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슈미트가 내 생각을 뛰어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이면 족했습니다.
슈미트는 세계 최고의 기후과학연구소 중 하나인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GISS)의 소장입니다. 지난해 말, 나는 GISS 에 한 가지 제안을 하러 갔습니다. 우주물리학자인 나는 지구온난화를 “우주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곧, 지구 외의 다른 행성에서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 때문에 기후변화를 겪게 된 사례가 있을지 찾아보자는 것이었죠. 그 방문에서 나는 기후과학의 관점에서 어떤 도움을 받거나 혹은 운이 좋으면 같이 연구할 공동연구자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래서 개빈의 사무실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개빈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잠깐만요,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최초로 문명을 만든 것은 확실한가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턱을 찾기 위해 몇 초를 보내야 했습니다. 나는 그가 “외계 문명”에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리라는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지구 생물 진화의 역사를 더듬으며 나는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음,” 나는 말을 더듬었습니다. “그럼 아주 오래전에 어떤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 수 있을까요?”
결국, 그날 외계인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했습니다. 대신 그날의 대화는 최근 국제우주생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에 우리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지만, 개빈의 날카로운 질문은 사실 우리의 과거만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겨냥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문명에 관해 이야기할 때 땅을 파다 발견되는 유물이나 폐허를 생각합니다. 수천 년 전 존재했던 사회가 궁금하다면 이런 방법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만 년, 혹은 수억 년 전의 과거는 이런 방법으로는 알아낼 수 없습니다.
도시나 공장, 도로와 같은 문명의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는 한계는 지질학적으로 제4기라 불리는, 약 260만 년 전까지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가장 오래된 고대의 흔적은 네게브 사막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흔적은 ‘겨우’ 180만 년 전의 것이며, 더 오래된 흔적은 절벽이나 바위의 깎인 면을 통해 그 단면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제4기 이전의 과거는 그저 흙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이 정도 과거라면 그 문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닙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것이 겨우 30만 년 전의 일입니다. 즉 이 질문은 인류가 아닌 다른 종이 어떤 문명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개빈은 이를 “닥터 후”에 나왔던 지능적인 파충류 이름을 따 실루리안 가설이라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에 고대의 한 생물 종이 상대적으로 짧게 존재했던 산업화한 문명을 만들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그 문명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초기의 포유류가 약 6천만 년 전 팔레오세에 문명을 건설했다면 어떨까요? 물론 화석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존재했던 생명체 중 화석의 비율은 극히 낮으며, 생명체가 어디에서 얼마나 살았느냐에 따라 화석화 여부가 좌우됩니다. 즉, 그 고도의 문명이 단 10만 년 정도만 지속되었다면 화석 증거가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10만 년이라는 시간은 현재 우리가 산업화 이후 이룩한 문명의 500배에 달하는 긴 시간입니다.
즉,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은 모든 직접적인 증거가 사라지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다른 증거가 가능할까요? 여기에 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인류가 지금 붕괴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증거를 남기게 될지 묻는 겁니다.
오늘날 인류의 문명은 전 지구에 걸쳐있으며 인류가 지구에 미친 변화는 매우 다양하므로 1억 년 뒤의 과학자들도 이 시기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70억 명의 인류가 먹을 식량을 위해 매우 많은 양의 비료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지구의 질소가 식량 생산에 전용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미래의 과학자들은 우리 시기의 지층에 나타나는 질소의 특징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전자기기를 위해 사용되는 희토류 원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희토류 원소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우리 시기 지층의 한 특징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합성 화합물 또한 1천만 년 뒤에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안가부터 깊은 심해, 그리고 극지방까지 퍼져 있음을 보인 수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바람과 태양, 파도가 크기가 큰 플라스틱 쓰레기를 부수고 분해하지만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는 바닷속 표면에 쌓이고 있으며 이는 지질학적으로도 관찰 가능한 지층을 만들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들 우리 문명의 흔적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각각의 요소가 미래의 지층에 흔적을 남길 가능성을 계산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도의 문명이 있었다는 증거로 인류의 존재를 미래에 알릴 가장 확실한 것은 바로 지금 인류를 그 무엇보다도 위협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화석 연료를 태울 때 우리는 한때 생명체를 구성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다시 내보냅니다. 탄소는 자연에서 세 종류의 동위원소를 가지며 이를 측정해 우리가 과거의 탄소를 얼마나 꺼내 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더 많이 태울수록 오늘날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은 바뀌게 됩니다. 대기 과학자들은 이를 수스(Suess) 효과라 부르며, 이 동위원소의 비율 변화는 쉽게 측정이 가능합니다. 온도 변화 역시 동위원소 비율에 영향을 줍니다. 이 비율의 변화는 매우 명백하기 때문에 어떤 미래의 과학자라도 지층을 검사해 이러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와 함께 인류세 지층은 질소, 플라스틱 나노입자, 합성 화합물 수치가 크게 높게 나타날 것입니다. 인류 문명이 만약 이러한 흔적을 미래에 남기게 된다면, 어쩌면 과거의 문명 또한 이런 “신호”를 남기지 않았을까요?
(아틀란틱, Adam Frank)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