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언론은 일제히 다이어트 탄산음료의 위험을 알리는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다이어트 탄산음료는 치매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매일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먹는 습관과 치매의 관계”
“다이어트 탄산음료는 정말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끊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발견되다”
“다이어트 탄산음료, 치매 가능성을 세 배로 높이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정론지들 조차도 이런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고 다이어트 탄산음료가 치매를 유발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 기사를 보고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끊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사 제목은 사람들이 기사를 읽도록 하기 위해 다소 선정적으로 쓰여질 수 있습니다. 곧, 기사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항상 그 내용과 제목이 일치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게다가 기사 내용 역시 연구 결과 중 일부만을 골라 연구자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위의 기사들은 모두 한 편의 연구를 바탕으로 쓰여진 기사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논문을 직접 읽어 보았습니다.
논문의 내용
이 연구는 훌륭한 저널인 스트로크(Stroke)에 실렸습니다. 매튜 페이즈와 그의 동료들은 프래밍험 지역의 심장병 연구를 위해 2,888 명을 10년 동안 추적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 논문을 썼습니다. 이들 중 45세 이상의 97 명이 뇌졸중(stroke)에 걸렸고 이중 82명이 허헐성(ischemic) 뇌졸중이었습니다. 60세 이상의 이들 중 81명이 치매에 걸렸고, 63명은 알츠하이머에 걸렸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의 인공감미료가 추가된 탄산음료 섭취량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탄산음료를 하루 하나 이상 마신 사람들은 허혈성 뇌졸중, 치매,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세 배 가까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썼습니다.
– 소수인종이 포함되지 않았음 (따라서 이번 결과가 소수인종에게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
–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만을 보였을 뿐, 인과관계를 보인 것은 아님
– 식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는 정확하지 않음
– 교란요인(confounding factor)이 있을 수 있음
– 다중비교(multiple comparison)를 위한 조정이 없었고, 따라서 우연에 의한 결과가 있을 수 있음
– “이번 연구 결과의 재연을 확인하고 이같은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씀
주저자인 페이즈는 이번 연구를 이유로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끊는 것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메드스케이프와의 인터뷰에서도 역인과관계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다이어트 탄산음료가 뇌졸중과 치매를 일으키는 것인지,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다어이트 탄산음료를 선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사는 이러한 연구의 한계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논문을 읽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기자들은 종종 다른 언론의 기사를 참고로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스켑닥의 원칙을 적용하자
여기에 스켑닥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어떤 주장을 받아들이기 전에, 그 주장에 반대하는 이의 주장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간단한 구글 검색만으로도 이번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이 무케르지는 포춘 지에 “그 연구에 놀라지 마라(Stop Freaking Out About That Study)”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작은 연관성을 발견한 것일 뿐이며, 표본의 수가 충분하지 않고, 소수인종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다른 중요한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라고 썼습니다. 물론 이는 제목으로 쓰기에는 너무 긴 말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어려운 내용입니다.
내과의사인 아론 캐롤은 자신이 운영하는 “우연히 경제학자(Incidental Economist)” 블로그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번 연구는 다이어트 탄산음료가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그는 이번 연구의 몇 가지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 소수인종이 포함되지 않았다.
– 이번 결과는 인구구조, 식습관, 육체적 활동, 흡연에 적합하계 계획된 한 가지 모델(모델 2)에서의 결과로 보다 다양한 교란요인에 적합한 모델 3을 적용해 보았으나 결과가 확실하지 않아 모델 2만 사용하였다.
– 서로 다른 분자 구조를 가진 다양한 인공감미료가 있으며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 다중비교는 이번 결과가 우연히 나타났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 식습관을 스스로 말하게 할 경우 기억 편향이 생길 수 있다.
– 이러한 관찰 연구는 상관관계만을 알 수 있을 뿐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
– 이번 연구는 상대적 위험이 세 배 라는 사실만을 밝혔을 뿐 절대적 위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실제로 뇌졸중이나 치매에 걸린 이의 수는 매우 적었다.)
