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미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이 나뉩니다.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쪽은 기술이 일시적인 혼란을 가져오겠지만 결국은 경제 발전과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온다고 예측합니다. 콤바인이 발명된 후 농촌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퍼스널 컴퓨터가 나온 후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이 사라졌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는 겁니다.
비관주의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새로운 기술은 대량 실업사태를 낳지 않더라도 “디지털 격차(digital devide)”를 불러와, 기술을 가진 소수가 나머지 위에 군림하는 “하이테크 다운튼 애비”가 될 거라고 주장하죠.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일론 머스크나 팀 쿡과 같은 부류에게 피자를 배달하고 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예측입니다.
맥킨지 컨설팅에서 발간한 새 보고서는 낙관주의자들의 의견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10년 간 자동화의 영향은 남녀에게 대략 비슷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030년까지 남성의 21%, 여성의 20%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겁니다. 선진국에서 일자리를 잃는 남성은 주로 기계 작동 관련직, 여성은 비서나 서비스 직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예측입니다. 반드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납니다. 여성들은 계속해서 성장할 의료 계통에서, 남성들은 전문직, 과학 및 기술 관련 분야에서 늘어난 일자리에 종사하게 된다는 예측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가 모두 넉넉한 보수를 지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좌파들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최근의 일자리 증가는 저임금 직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죠. (고임금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기는 합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기술의 발전으로 고용주가 구직자를 찾는 일, 또 그 반대가 쉬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증가하는 저임금 일자리 중 얼마만큼이 이른바 “긱 경제(gig economy, 필요에 따라 기업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의 산물일까요? 지금까지는 그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 고용 시장에서는 1% 정도가 이에 해당하죠. 하지만 “유령 노동(Ghost Work)”이라는 책을 낸 저자 메리 그레이와 싯다르트 수리는 이른바 “온 디맨드 일자리”가 2055년이 되면 전세계 고용의 60%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임시직 중계 업체를 통해 일하거나, 단기 계약을 통해, 또는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받아서 하는 일이 “온 디맨드 일자리”에 해당합니다.
이런 미래도를 보면 과거가 떠오릅니다. 공장이나 사무실이 생겨나기 전, 사람들은 실 잣기와 옷감 짜기와 같은 특정 업무를 하기 위해 고용되었고, 일한 양에 따라 보수를 받았습니다. 고용주가 값 싸게 인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고용 형태의 장점입니다. 급여 외의 수당이나 혜택,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지 않으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죠. 나아가 “온 디맨드 일자리”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인도의 경우,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법적 보호를 거의 받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디지털 다운튼 애비인 셈이죠.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고용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신흥국의 노동자들은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가정의 다른 수입을 보조하는 정도의 보수를 위해 일할 사람들이죠. 미래의 일부 구직 플랫폼에서 구직자들은 글자와 번호로만 표기될 것이고, 이는 나이와 종교, 성별 등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을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화 할 방법도 과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고용주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온라인 포럼을 활용하고 있죠. 이런 포럼들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었던 중세시대의 길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레이와 수리의 예측입니다. 이런 길드를 통해 자신의 노동 기록을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겠죠. 현재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작업 기록을 옮기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매번 바닥에서부터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죠.
책임을 다하는 고용주는 길드 소속의 노동자만 쓰겠다고 약속하거나, 보수의 즉각 지급과 같은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 지킬 것입니다. 이를 통해 믿을 수 있고 솜씨 좋은 노동자를 구할 수 있겠죠. 이런 구조 속에서 만국의 노동자가 단합한다면,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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