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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측정하는 것이 곧 당신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금융기관 CEO들의 근시안적인 무모한 결정이었습니다. CEO들이 그런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연봉을 5년 동안의 주가 상승에 비례하게 만들자는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주주의 장기적 이익에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 역시 또다른 문제의 원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방식 역시 CEO가 받는 보상을 회사의 주가라는 변덕스런 숫자 하나에 연동시키며, 또한 연봉만으로도 CEO가 동기를 가질 것이라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CEO의 동기는 다양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료들의 인정을 원할 수 있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도 가능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CEO들은 이미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왜 그들은 다른 종류의 동기 부여 요인들 보다 그렇게 주가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요?

그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CEO가 주가를 신경쓰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주가로 그를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들이 다른 것을 신경쓰게 하고싶다면, 우리는 우리의 측정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당신은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고 말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들 역시 그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측정되는 지표를 바탕으로 행동을 바꿉니다. 당신이 무엇을 측정하건, 상대방은 그 방식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최적화하게 됩니다. 이는 당신이 측정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 얻게될 결과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 현상을 보고한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가 마일리지 점수를 신경쓰기 시작하면, 그는 마일리지 점수를 최적화하기 위해 거의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내가 MIT에 있던 시절, 나는 강의와 관련된 여러 점수들을 복잡한 수식에 넣어 계산한 연간수업부담능력이라는 척도로 평가되었습니다. 강의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평가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이 점수는 곧바로 목표 그 자체로 바뀌었습니다. 나는 원래 학생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편이었지만, 어느날 나는 이 점수를 더 높이기 위해 내가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모든 기회를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몇 점을 더 얻을 수 있는가로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나는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고 해서 더 효율적인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측정 방식이 주어진 이상 나는 그 방식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도록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내 점수는 꽤 높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됩니다. 표준 학업능력평가를 실시하는 주의 아이들은 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지식을 다른 방식으로 물어볼 경우 잘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 지역의 선생님들이 제대로 못 가르쳤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평가 받는 방식에 적합하게 행동했을 뿐입니다.

즉, 매일 아침 CEO가 출근하자마자 자신을 평가하는 수치인 주가를 확인한다고 해봅시다. 그는 주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만날 겁니다. 장비를 사고, 제품을 팔고, 그리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모든 일에 있어 주가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게 될겁니다. 또한, 어낼리스트들은 주가를 보고 그를 상찬하거나 비난하게 됩니다. 그런 엄정한 판결이 매일 내려지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주가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피할 수 있을까요? 당장 주가를 올릴 수 있는 행동이 장기적으로는 해가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유혹을 피하기는 매우 어려울겁니다.

CEO의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면, 먼저 그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주가를 보는 것은 그 시작일 뿐입니다. 하지만 CEO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성공에 매진하게 만드는 새로운 숫자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가능할까요? 아마 산업에 따라, 그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기업의 미션에 따라 다를겁니다. 여기 몇 가지 명백한 숫자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얼마나 강력한 새 기술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지?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직원들의 만족도는? 회사와 브랜드의 가치는? 회사가 내뿜는 온실개스의 양은?

물론 이 숫자들은 주가처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주가에 목숨을 거는 이유 중에는 주가가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인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에 매달린다면, 또한 우리는 그저 이를 쉽게 높일 수 있는 방법만을 찾게될 겁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Dan Ari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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