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한 행복이 가능할까요?”
이는 충분히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의학 저널의 논문 제목으로는 꽤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2012년에 이 제목으로 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두 명의 독일인과 한 명의 미국인으로 이루어진 저자들은 우리가 뇌를 자극해 행복감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을때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뇌의 보상 시스템에 직접 자극을 가해 행복감을 마음대로 높이고 낮출 수 있다면, 이를 조절할 권리는 누구에게 주어져야 할까요? 의사일까요? 아니면 그 뇌의 주인일까요?
그들이 이런 질문을 하게된 것은 한 환자 때문입니다. 33세의 독일인인 그 환자는 오랜 기간 강박 장애와 불안 장애고 고생했습니다. 의사는 몇 년 전 그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 곧 뇌의 보상시스템에 전극을 삽입했습니다. 그의 증상은 완화되었고, 이제 배터리를 갈아야할 때가 왔습니다. 지포 라이터 만한 크기의 그 장치는 쇄골 아래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수술로 가능했습니다. 튀빙겐의 한 응급실에서 뇌과학자 마티스 시노프직은 전기자극의 세기를 최적화히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노프직은 자극의 세기를 1볼트에서 5볼트로 조심스레 올려가며 그의 기분과 불안감, 긴장감 등을 물었습니다. 그는 각각에 대해 1에서 10 사이의 값을 말했습니다.
1볼트에서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한 “행복감”은 2였고, 불안감은 8이었습니다. 1볼트를 더 올리자, 행복감은 3으로 올랐고 불안감은 6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자극이 4볼트일때 그는 갑자기 행복감을 최고치인 10이라 말했고 불안감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고 답했습니다.
“꼭 약에 취한것 같아요.” 그는 시노프직에게 이렇게 말하며 조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풀이 죽어 있던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지었습니다. 시노프직이 실험을 위해 다이얼을 한 단계 더 높여 최대치인 5볼트로 올리자, 그는 “환상적인 기분이지만 웬지 좀 심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의 통제불가능한 황홀경에 빠졌고, 이때문에 불안감을 7로 높게 표현했습니다.
그들은 전기자극의 세기를 3볼트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그에게 “적절한” 수준의 행복감과 불안감을 주었고, 또한 500만원에 달하는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지 않는 수치였습니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그는 퇴원 전에 시노프직에게 전압을 조금 더 높여주면 안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기분은 괜찮지만, “조금 더 행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시노프직은 거절했습니다. 시노프직은 그에게 황홀감이 지속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또한 병원을 떠나는 환자는 즐거움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상태여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환자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그는 시노프직의 말을 따라 처음 결정한 수치로 장치를 설정한 후 퇴원했습니다.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의사가 치료의 범위를 넘는 수준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 논문에서 시노프직과 두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심장병 환자도 “자신의 심박조율기를 스스로 조절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그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두 상황이 정확히 같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심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자신의 기분을 바꿀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환자 역시 자신의 환경과 욕망에 따라 자신의 기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 명의 저자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에 의해 언젠가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할 미래가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이 방법으로 자신의 행복감을 높이는 일에는 어떤 비윤리적인 문제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지, 상당히 비싼 수술 비용에 비해 수술을 받는 이에게 이 수술이 실제로 이익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할 뿐입니다. 3년에서 5년마다 갈아야 하는 배터리 비용을 제하고도, 장치의 가격만 약 2천만원이고 수술 비용은 5억원에서 10억원에 이릅니다.
어쨌든 우리는 “적절한 행복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행복의 수준을 너무 높일 때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측좌핵에 전극을 설치한 그 33세의 독일인은 이런 논의를 좋아하지 않을겁니다. 그는 어느날 병원과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아마 그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의사를 찾았을지 모릅니다.
인간의 쾌락과 욕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뇌의 특정한 부위를 자극해 쾌락을 얻는 시대가 올 경우,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바로 행복이란 무엇일지, 그리고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일지와 같은 질문입니다.
쾌락주의(Hedonia). 이 단어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이 단어를 말할 때 혀는 레드카펫위를 굴러가는 것 같으며 유쾌한 기분을 남깁니다. 쾌락주의는 뱀이 지혜를 주겠다고 이브를 꼬시기 전의 에덴 동산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쾌락주의는 오늘날 우리 삶의 기준이 되어 있습니다.
