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지난 1966년 <타임>은 표지에 도발적인 질문을 내걸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표지지만, 당시만 해도 점점 세속주의가 강화되는 듯한 미국 사회의 추세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 사회를 보면 미국에서도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세속주의 경향이 강화되리라던 전망은 다소 섣부른 결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여전히 대단히 종교적인 나라이자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이는 부유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돋보이는 경향입니다.
실제로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인은 캐나다, 호주, 그리고 다른 대부분 유럽 국가의 국민보다 더 자주 기도하고, 매주 교회를 비롯한 종교 시설에 가는 사람도 많았으며, 자신의 삶에서 신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인 성인의 55%는 매일 기도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이 캐나다 25%, 호주 18%, 영국 6%였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유럽 국가들의 평균은 22%였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기도를 많이 하느냐와 국가의 경제력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지만, 어쨌든 매일 기도하는 이들의 비율만 놓고 보면 미국은 선진국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52%), 방글라데시(57%), 볼리비아(56%) 등 경제적으로 궁핍한 개발도상국과 더 비슷합니다.
미국은 조사 대상 102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매일 기도하는 사람의 비율과 부유한 정도(1인당 국내총생산)가 모두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머지 모든 나라는 매일 기도하는 국민의 비율이 40%가 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종교적 색채가 옅어지고 세속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인데, 유독 미국에서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회과학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사상가 알렉시스 토크빌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종교가 미국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유달리 큰 역할에 관해 자세히 서술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사회학에서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가설은 종교의 영역에서도 미국에서는 이른바 시장주의가 작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다양한 신념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다른 종교들이 자유롭게 경쟁했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절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철저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양한 종교가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사회학자들이 소득 불평등과 종교의 성공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즉, 미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진 것과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회학자들의 논리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다른 이유로 일상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며, 그래서 자연히 종교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며 정신적 위안을 얻으려 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겁니다.
다른 선진국보다는 훨씬 더 종교적이라고 해도 서구 국가들 대부분을 휩쓴 세속화의 물결이 미국을 아예 비껴가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퓨리서치센터가 앞서 진행한 다른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 가운데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숫자는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가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또한, 미국인 사이에서도 세대별로 종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40세 이하 미국인들은 40세 이상 미국인들보다 기도도 덜 하고, 교회 등 종교 행사에도 덜 나갔으며, 종교를 믿는다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세대가 바뀔수록 미국의 종교적인 색채가 옅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됩니다.
(퓨리서치센터, Dalia Fah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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