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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인만의 “스파게티 난제”를 풀어낸 MIT 학생들

인터넷에 현대 물리학의 난제들을 검색해보면 보기만 해도 주눅 드는 어려운 내용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암흑물질이란 무엇인가? 왜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블랙홀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런 질문들이죠.

그러나 천재 물리학자들도 풀지 못한 난제라고 나오는 수수께끼 가운데는 도대체 왜 난제가 됐는지 의아하기까지 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노벨상까지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수십 년 전에 씨름했던 ‘마른 스파게티면 부러뜨리기’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느 날 파인만은 동료 과학자 대니 힐리스(Danny Hillis)와 집에서 자신이 평소 즐겨 먹는 스파게티를 같이 먹으려고 요리하다가 스파게티면의 특이한 점을 발견합니다. 삶기 전의 마른 면을 절반으로 부러뜨리려 하면 좀처럼 의도한 대로 두 동강이 나지 않고, 대신 거의 예외 없이 서너 조각 이상으로 잘게 부서지는 것이었습니다. 조각이 부서지는 방향도 제각각이어서 온 부엌에 금세 스파게티면 조각이 난무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두 조각이 아니라 세 조각으로 부러질까?”

슈퍼컴퓨터 연구의 선구자이기도 한 힐리스는 파인만 전기에서 자신과 파인만은 그날 저녁 내내 배고픈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마른 면을 붙들고 씨름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천재 과학자 두 명이 두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신통한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파인만의 부엌 곳곳에 널브러진 스파게티면 조각만이 엉뚱한 난제의 탄생을 알리기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2015년 봄 어느 날, MIT 대학원생 로널드 헤이저(Ronald Heisser)와 에드가 그리델로(Edgar Gridello)는 우연히 같은 문제에 봉착합니다. 파인만, 힐리스처럼 왜 스파게티면을 둘로 쪼갤 수 없을지 궁금한 나머지 이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게 된 건 같았지만, 헤이저와 그리델로는 두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이 문제를 푸는 데 쏟아붓습니다.

“그때부터 아마 한 달, 아니 한 달 반은 수업만 끝나면 스파게티면을 부러뜨리고 쪼개고 자르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습니다.”

현재 코넬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헤이저는 워싱턴포스트에 말했습니다. 헤이저와 그리델로는 아예 파인만의 스파게티 수수께끼를 기말 과제로 정해놓고 이 문제에 매달렸습니다.

“(파인만 같은) 유명한 물리학자도 질문만 던져놓고 답을 내지 못했던 문제에 도전해보는 건 그 자체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헤이저와 그리델로가 씨름한 질문은 왜 마른 스파게티면이 정확히 둘로 쪼개지지 않는지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 문제는 이미 2005년에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주인공은 프랑스 과학자 바질 오돌리(Basile Audoly)와 세바스티엥 노이커치(Sebastien Neukirch)였습니다. 이들은 스파게티면이 정확히 둘로 쪼개지지 않는 이유를 밝혀낸 공로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했거나 다소 엉뚱한 과학 실험을 수행한 이들에게 주는 노벨상의 패러디 버전인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기도 했습니다.

헤이저와 그리델로는 좀 더 심오한 질문에 도전합니다.

처음부터 스파게티면을 절반으로 쪼개는 게 가능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확히 어떻게 하면 될까?

가능했습니다. 한마디로 스파게티면을 한 바퀴 꼬아서 부러뜨리면 됐습니다. 실제로 면을 배배 꼰 다음에 적당한 힘으로 부러뜨리는 거죠. 물론 그 적당한 힘을 실제로 계산하려면 복잡한 수학 모델이 필요했습니다. 헤이저는 또 다른 MIT 대학원생 비샬 파틸(Vishal Patil)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손보다 더 정확하게 미세한 힘을 조절하며 스파게티면을 정확히 부러뜨리는 기계를 만들었고, 초당 100만 프레임의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면이 부러지는 순간을 정밀하게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말 과제로 시작한 연구는 파인만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일조하게 됩니다.