한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쾌락불감증(anhedonia)은 우울증의 증가와 함께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들은 평생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겪는 이의 비율이 네 명 중 한 명에 이른다고 말하며, 선진국에서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은 바로 이런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고 또 이 치료의 과정에서 이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을 정신의학에 적용한 것은 미국의 뇌과학자 헬렌 메이버그와 캐나다의 의사 안드레스 로자노입니다. 2005년 이들은 우울증의 한 종류로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증상을 말하는 만성 우울증 환자 일곱 명에게, 최초로 약물이나 약과 심리요법의 조합, 전기충격이 아닌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했고,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되지 않았던 그 일곱 명 중 여섯 명이 이 수술로 증상이 호전되었습니다.
헬렌 메이버그는 스타 과학자가 되었고 학회에서는 “정신외과를 되살린 여성”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더 많은 학자들이 이 연구에 뛰어들었고, 이제 이들은 뇌의 정확히 어느 부위를 자극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우울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의 연장입니다. 우울증은 정신적 고통의 일종일까요? 아니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일까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뇌과학자인 나의 일이 아닙니다.” 헬렌 메이버그는 먼저 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나는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질병의 진행을 막습니다. 기분을 -10에서 0으로 만들어 고통에서 그들을 꺼내줄 수 있지만 그 지점 부터는 그들의 책임입니다. 이제 그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헬렌 메이버그의 사무실은 에모리 대학의 유리로 장식된 건물에 있습니다. 커다란 안경을 쓰고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어딘가 장난스러운 소년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녀의 몸집은 놀랄 정도로 작았지만, 입을 열자 그 공간은 그녀의 존재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깊고 강력했고, 자유자재로 다양한 표현들을 구사했습니다.
“우리는 가설을 설정한 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제 수많은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잠깐 숨을 들이킨 후 목소리를 좀 더 낮췄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이 문제는 우울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메이버그는 1980년대, 모두가 우울증을 생화학과 신경전달물질의 문제로 생각하던 시절 우울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뇌는 화학물질에 잠겨 있고 심리학적 문제는 이 “화학물질의 불균형”때문이라 간주되었습니다. 조현병은 도파민 시스템의 이상 때문이며 우울증은 세로토닌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로토닌 양을 높이는 약이 우울증에 효과를 보이자 이 가설은 더욱 힘을 얻었지만, 그 이상의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자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뇌를 촬영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했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90년대, 메이버그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뇌 신경회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그룹이 여기에 도전했고, 우울증과 변연계(limbic system),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관계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감정과 인지에 관련된 부위입니다.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MRI 촬영 결과는 이들의 뇌 중 특정 부위는 우울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뇌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는 반면 다른 부위는 반응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메이버그는 서브제뉴알리스(subgenualis) 혹은 브로드만 영역 25라는 이름의 대뇌피질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검지 끝마디 만한 크기로 안구 바로 뒤에 위치한 영역입니다. 이 영역은 피질외에도 뇌의 모든 영역, 곧 보상 시스템과 변연계에 모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영역은 편도(amygdala)와 해마(hippocampus), 그리고 “감정의 뇌”라 종종 불리는 영역을 아우르는 시상(thalamus)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우리의 동기, 공포, 학습과 기억, 자아, 수면 제어, 식욕 등 우울증 환자가 보이는 모든 증상과 관계를 가집니다.
“우울증 환자의 영역 25는 보통 이들보다 더 작았습니다.” 메이버그는 우울증 환자의 이 영역이 과활성화(overactivation)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모든 치료가 이 영역 25의 활성도를 낮추었습니다.”
한편 사람이 어떤 슬픈 생각을 할 때 영역 25가 활성화 되며, 이 영역이 일종의 “우울감의 중심”이라는 증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메이버그는 이 가설이 우울증의 이해를 위해서 뿐 아니라 어떤 치료법도 통하지 않는 만성 우울증을 가진 이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답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 환자들은 어두운 굴 속에 빠져 있으며 스스로 탈출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만성 우울증에 빠진 이들에게는 어떠한 치료법도 듣지 않았고, 이들은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 하곤 했습니다. 50년 전에는 이런 환자들은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습니다.
메이버그는 영역 25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노틸러스, Lone F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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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약으로 하던 것을 이제는 전극을 넣는 수술로 대신하게 되는군요. 누가 얼만큼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잘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주권이 누구에게 있느냐하는 것이죠. 환자인 나에게? 아니면 의사에게? 둘다 늘 올바르고 치우치지 않는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가끔 인류는 분에 넘치는 기술을 쥐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우우즐로 쓴 오타가 있네요~~
네,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