– 어떤 상관관계가 실제로 있다 하더라도,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끊는 식으로 습관을 바꿀 경우 뇌졸중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다.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린 기사 역시 이번 연구가 서로 다른 인공감미료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마셨는지만을 보았을 뿐 아니라, 커피나 다른 음식에 들어있는 인공감미료의 양 또한 고려하지 않았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선행 연구들과도 다릅니다. 간호사 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는 하루 1회 이상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 뇌졸중의 확률이 아주 조금 (1.16배) 올라감을 보였습니다. 일반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도 이정도로 확률은 올라갑니다. 북부맨하탄 연구에서는 탄산음료를 매일 마셨을 때 뇌졸중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혈관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1.43배 올라갔으며, 일반 탄산음료와 다이어트 탄산음료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치매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공감미료는 정말 다이어트에 방해가 될까?
인공감미료는 설탕을 대체하기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설탕 소비는 질병과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개리 토브는 조금 과장해서, 설탕은 비만과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이라 말합니다. 설탕이 그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은 의학적인 권장사항입니다. 설탕은 다른 영양소 없이 열량만을 공급하며, 이는 흔히 “텅 빈 열량”이라 불립니다. 즉, 설탕을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것은 열량 섭취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며, 그 결과 체중 감소와 다른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게 됩니다.
문제는 최근, 이러한 비열량 감미료의 섭취가 체중 증가를 일으킨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연구들 또한 상관관계를 본 연구들이며 인과관계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 결과들을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실 A 와 B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A 가 B 를 유발하거나, B 가 A 를 유발하거나, 아니면 어떤 또다른 요인이 A 와 B 를 모두 유발하는 것입니다. 곧, 인공감미료가 체중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체중이 늘어난 사람들이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더 찾는 것일 수 있습니다. 체중의 감소는 매우 복잡한 현상으로 여기에는 수많은 요인이 개입됩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먹는 대신 자신에게 치즈케익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보상 심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 노벨라는 과학기반의학에 이 주제로 기고하며 다음과 같은 연구들을 소개했습니다.
1. 고열량 설탕 음료 대신 저열량 음료를 마시는 것은 분명한 건강상 이득이 있다.
2. 인공감미료가 뇌를 속여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 부작용에 대한 기사는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인터넷에는 인공감미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경고들이 가득합니다. 사카린은 실험용 쥐에 방광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고, FDA 는 사카린을 금지하려 했지만 후속 연구 결과 사카린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카린은 수컷 쥐에게만 문제가 있었고, 인간에게는 무해했습니다.
책 “달콤한 독(sweet poison)”을 비롯해 많은 이들은 아스파탐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라 주장합니다. 두통, 발작, 알츠하이머, 암, 당뇨, 다발성 경화증, 불임, 이명, 기억 장애 등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 백 건의 연구 결과, 그러한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스파탐은 어떤 첨가제보다도 더 깊이 연구되었고, 유전 질환인 페닐케톤뇨증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인체에 안전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다이어트 탄산음료와 치매, 뇌졸중의 상관관계를 보았을 뿐입니다. 연구의 주저자 조차도 이번 연구가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피해야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결과는 아직 다른 연구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으며, 인과관계를 본 것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끊는다 하더라도 뇌졸중과 치매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으며,
2.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기존 탄산음료로 바꿀 때 건강이 나빠질 것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다양한 종류의 인공감미료가 존재하며, 이들 중 어떤 것도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반면 설탕 섭취가 해롭다는 증거는 매우 많습니다.
기사의 제목만 읽는 것은
이번 일이 주는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다이어트 탄산음료는 위험하지 않은 반면, 기사의 제목만 읽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과학 연구를 소개하는 경우 제목이 아니라 기사 내용 자체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자들은 기사가 더 흥미로워 보이도록 양념을 가미합니다. 잠재적인 결과를 확정적인 결과로 보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초기 연구 결과들은 종종 후속 연구에 의해 반박됩니다. 단 하나의 연구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됩니다. 관련된 모든 연구를 다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결국 틀린 것으로 판명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과학 연구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제목을 쉽게 믿지 말고, 관련 연구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스켑틱, Harrie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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