 당신 눈앞에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외치는 셈입니다. 이들은 어떤 것도 숨기지 않습니다. 이 매체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추측도 필요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당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클루언은 이런 매체를 핫미디어라 불렀습니다.

반면, 어떤 매체는 근본적으로 저해상도입니다. 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시지와 그 외 다른 감각의 정보를 조합해 청자 스스로 빈칸을 메꾸어야 합니다. 메시지의 이해를 위해 그 매체 안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을 알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화를 이용한 대화는 보통 저해상도로 이루어집니다. 이는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을 때 많은 부분을 서로 불명확한 상태로 두며, 또 이를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는 정확히 표현되지 않는, 그 빈틈 사이에서 메시지를 찾게 됩니다. 이들을 매클루언은 쿨미디어라 불렀습니다.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라는 개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이 개념을 매우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이 개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로 나는 매클루언이 이들을 소개한 “미디어의 이해”가 구시대의 책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왈츠는 명확하게 정해진 방식으로 추어야 하기 때문에 핫댄스인 반면, 트위스트는 댄서가 시시각각 즉흥적으로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쿨댄스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책이 나왔을 때는 이 설명이 적절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사람들은 그가 TV를 “쿨미디어이자 촉감 미디어”라 말한 것에도 혼란을 느낍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이 말을 하던 시대의 TV는 희뿌연 점들이 반짝이면서 소리가 같이 나는 전자제품이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당시의 TV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핫미디어인) 영화나 (이제 상당히 핫미디어가 된) 오늘날의 TV와 전혀 다른 매체였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오늘날의 주요 매체인 문자,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를 이렇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문자 메시지: 매우 차가움(Ice Cold). 문자 메시지의 핵심은,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확실성과 모호함이 바로 문자의 장점입니다. 또한 단체 톡방은 종종 참여자들이 알아서 빈틈을 메꾸어야 하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지”의 게임으로 바뀝니다. 문자 메시지에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참여자의 능동적인 관여가 필요합니다. (아이폰의 아이메시지에서 상대가 문자를 치는 동안 나타나는 “…” 기호는 아무런 내용도 없지만 상대방이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이렇게 문자 메시지가 쿨미디어임을 나타냅니다.)

트위터: 차가움(Cool). 트위터는 이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는 속보 뉴스는 충분히 핫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SNS 측면에서 본다면 트위터는 매우 쿨한 매체입니다. 우선, 트위터에서 오가는 정보는 글자 수가 제한돼 있어 진짜 정보보다 저해상도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널리 리트윗되는 트윗들과 트위터에서 인기를 끄는 조크들은, 웃음을 이끌어내는 핵심 문장(punch line)으로만 이루어진 불완전한 형태로 돼 있습니다. 곧, 이미 그 맥락을 아는 이들만 웃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가 맥락을 직접 찾아보아야 합니다. 트위터를 제대로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트위터 안에서 통용되는 문화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즉, 트위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트위터는 쿨미디어입니다.

인스타그램: 따뜻함(Warm). 인스타그램의 핵심 콘텐츠는 시각적이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인스타 자체의 문화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 필터 중심의 인스타그램은 기존의 사진처럼 완전히 핫한 미디어였지만, SNS로 바뀌면서 어느 정도 온도가 낮아졌습니다. 지금은 무엇을 포스팅할 것인지와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을 것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좋아요를 받을 것인지, 또 공개 포스팅으로 올릴 것인지와 친구 공개로 올릴 것인지 등이 서로 복잡한 관계로 얽혀 인스타그램만의 문화가 생겼습니다. 즉, 어느 정도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나 문자보다는 인스타그램의 정보가 훨씬 더 완전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뜨거움(Hot). 자기들끼리만 즐기는 농담이 끝없이 올라오는 트위터나, 그보다는 뜨겁지만 여전히 차가운 요소를 가진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페이스북은 신문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무언가를 감추지 않고, 각자의 다양한 주장을 외칩니다. 이 점을 인정하세요! 여기에 분노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축하해 주세요! 페이스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별로 없으며, 페이스북에 익숙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정보는 당신이 바로 습득할 수 있게 눈앞에 잘 정돈된 채 펼쳐집니다. 페이스북은 대학생들이 서로의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용도였던 초기에는 차가웠을지 모르지만, 이후로 계속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매우 뜨거움(Scorching hot). 유튜브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겠습니다.

(Alex D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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