답은 은근히 간단했는데, 스파게티면을 구부리고 꼰 뒤 부러뜨리면 됐습니다. 헤이저와 파틸은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습니다. 면을 꼬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파틸은 말했습니다. 그는 10여 년 전 오돌리와 노이커치가 한 실험 결과를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돌리와 노이커치는 가늘고 긴 물체를 양쪽 끝에서 같은 힘을 가해 부러뜨리면 물체가 부러지는 순간 그 지점에서 생긴 진동이 다시 면의 어딘가를 부러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반동 효과(snapback effect)라고 부릅니다. 파틸은 부러뜨리는 방법과 힘을 조절해 절단 상황을 조절하고 실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소위 중첩파열(fracture cascade) 상황을 통제, 실험할 수 있었고, 면을 꼬아서 부러뜨리면 정확히 반으로 두 동강 낼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여러 개로 산산이 조각나던 상황을 통제해 두 조각으로 똑같이 나눌 수 있게 된 거죠.”

스파게티면(혹은 기다란 막대기)을 꼬아서 구부린 다음에 힘을 가하면, 가하는 힘이 분산돼 반동 효과가 줄어듭니다. 꼬였던 면이 부러질 때 다시 풀리면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진동 에너지를 상쇄해 다른 지점이 부러지지 않게 되는 겁니다.

이론을 세웠으니 이를 검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파게티면을 부러뜨려야 했을까요? 헤이저는 적어도 500개는 더 부러뜨렸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파틸은 실험실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지 셀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눈뜨고 실험실에 가서는 스파게티면 부러뜨리는 실험만 계속했으니까요.”

헤이저가 고안한 기계 덕분에 다행히 매번 손으로 스파게티면을 일일이 부러뜨리지는 않아도 됐습니다.

“우리가 만든 스파게티면 절단기의 작동 원리는 간단해요. 양쪽 끝에 스파게티면을 죔쇠로 고정해놓고 죔쇠를 움직여 힘을 가하는 겁니다. 주의사항이 있다면 죔쇠로 면을 잡고 돌려야 꼴 수 있으니 단단히 고정돼야 하지만, 또 너무 세게 고정하면 면 끝부분이 부서질 수 있으니 적당히 잡아야 하는 거 정도가 있겠네요.”

한쪽 죔쇠가 회전하면서 스파게티면을 꼬으면 다른 쪽 죔쇠는 안쪽으로 움직이면서 스파게티면을 구부립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헤이저와 파틸이 내린 결론은 360도, 즉 한 바퀴 면을 꼰 다음 서서히 힘을 가해 구부리면서 부러뜨리면 스파게티면을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헤이저는 실험실에서 면을 두 동강 내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정말 짜릿했어요. 제 이름을 걸고 한 첫 번째 연구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진짜 과학자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죠. 물론 연구 주제가 좀 우스꽝스럽긴 했지만요.”

스파게티면을 어떻게 쪼개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파틸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대체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복잡하기 마련인” 절단 혹은 파쇄(fracturing)를 연구하는 데 스파게티면 프로젝트가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다양한 물질을 원하는 대로 정확히 잘라내는 것은 여러모로 무척 쓰임새가 많은 작업입니다. 파틸은 당장 이번 연구가 잘 구부러지면서 때론 부러질 수도 있는 물질로 만든 막대기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장대높이뛰기용 장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질이 어떻게 잘려나가고 그 안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것만 해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겁니다. 절단 과정을 통제하는 데 여전히 더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스파게티 절단 실험도 그중에 하나였다고 할 수 있죠.”

당장 파스타와 관련해서도 아직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파틸은 이미 다음번엔 수백 가지나 되는 파스타면 가운데 어떤 면으로 절단 실험을 할지, 스파게티보다 좀 더 면이 넓고 리본처럼 꼬여 있는 모양인 링귀네(linguine) 면으로 절단 실험을 할 계획은 있는지 등의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파틸은 당분간은 파스타면을 보기도 싫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스파게티는 이제 질리도록 봤으니까요.”

그런데 헤이저는 조금 다릅니다. 당장 어떤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헤이저는 아직 스파게티를 자르는 실험이 생각보다 지겹지 않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이따금 스파게티면을 잘라보곤 해요. 재미있더라고요.”

(워싱턴포스트, Allyson Ch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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