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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과의 결혼은 위험할까(1/2)

1972년작 서바이벌 게임(Deliverance)은 조지아 주 내륙으로 카누 여행을 떠난 이들이 산악지대 주민들과 충돌하면서 생긴 일을 다룬 영화이다. 일행 중 한 명은 현지인 아이 한 명과 친해지게 되는데, 그 아이는 근친 때문에 지적으로 열등하게 태어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반조라는 악기를 매우 잘 다루었고 그렇게 두 사람이 악기를 같이 연주한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후 이 아이는 일행을 매우 잔인하게 대하게 된다.

궁극의 금기

아프리칸 아메리칸, 라티노, 무슬림, LGBTQ 등의 집단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 정체성 정치의 시대에도 여전히 애팔래치아 산맥에 사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대중문화가 그런 조심성을 발휘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의 근친상간 문화가 그들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도 되는 이유라고 여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근친상간은 오이디푸스나 마리 앙뜨와네뜨, 앤 불린 등의 역사 속 인물이 보여주듯 특정한 인물에 낙인을 찍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였다. 친족간의 결혼은 문명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것 또한 흔한 주제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의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수백년 동안 지속되던 부엔디아 가문은 사촌 간의 결혼으로 돼지 꼬리를 단 아기가 태어나게 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마콘도 마을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근친상간 금기는 거의 모든 인간의 문명에 존재한다. 그러나 어디 까지를 근친으로 볼지는 문명에 따라 다르다. 형제자매 간에, 그리고 부모, 조부모와의 관계는 모든 문명에서 금지되지만, 사촌, 삼촌 등과의 관계에 대한 금지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근친상간 금기의 이유에도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유명한 다음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차이를 보였다.

“줄리아와 마크는 대학생 남매이다. 그들은 방학을 맞아 프랑스를 여행중이다. 해변가의 숙소에 묵게된 어느날, 그들은 성관계를 한 번 가져보면 즐거울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적어도 이는 그 둘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줄리는 피임약을 먹고 있으며 마크 또한 콘돔을 사용할 것이다. 성관계는 즐거웠지만, 그들은 다시 이를 시도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날 밤은 두 사람에게 특별한 비밀로 남을 것이며, 두 사람은 그 일로 더 친해졌다. 이 일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들은 성관계를 맺어도 될까?”

하이트는 이 가상의 이야기에서 그들에게는 어떠한 생물학적 문제도 없으며, 사회적, 혹은 심리적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들은 다수 사람들은 그들의 성관계에 반대했다. 하이트가 그들에게 이유를 묻자, 사람들은 분명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는 “역겹다”고 말했을 뿐이다.

내가 아는 한, 하이트의 이 실험은 다른 문화권이나 다른 조건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행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추정을 해볼 수 있다. 하나는 하이트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같은 반응을 얻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는 하이트가 제시한 여러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매간의 관계에 대한 금기는 모든 문화에서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만약 하이트가 마크와 줄리를 남매가 아닌 사촌으로 둘 경우, 대부분의 미국인은 여전히 반대하겠지만, 다른 지역, 대표적으로 무슬림 세계나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에서 사촌간의 결혼은 근친 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늘날 이루어지는 결혼의 10%는 사촌 혹은 육촌간의 결혼이다. 인도에서 이 비율은 40%에 달하며, 파키스탄에서는 50%에 달한다. 또한 사촌간의 결혼은 사돈 간의 문화적 충돌을 막고 신혼부부가 쉽게 서로에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며, 혼수의 부담을 낮추어준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사촌간의 결혼이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은 전세계에 몇 안되는 (중국이나 북한처럼 비민주적인 국가와 함께) 사촌간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한(24개 주에서) 국가이다. 따라서 정말로 사촌간의 결혼이 위험한 일인지, 그리고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진화는 근친간 짝짓기는 선호하지 않지만 혈족간의 짝짓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한 때 인류학은 생물학과는 무관한 학문이었다. 인간에게 본성은 없으며 유전자가 아니라 사회가 개인을 형성하며 나머지는 빈 서판이라는 주장이 우세했다. 이런 관점에서 인류학자들은 비록 근친상간이 모든 문화권에서 금기로 존재함에도, 그 이유가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9세기 E.B. 타일러는 근친상간이 금지되는 이유가 사회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인간 집단은 언제나 다른 집단과 동맹 관계를 맺으려 하기 때문에 구성원을 외부인과 짝짓게 함으로써 이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타일러는 이를 “나가서 결혼하거나 아니면 나가서 죽어야(marry out or die out)”한다고 표현했다.

