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가 된 “바보상자의 역습(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을 포함해 11권의 책을 낸 인기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지금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의 새 책 “멀리 내다보기: 인간은 어떻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가(Farsighted: How We Make the Decisions That Matter the Most)”는 그가 어디에서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내리는 결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게 되는가를 다루었습니다.
Q: 합리적 결정에 대해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이 책을 쓰는데는 나의 다른 어떤 책 보다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이 장기간의 의사 결정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연결이 되기도 하지요. 처음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8년 전이었습니다. 당시에도 결정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블링크(Blink)”와 같은 순간적인, 짧고 본능적인 판단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나는 그 책들을 즐겁게 읽었지만, 동시에 내 삶을 결정짓는 것은 이런 순간적인 판단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숙고 끝에 내리는 결정인데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순간적인 판단에만 주목한다는 점이 의아했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각각의 장점과 단덤을 목록으로 정리한 찰스 다윈의 노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윈의 방법은 사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곧, 이런 식의 방법은 지난 170년 동안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당시 나는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나는 인간이 복잡한 결정을 어떻게 내리게 되는지에 관해 한 번 써보고 싶어 졌습니다.
Q: 개인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판단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나요? 그 두 가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 그 두 가지 종류의 판단을 내리게 되는 과정에는 충분한 유사점이 있고, 그래서 책에는 두 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의 경우, 예를 들어 결혼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는 사실 답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책은 100% 옳은 정답을 내리는 법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시간을 충분히 들여 내가 제안하는 방식을 따라간다면 더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겁니다.
Q: 하지만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로 가보는 ‘대조군’이 없는 상황에서, 긴 시간을 들여 곰곰히 생각한 결과가 더 나은 결과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 그 질문은 몇 가지 다른 방식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실제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결정이 이루어지는지를 연구한 과학적 결과들을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의 배심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 연구들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고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른 결론을 내리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는, 우리가 개인적인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내 책에서 소설 미들마치에 대해 아주 많은 분량을 할애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가상의 삶을 연습합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만들어 주지요.
Q: 사람들이 정말 자신을 그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로 생각하는 그런 방식으로 소설을 읽는지 잘 확신할 수 없군요.
A: 시뮬레이션의 또다른 흥미로운 특징은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fMRI 와 PET 를 이용해 사람들이 곱하기나 얼굴 기억과 같은 특정 작업을 할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조군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는데, 놀라운 점은 이들의 뇌에도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사람들이 몽상에 빠질 때 활성화 되는 부분으로 ‘디폴트 네트웍’이라 불립니다. 이 모드에서 사람들은 최근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날을 예측합니다. 다음 주에 월급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하면 어떻게 될까? 저 사람이랑 헤어지면 나는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이런 일들은 말 그대로 뇌에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우리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뇌는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을 읽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Q: 책에는 오사마 빈 라덴 작전에서 있었던 긴 시간의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도 나옵니다.
A: 우선 체계적 의사 결정 과정은 마치 정부에서 어떤 일이 결정되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때 이를 칭찬하지만, 사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그 결정이 나오게된 과정입니다.
그들은 의사 결정 과정을 “발산(divergent)”과 “수렴(convergent)” 두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발산 단계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으로 자신들의 가정이 틀렸을 경우를 생각하고, 또 확증편향이나 과도한 확신이 있지 않은지를 검증했습니다. 또한,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사고를 상상하고 그 이유를 미리 찾는 “사전부검(premortem)” 과정을 수행했습니다.
한편 그들은 파키스탄 정부에게 알리지 않고 파키스탄 영공을 헬리콥터로 지나갈 경우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미군에 대한 군수품 지원 경로를 차단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문에 공습을 시작하기 전, 새로운 지원 경로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바로 이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의 사고가 가능한 지도자를 찾아야 합니다.
Q: 당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양성이 어떻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만들어주나요?
A: 우리는 다양성이 사회적 포용이나 기회의 평등을 위해 혹은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없었던 집단에게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의회가 더 나은 결론을 내린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더 다양한 이들이 모인 집단은 비슷한 이들이 모인 집단에 비해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냅니다. 즉, 의회에 더 많은 여성이 있을 경우 의회의 집단적 사고 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Q: 오늘날 기술의 발전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참을성을 점점 약하게 만드는 반면, 다른 면에서는 더 먼 미래를 예측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두 가지 흐름 사이에 어떤 충돌이 있을까요?
A: 그렇죠. 하지만 그 문제는 해결가능합니다. 우리가 슈퍼에서 어떤 친환경적인 제품을 살지 고민할 때, 이 판단은 순식간에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50년 뒤의 기후변화를 생각하는 마음에 영향을 받습니다. 50년 전에는 어떤 이들도 물건을 살 때 그런 고려를 하지 않았죠. 내가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 방식을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당신은 정말 사람들이 한계 효용(marginal utility),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총체적 분석(full-spectrum analysis) 같은 복잡한 개념을 이용해 개인적인 문제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A: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이야기를 통한 의사결정을 이야기합니다. 몽상이나 공상, 미들마치 소설에 대한 부분이 그렇지요. 당신이 정말로 중요한 인생의 문제에 부딪힌다면, 엑셀을 이용헤 각 선택의 한계효용을 계산하기 보다는 각각의 미래가 닥쳐왔을 때 당신은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될 겁니다. 창조성이 발휘되는 순간이지요.
(가디언, Andrew Ant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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