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두 연인이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말하자, 상대는 그 영화를 이미 봤다고 말하고, 이제 그 영화는 자동적으로 후보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이미 본 영화 – 혹은 읽은 책, 해본 놀이, 가본 곳 – 을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님을 말해주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습니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행동과학 교수인 에드 오브라이언은 무언가를 반복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오브라이언과 그의 연구팀은 먼저 시카고 과학 산업 박물관을 찾아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오는 이들에게 박물관이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그리고 한 번 더 박물관을 구경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지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두 번째 방문을 첫 번째보다는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이들은 실제로 일부 관람객에게 박물관을 한 번 더 구경할 것을 요청하고 두 번째 관람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박물관을 한 번 더 본 이들은 두 번째 구경을 거의 첫 번째 구경 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박물관은 익숙한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오브라이언은 사람들이 어쩌면 첫 번째는 전시물에 압도되었다가 두 번째 방문 때 비로소 이를 즐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혹은 두 번째 방문 때는 첫 방문 때 모르고 지나쳤던 작품을 발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지요. 오브라이언은 다음 실험에서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참신한 것이 없을 것이라 쉽게 단정 짓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오브라이언의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재미있어할 새로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보게 했습니다. 다음날, 연구진은 그들 중 일부에게 같은 영화를 다시 보게 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지 않은 이들은, 만약 자신이 그 영화를 다시 본다면 7점 만점의 평가에서 3.5 점 정도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이는 그들이 첫날 영화를 보고 난 후 이야기한 5.3 점 보다 확실히 낮은 점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음날 영화를 다시 본 일부는 다시 본 영화가 평균 4.5 점의 즐거움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점수는 오브라이언의 연구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한 번 본 영화를 24시간 뒤 다시 볼 경우 분명 첫 번째 보다 즐거움은 줄어듭니다. 이는 상식적인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와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새로운 책이나 영화, 새로운 장소와 같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종종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행동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언가에 익숙해질수록 이를 덜 재미있게 느낍니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새로운 것이 특별히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전 것이 지루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루함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곧, 해본 일을 한 번 더 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겁니다.” 오브라이언은 그런 사람들이 시간을 더 쓰지 않으면서도 (예전에 해본 일을 하면서) 거의 비슷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근처에서 가장 맛있는 타코 식당’을 찾느라 한 시간 동안 구글 검색을 하기보다는 어제 갔던 훌륭한 타코 식당에 가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거죠.”
오브라이언은 이번 연구로 자신 또한 습관을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잠깐 휴식을 갖는 것이 목표일 경우 새로운 놀거리를 찾기 위해 그 짧은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내가 이미 즐겼던 방법을 바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교훈은 경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논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물감이 마르는 것을 지켜본다고 색깔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일은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곧, 경험의 복잡도가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이나 미술관처럼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 한 번에 다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은 이를 반복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커다란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면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복선을 숨겨놓았는지를 즐겁게 찾을 수 있을겁니다.)
사실 이런 습관을 이미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영화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고, 같은 책을 계속 읽으며, 같은 노래를 끝도 없이 부릅니다.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처럼 복잡한 정보를 가진 환경을 계속 탐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혹은, 새로운 것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미 익숙한 것이라도 여전히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단지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해 즐기는 것이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인다는 사실만 아직 깨치지 못한 것일 수 있지요.
겨울왕국을 50번째 보면서 여전히 처음 볼 때 만큼, 아니 처음 볼 때보다 더 재미있게 보는 아이들은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아는 셈이지요.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환경에서 새로운 것의 유혹을 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영화나 책, TV 쇼 등이 우리가 소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목록을 제공해주며, SNS는 내가 아직 읽거나 보지 못한 작품에 감동한 친구들을 계속 보여줍니다. 이런 숨막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단 한 번 만 해보는 습관(one-and-done mentality)은 새로운 대상으로 쉽게 넘어가는 자신을 정당화하며, 이를 오브라이언은 논문에서 “인지적 부담을 덜기 위한 적응”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런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행동의 이유 중에는 지나간 것을 과소평가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애틀랜틱, Joe Pins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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