20세기, 클로드 레비 스트라우스는 집단 간에 이루어지는 교환에 관심을 가졌고,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가 집단이 여성을 교환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동맹관계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곧, 이들은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를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보았고, 생물학적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간은 본래 근친간에 관계를 맺었지만 문명의 등장과 함께 외부 집단과의 짝짓기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심지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근친간의 관계를 원하며, 문명이 여전히 우리 속에 존재하는 오이디푸스적 욕망을 억압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들었던, 그러나 오랫동안 무시되어온 한 학자가 있다. 에드워드 웨스터마크는 인간은 가까운 친족에 대해 성적 욕망을 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적으로 더 끌리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웨스터마크는 비록 생물학적으로 유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친관계에는 어떤 위험이 있으며 따라서 진화는 우리로 하여금 어릴 때 같이 자란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웨스터마크의 생각이 옳았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같이 자라난 아이들 끼리는 서로 결혼하지 않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성관계를 잘 가지지 않는다. 대만에는 후에 시집을 올 여자아이를 어릴 때 데려와 기르는 관습이 있지만, 통계적으로 그들이 가지는 아이의 수는 그렇지 않은 쌍에 비해 크게 적으며 이혼율은 반대로 매우 높다.

오늘날 웨스터마크 효과라 불리는 이 현상은 진화론의 예상과 일치한다. 근친관계는 치명적인 열성 유전자가 발현될 확률을 높인다. 대부분의 치명적인 유전자는 열성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인류의 유전자 풀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이는 그 유전자가 발현하기 위해서는 부모 양측이 모두 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곧, 근친관계는 유전자 풀 내의 치명적인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을 수 있는 유전자 다양성을 낮추는 셈이다. 근친관계를 일삼는 종은 유전자 풀이 가진 다양성이 떨어져 멸종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따라서 진화는 생명체가 근친관계를 피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이는 근친을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경우, 어린 시절에 익숙하게 관찰되는 인물을 성적으로 피하게 만드는 각인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근친이 강력한 금기인 이유가 사회적인 압력이라 생각하던 인류학자들은 다른 동물들은 흔히 가까운 친족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영장류가 가까운 친족과 성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며, 따라서 웨스터마크 효과가 그들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자연 선택은 근친 관계를 피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적당히 먼 친족, 곧 혈족(consanguinity)과의 관계에도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혈족간의 관계 또한 치명적 유전자의 발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우리는 혈족간의 관계가 다른 유전적 잇점을 주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부모가 유사한 특질을 가지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예를 들어, Rh- 여성이 Rh+ 남성을 만날 경우 아이는 Rh+ 가 되며 그 아이를 유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그 여성이 사촌을 만난다면, 그 사촌은 또한 Rh- 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위와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저명한 유전학자 패트릭 베이트슨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예를 들었다.

“치아의 크기와 배열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턱의 크기와 모양 또한 그렇다. 만약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이 치아의 크기와 턱의 크기가 충돌하게 된다. 작은 턱과 치아를 가진 여성이 커다란 턱과 치아를 가진 남성과 결혼했을때, 자손 중에 작은 턱과 큰 치아를 가진 아이는 불편을 겪을 것이다. 치과의사가 없는 세상이라면, 극단적인 부정교합은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예는 인체가 가진 복잡성에 의해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 끼리의 결혼이 어떤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인류학자 로빈 폭스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즉 자연은 균형을 요구하는 셈이다. 생명체는 다양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짝을 찾아야 하지만, 유전적인 장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다른 짝이어서는 안된다. 인간의 경우, 형제 자매는 금기지만 사촌간은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 선택이 혈족간의 결혼을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진화생물학자 W.D. 해밀턴은 이타성의 크기를 유전적 근친도로 표현했다. 몇몇 학자들은 이 이론을 확장해 어떤 동물이 자신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짝을 찾는다면, 이들의 자식 사랑과 이타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이는 진화적으로 큰 잇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 또한 여기에 포함되며, 이는 우리가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람을 선호하도록 진화했을 수 있음을 말한다.

(스켑틱, Gabriel And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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