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던져 앞 면이 네 번 연달아 나오면 사람들은 흔히 다섯 번째에는 뒷 면이 나올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도박사의 오류라 불립니다. 실제로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에는 검정색이 연달아 나올수록 붉은 색 위에 쌓이는 돈이 많아집니다. 검정색과 붉은색이 나올 확률은 계속 같은데 말이지요.
이는 인간이 가진 오류를 보여주는 잘 알려진 예입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인간의 판단력에 어떤 편향과 오류가 있는지를 보이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합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은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인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즉, 도박사의 오류가 존재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판단 및 결정의 문제에서 합리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다니엘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훌륭한 연구는 인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보다 테러를 당할까 더 걱정하는 것과 같은 비합리적 사고를 잘 설명했습니다.
이런 인간의 사고를 오류라 부르는 이유는 우리가 논리와 확률에 기반한 판단 만이 합리적인 판단이라 부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뇌의 경우 다른 모든 물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계산합리성(Computational rationality)
인간이 논리적 수학적 기준을 만족할 정도의 합리성은 가지지 못하지만, 인간이 가진 합리적 사고 능력은 매우 중요한 인지적 능력입니다. 심리학자 기거렌처는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휴리스틱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쓸만하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개념을 적용한 계산합리성 연구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이 이론은 제한된 자원을 가진 시스템이 어떻게 나름대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곧 “어떠한 제한 조건도 없을 때 내릴 수 있는 최적의 결론은 무엇인가?” 대신 “내가 가진 도구를 통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은 무엇인가?”로 질문이 바뀐 것입니다. 인간에게 도구의 한계란 바로 기억, 집중력, 감각기관의 한계 등일 겁니다.
이 계산합리성 이론은 인간이 가진 편향과 오류에 대해 우아하고 놀라운 설명을 제시합니다. 이 분야의 초기 한 연구는,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오직 유한한 횟수의 과거만을 기억하는 시스템의 경우 동전 던지기 게임에서 어떤 전략이 최적의 전략이 되는지를 보았습니다. 이러한 제한 조건 하에서는 놀랍게도 수학적으로는 동일한 확률을 가진 결과라 하더라도 다른 확률로 관찰되는 경우가 존재했습니다.
곧, 우리가 덜 임의적(random)이라 생각하는 순서가 실제로도 덜 관찰되었습니다. 간단한 예로, 오직 최근 네 번만 기억하는 어떤 시스템이 스무 번의 연속된 동전 던지기를 관찰했을 경우, 이 시스템은 “HHHT” 곧, 세 번의 앞 면 이후 한 번의 뒷 면이 나온 경우를 “HHHH”, 곧 네 번의 앞 면이 나온 경우보다 더 많이 관찰하게 됩니다. 따라서, 관찰자는 세 번의 앞 면 이후에 뒷 면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여러 연구들이 인간이 자신이 가진 인지적 한계를 고려할 때 최적의 답을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최근, 인간이 가진 비합리성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비일관적 선호(inconsistent preferences)”가 사실 선택사항의 가치가 불확실 할때에는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비일관적 선호란 선택지 중 나쁜 선택지들이 추가될 때,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결정이 바뀌는 것을 말하며 전통적 경제학 이론에서는 이것이 인간의 비합리성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선택지의 가치가 불확실할 때에는 최선의 선택지와 무관한 선택지가 추가될 때에도 이 새로운 선택지가 다른 선택지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비행기 사고와 같은 드문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용성 편향 또한 특정한 조건에서는 매우 유용한 판단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판단을 내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최악의 결과를 일단 피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
인간이 가진 다양한 편향에 대한 지식들이 축적되면서 우리는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계산합리성 이론은 이러한 편향이 어떤 오류가 아니라 뇌가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인간의 시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착시현상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합니다. 아래 그림의 A 와 B 는 다른 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색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당신이 주변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당신의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계산합리성은 인간이 가진 오류가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인간의 판단력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또한 우리가 가진 한계에 대한 여러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어, 최근 자폐증을 가진 이들은 특정한 오류를 오히려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과학자들은 자폐증의 한 특징인 뇌신경망의 특정한 전기적 잡음이 그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더 정교한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랜덤한 수열을 그룹마다 다른 길이로 잘라 관찰하게 하였고, 그 결과 더 긴 조각을 보게 한 그룹이 랜덤한 수열을 더 잘 판단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가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야기할 경우, 당신은 그 비합리성은 어디까지나 무제한적인 자원이 있을때와의 비교라 말하면 됩니다. 인간이 가진 한계 안에서는, 인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컨버세이션, George Farmer, Paul War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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