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자리 방향으로 39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는 표면이 전부 물로 뒤덮인 행성이 있습니다. 그 행성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노를 젓더라도 산이나 언덕은커녕, 해안가도 볼 수 없을 겁니다. 트라피스트-1 이라는 항성 주위에 있는 일곱 개의 외행성 중 네 개의 환경이 이렇습니다. 이들 일곱 개의 외행성은 지구와 크기와 질량이 비슷하며, 구성 원소도 비슷합니다. 이중 넷은 물에 잠겨 있죠. 그 가운데 둘은 행성 전체 질량의 50%가 물이고, 다른 둘은 15% 이하입니다. 이는 지구에서 물이 차지하는 질량이 지구 전체 질량의 0.1% 이하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물로 뒤덮인 행성이 우주 전체에 꽤 많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좋은 소식처럼 보입니다. 옐로스톤 공원의 산성을 띠는 호수나 북극의 얼어붙은 빙하와 같은 극한 환경에도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물과 생명의 관계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NASA 또한 외계의 행성을 찾을 때 “물을 찾으라(follow the water)”는 원칙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저렇게 물이 많은 행성이 발견되자 사람들은 물이 너무 많아도 생명의 탄생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트라피스트-1의 다섯 번째 행성을 봅시다. 템플에 있는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외계지질학자 케이맨 운터본과 그의 동료들은 이 행성의 수심이 200km 정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20배 더 깊은 정도입니다. 물이 이렇게 많으면 해양 바닥에는 거대한 얼음층이 깔리게 되며, 이는 바다와 지각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행성의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구화학적 순환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지구의 경우 대기 환경이 변할 때 이산화탄소가 대기와 맨틀 사이를 오감으로써 지구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태양의 활동이 서서히 강해질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점점 더 지구 내부로 이동함으로써 지구의 온도가 유지됩니다. 많은 과학자는 이러한 “탄소-규산염 순환”이 지구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물로 가득 찬 행성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가 지구 중심적 사고를 버린다면, 그러한 행성에서도 생명체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 행성은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일 것이며, 따라서 그 행성의 지질학적 특성 또한 우리와 다를 것입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의 천문학자 엘리자베스 태스커의 말입니다. 그 행성들은 자기 나름의 온도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두 건의 연구가 그러한 행성에서 실제 맨틀의 참여 없이도 가능한 이산화탄소의 순환을 제시했습니다. 도쿄공업대학의 람세스 라미레즈와 하버드-스미소니언 천문학 연구소의 아미트 레비는 온실가스가 심해의 얼음과 대기 사이를 오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시카고대학의 에드윈 카이트와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에릭 포드는 이산화탄소가 대양과 대기를 직접 오갈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바다가 큰 것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품을 수 있기에 더 좋은 조건이 됩니다. 이들은 물로 가득 찬 행성 중 10~25%는 적어도 수십 억 년 동안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기물이 발생해 복잡한 생태계로 진화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이 많은 행성에는 또 다른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의 빙하는 바다와 지각을 갈라놓아 유기물이 암석으로부터 DNA의 원료가 되는 인산을 얻지 못하게 만들며, 이는 생명체의 탄생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태스커는 이렇게 말합니다. “온도가 적당한 행성이라면 생명체가 얼어붙거나 끓어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꼭 있어야 하는 필수 원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운터본 또한 물로 가득 찬 행성보다는 육지가 있는 행성이 더 나을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말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이트는 바다에 떨어지는 외부의 소행성에 의해 필수 원소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레비 또한 빙하의 꼭대기에 생긴 작은 호수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종류의 연구에서 지구와의 일대일 비교는 온당하지 않습니다.” 카이트는 자기 또한 지구의 지질학을 배운 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나는 암석 중심의 지구 역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외계 행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지구 환경과 이들을 비교하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과 화학 지식만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같은 거대한 망원경으로 새로운 행성을 조사할 때, 또 지구와 매우 비슷한 환경의 행성들을 찾아 연구할 때 참고해야 할 교훈입니다. “나는 모든 것을 지구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미레즈의 말입니다. “다른 가능성을 쉽게 놓칠 가능성이 있지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hannon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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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 좋은 글입니다~^^
우주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재미있어요
순수한 H2O만 있다면 생명이 없겠지만 대기가 형성되어 공기층이 물에 녹아들고 운석이 떨어지고 할테니
생명이 생기는건 시간의 문제일 듯 하네요.
2016년도에 보이저호 기사를 읽었는데 잘 계시는지 문득 궁금해 집니다. ㅎ ㅎ
네, 댓글 감사드립니다! :)
저도 말씀하신대로 다른 별에도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네요 ㅎㅎ
물로 뒤덮인 행성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글이네요. 동시에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도 와닿습니다. 물로 뒤덮인 행성이 동그란 모양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과학적인 원리가 있겠지만요^^ 덧붙여 첫번째 문단에서 '뒤덮인'이 '뒤덥인'으로 오타가 났네용~
네, 감사합니다~ 오타도 수정했습니다~ :)
항상 좋은 글 번역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일주일 전에 읽은, 외계 생명체 탐색 관련 연구 소개도 링크해 봅니다. https://twitter.com/practical_core/status/984408386371371008
네, 흥미로운 연구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