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학교의 대니얼 베스너(Daniel Bessner)가 7월 6일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의 철학 – 그리고 그의 철학의 치명적 단점(1/3)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의 철학 – 그리고 그의 철학의 치명적 단점(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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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정부는 군대를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소로스는 경제보다 정치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부시 정부의 사상은 소로스와 맞지 않았습니다. 소로스는 2004년 그의 저서 “미국 패권주의의 거품(The Bubble of American Supremacy)”에서 부시 정부가 “투박한 형태의 사회적 다윈주의(a crude form of social Darwinism)”를 옹호하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투박한 형태의 사회적 다윈주의란,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존을 위해 무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조의 이념입니다. 9.11 테러 전에는 이러한 사상이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면서 그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시 정부는 반대세력을 제압하고 군사적 일방주의(militaristic unilateralism)를 견고히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휘감은 공포를 이용하여” 이 잘못된 사상을 퍼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로스에게는 “우리와 함께하거나 아니면 당신은 테러리스트와 한패로 간주할 것입니다.”라는 식의 주장은 나치나 소련의 이념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소로스는 이 사상은 이미 유럽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미국이 비슷한 사고방식에 전염되었던 것입니다. 소로스는 부시 정부가 미국을 “끝나지 않는 전시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소로스는 부시가 세계평화의 적일 뿐만 아니라 개방사회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로스는 부시의 극단적 사상이 미국인 다수의 사상과 같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존 케리(John Kerry)가 2004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케리의 승리는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미국이 하는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유도해 낼 것이라고 소로스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일방주의를 지양하고 국제적 협조 방안들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케리는 낙선했습니다. 소로스는 이때 처음으로 미국인들이 과연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인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대선 이후 소로스는 국민들에 대한 믿음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2006년 저서 “오류의 시대(The Age of Fallibility)”에서 소로스는 부시가 재선된 이유는 미국이 “편한 사회를 추구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소로스가 생각하기에 미국인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몹시 슬프지만 무능한 부시 정부의 리더십 아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미국인들은 시장 근본주의와 성공에 대한 집착에 젖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상한 싸움에서라도 승리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몇몇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전에 넘어갔습니다.
부시의 승리는 보고 소로스는 미국이 개방사회에서 생존하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 지지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동시에 전쟁에 수반되는 공포 또한 인정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소로스가 미국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소로스도 분명한 답이 없었습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로스는 세계 경제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로스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소로스는 금융위기는 시장 근본주의의 필연적 결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의 2008년 저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The New Paradigm for Financial Markets)”에서 “미국 패권주의와 달러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소로스는 미국이 몰락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로스는 90년대에 유럽연합이 동유럽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사회를 향한 그의 희망을 유럽연합에서 다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소로스는 유럽연합이 치명적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주권을 양보해 가면서 유럽 전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럽은 개방사회의 이념에 따라 운영되는 세계질서의 부분적인 예시라고 소로스는 판단했습니다.
유럽연합에 대한 소로스의 희망은 해결되지 않는 국제적 경기침체, 이어지는 난민 위기, 그리고 국제 질서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의 보복성 공격 등으로 인해 점점 사그라들었습니다. 소로스는 서구 국가들이 이론적으로는 이 위기들을 극복할 방법을 알고 있지만, 냉전 이후 반복된 실패로 인해 이제는 서로 협력해서 국제적 난제들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소로스는 서구 국가들이 그리스의 빚을 청산해 주지 않은 점, 범국가적 난민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점, 러시아에 대한 규제를 강제할 용기가 없는 점,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게 지원하지 않은 점 등을 보고 유럽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소로스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우파 민족국민주의(right-wing ethnonationalism)가 다시 만연하는 것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영국이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그는 “유럽의 붕괴는 현실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 되었다”고 확신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소로스의 희망처럼 개방사회의 예시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소로스는 인종주의적 권위주의(racialised authoritarianism)가 지난 십 년 동안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2010년 이후 소로스는 권위주의적이고 반이민주의자인 빅터 올반(Victor Orbán) 헝가리 총리와 날 선 언쟁을 벌여왔습니다. 최근 소로스는 올반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헝가리에 팽배했던 가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초 올반이 재선에 성공하자 올반은 소로스를 맹렬히 비난하고 다녔습니다. 그는 소로스가 반유태인적이라고 말하면서 몇백만 명의 난민을 헝가리로 보내려고 한다고 몰아붙였습니다. 올반은 또한 중앙유럽대학교를 폐교하겠다고 협박했으며 최근 헝가리 의회는 소위 “스탑 소로스(Stop Soros)” 법이라고 불리는 반이민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올반이 헝가리가 개방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동안 개방사회의 더 큰 위협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소로스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시장 근본주의의 해로운 영향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했으며 최근 경기침체가 미국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2016년에 기고한 한 사설에서 소로스는 미국이 “사기꾼이자 곧 독재자가 되고 싶어 하는”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는, “당선되었던 리더들이 유권자의 정당한 기대와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 실패로 미국의 유권자들이 기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화로 벌어들인 부를 공정히 분배하지 않고, 즉 자본주의의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미국 내에 극심한 빈부격차로 이어졌고, 이 불평등은 분노로 이어졌습니다. 소로스는 미국의 “헌법과 기관들이…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팽배할 때 그 부작용을 견딜 만큼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트럼프가 푸틴, 올반 등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 함께 범세계적 연합을 만든다면 세계개방사회는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헝가리와 미국, 그 외 소로스의 관심과 투자를 받았던 다른 국가들에서 그의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소로스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최근 소로스의 행보를 보면 그가 좌파적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형사법적 문제와 난민 원조 문제에서 그의 이런 방향성이 두드러집니다. 소로스는 최근 필라델피아의 극단적 지방검사 래리 크래스너(Larry Krasner)의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크래스너와 비슷한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캘리포니아 지방검사 후보 세 명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로스는 세계적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5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소로스의 다른 행보를 보면 아직 소로스가 문제가 많은 전통적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2016년 대선 후보 민주당 경선 당시 소로스는 맹렬한 클린턴 지지자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커스틴 질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를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질리브랜드가 라디오 호스트인 리안 트위든(Leeann Tweeden)을 성추행한 앨 프랭켄(Al Franken)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소로스가 진정 진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면 그는 이 사회에 개방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로스가 진부한 민주당을 감싸는 데 주력한다면 그는 점점 퇴화하는 미국의 시민의식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소로스의 경력을 보면 그는 현명하게, 그리고 즐겁게 사회에 개입하곤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진보주의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한 명의 재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소로스 자신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연결고리는 없거나, 있어도 매우 가늘다”라고 말했습니다. 개방사회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서로를 인본주의에 따라서 생각하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인식해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람들이 갈수록 작아만 지는 파이의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먹으려고 한다면 소로스와 우리들이 꿈꿔 온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소로스의 범세계적 목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왜 불가능해 보일까요? 아마도 개방사회는 아무도 소로스처럼 부자가 될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개방사회에서는 빌 게이트(Bill Gates)도, 베스티 데보스(Besty DeVos)도,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도, 워렌 버펫(Warren Beffett)도, 엘론 머스크(Elon Musk)도, 제프 베조스(Jeff Bezos)도 지금처럼 부를 많이 축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디언, Daniel Bess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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