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존 M.조던은 최근 MIT 에센셜 시리즈 중 하나로 최신 로봇 기술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 “로봇(Robots)”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2년 전인 2016년, 뉴스쿨 대학의 철학교수인 제드 아담스와 자신의 책에 언급한 몇 가지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는 로봇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무엇일지, 그리고 인간이 로봇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인간에 대해 어떤 것을 알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들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제드 아담스: 당신은 책에서 우리가 로봇의 예를 들기는 쉽지만, 로봇의 보편적인 정의를 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자신이 로봇과 인간의 차이를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왜 로봇을 정의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 말해줄 수 있나요?
존 조단: 음, 책을 최종적으로 편집할 때 내가 이에 관한 내용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어쨌거나 나는 사람들이 인공적인 생명체에 대해 가져온 호감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인공적인 무언가가 인간이 가진 특성을 흉내내려 할 때 우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하이파이 분야를 예로 들어 보지요. 에디슨이 다이아몬드 디스크를 만들자, 사람들은 이를 플레이하며 마치 방안에 오페라 가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레코드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녹음된 소리 외에도 기계가 인식능력이나 근력을 보일때 이를 사람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치타 로봇이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린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간은 분명 어떤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근력이 아닌 사고능력을 말할때도,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인지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지요.
나는 사람들이 부족한 정보들을 채우는 과정을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실험을 들어 보았을 겁니다. 아홉 개의 점이 있으면, 사람들은 점이 없는 열번 째 자리에도 마치 점이 있는 것처럼 보게 된다는 실험 말입니다. 에디슨의 레코드에도 같은 현상이 있었던 겁니다. 사람들은 분명 오페라 가수가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와 비슷한 소리가 나자, 객관적으로는 그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와 전혀 다른 소리였음에도 마치 그 소리를 오페라 가수의 소리로 받아들인겁니다. 우리는 지금 기계에 대해서도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제드 아담스: 책에서 당신은 로봇의 정의가 어떻게 시대에 따라 달라졌는지에 대한 일리있는 설명을 소개합니다. 스탠포드 디자인 연구소의 공동창업자이자 학장인 버나드 로스가 말한, “나는 로봇이라는 표현이 그 시대 사람이 하는 일과 기계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하게 될때, 그 기계는 로봇이라는 특별한 분류에 포함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사람들이 그 작업을 당연히 기계가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될 때 쯤, 그 기기는 ‘로봇’에서 ‘기계’로 격하된다.” 로스는 로봇의 정의가 상대적이라고 말한 것이죠.
어쩌면 우리가 지금 에디슨의 레코드에서 실제와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고 판단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현상일 지 모릅니다. 지금 우리는 에디슨이 만든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뛰어난, 더 넓은 음역대와 더 적은 노이즈를 가진 소리를 재생할 수 있으니까요.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로봇 청소기 룸바를 지금은 인간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로봇으로 생각하지만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게 되면 그저 평범한 기계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룸바를 구식으로 만들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존 조단: 한가지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입니다. 1.5 미터 정도의 키에 180kg 이 나가는 윌로우 개러지의 PR2 내가 생각하는 최초의 로봇입니다. 가격은 4억 5천만원에 달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을 시킬 수 있습니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면, 빨래를 개도록 만들 수 있지요. 물론 이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지 루카스와 아놀드 슈와츠제네거의 영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빨래를 개는 건 너무 하찮은 일로 생각합니다. 로봇이라기 보다는 그냥 기계라 생각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어떤 인간적인 특성도 없다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멸망시킬 가능성은 아예 언급되지 않습니다. 영화에도 등장하지 않지요. 영화에 한 달 동안 훈련시켜야 겨우 빨래를 갤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다면 누구도 그 영화를 보지 않겠지요. 사실 그것도 매우 어려운 일인데 말이지요! 즉, 실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람들이 상상하는 로봇 사이에는 이렇게 큰 간극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어떤 실질적인 기준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드 아담스: 과학소설 또한 로봇에 대해 현실적인 인식을 갖는데 방해하겠네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럼 무엇이 현실적인 기준이냐는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실제 로봇을 만들면서 알게된 것은 빨래를 개는 것과 같은 하찮은 일이 실은 엄청나게 복잡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로봇이 빨래를 개는 일이 대단한 일인 만큼, 빨래를 개는 로봇을 만든 인간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존 조단: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Gap 에서 한 시간에 8달러를 받고 일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셔츠를 개는 로봇이 나타나면, 나는 어떻게 될까요? 즉 한편으로는 로봇이 드디어 인간이 하기에는 너무 하찮은 일 한 가지를 덜어주게 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업 하나를 없앨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일과 결부시켜 왔습니다. 만약 로봇이 충분히 많은 일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로봇이 그 일을 충분히 잘 하게 되어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편적인 기본 소득을 생각해야할 수도 있고, 모두에게 장애수당을 줄 수도 있으며, 세계가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뉠 수도 있겠지요. 로봇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던지는 이런 질문들은 철학적이면서 학문적이지만, 동시에 실용적이면서 심지어 실존적이지요. 내가 직업이 없다면, 나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게 될까요?
제드 아담스: 흠, 이 정체성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네요. 현실의 로봇이 우리 인간이 가진 자아 개념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무엇일까요?
존 조단: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개념은 바로 증강(augmentation)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이 로봇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무언가와 대결하는 것 말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몸을 로봇으로 강화시킨 사람에 대해 스포츠 대회의 참가 요건을 어느 선에서 잘라야 할까요? 언젠가 더 빨리 달리는 사람, 더 빨리 달리면서 공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나올겁니다. 약물을 통해 정신력이 강화되거나 육체적 능력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항상 문제는 이 “강화된” 인간이 얼마나 뛰어날 것인가이지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이미 로봇 월드컵이 존재합니다. IBM 딥블루가 체스에서 사람을 이긴 것처럼 로봇이 축구에서 인간을 이기는 때가 언제쯤일까요? 물론 이는 한 참 먼 일로 느껴지네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매년 조금씩 더 나은 로봇이 나오고 있고 언젠가는 이들이 인간을 뛰어넘을 겁니다. 과연 축구로 브라질을 이길 로봇팀이 나올까요? 어쩌면 로봇을 몸에 부착한 이들이 몸싸움을 더 잘하고, 더 빨리 뛰고, 덜 피곤하고, 더 강한 슛을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차게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야 할겁니다.
(퍼블릭세미나, Zed Ad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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