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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두 얼굴

새로운 종류의 이동수단이 도로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아직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과연 안전할까? 기존의 이동수단과는 어떻게 공존하게 될까? 정말 우리가 이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까? 모두 자율주행차에 관한 질문들이다. 자동차가 처음으로 상용화되었을 때도 똑같은 질문들이 제기됐었다.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를 선물했고, 그렇게 세상의 변화를 주도했지만, 상점들이 일렬로 죽 늘어서는 스트립 몰부터 도시 스프롤 현상, 분노 운전,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나 피해를 낳기도 했다. 지금 자율자동차는 우리가 아는 이동수단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으려 한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는 정해진 구역 내에서 인간의 감독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단계에 가까워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 웨이모(Waymo)의 목표는 올해 하반기에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GM)는 2019년에 자체적인 완전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26일, 캘리포니아주는 공공도로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깨끗한 꿈의 자동차

자율주행차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운전자 없는 자동차 시대의 도래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비용 측면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차는 먼저 앱으로 호출하는 로보택시의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다수의 고객이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하면서 고정비용이 상쇄될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하는 비용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마일(mile)당 훨씬 더 저렴해지면서 최소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가용이 필요 없어질 것이다. UBS 은행에 따르면 2050년에는 도시 지역 자동차 소유자의 수가 70%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자동차는 전체 보유 기간의 95%가량을 주차장에 방치되어 사용되지 않는다. 로보택시의 상용화는 주차장 부지로 낭비되는 땅을 최소화하고 도시 설계의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자율자동차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이기 때문에 청정 전력망이 구축된 지역에서는 유해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감소할 것이다. 스마트한 내비게이션, 차량 간 거리 감소, 혼잡통행료 부과 지역 설정 등으로 교통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자동차는 도시 생활(차 안에서 일하거나 잘 수 있으므로 장거리 출퇴근이 훨씬 수월해진다)과 소매 업계(고객을 찾아가는 이동식 가게의 시대가 온다)에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개인이 아닌 택시, 렌터카 업체 등을 상대로 한 대량 판매에 주력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와 도시계획가들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왜냐하면, 자율자동차의 등장으로 이제 자동차 이용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완벽하게 계산하여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대, 교통량, 이동 거리 등에 따라 산출된 km당 비용을 바탕으로 도로사용료와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도시 교통 시스템을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도시계획가들은 세금과 이용료를 지역별로 다르게 설정하고, 가난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장거리 이동에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몇몇 도시들은 이미 특정 구역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거나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는 우버, 리프트 등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교통혼잡을 최소화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 로보택시 이용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반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도시 변혁을 가능하게 할 놀랍도록 섬세한 정책 도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도구가 독재 정권의 손에 들어간다면, 사회 통제를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바퀴가 달린 소형 교도소

먼저, 자율자동차는 차량 내부와 외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기록한다.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은 가장 먼저 주변 차량들이 무엇을 목격했는지부터 조사할 것이다. 차량관리회사들은 탑승자에 대한 상당히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일례로 우버가 승객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원나잇 스탠드를 한 사실까지 알아낸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만약 미래에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아예 금지된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자유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로보택시가 특정 목적지에 가기를 거부할 경우, 이는 부당한 차별과 사회적 격리를 낳을 것이다. 독재국가에서는 로보택시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오늘날의 뉴욕을 축조한 도시계획가 로버트 모세스가 뉴욕과 롱아일랜드의 바닷가를 잇는 고속도로인 사우스 스테이트 파크웨이를 건설할 당시, 승용차를 모는 부유한 백인들만 통과할 수 있도록 교량 높이를 일부러 낮게 설계하여 버스에 탄 가난한 흑인들은 차별했던 것을 떠올려 보자. 또 다른 예로, 중국 정부는 개인의 활동을 기반으로 각 시민에게 '소셜 크레딧' 점수를 부여하는데, 이 점수가 낮으면 기차 여행이 제한된다.

올해 로보택시 서비스가 시작되면 앞으로 더 많은 도시와 지역에서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은 단순히 기술이나 교통 정책 외에 더 많은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가격 정책, 도심 지역 개인소유 차량 금지, 로보택시 경쟁업체 간의 라이선스 경매 등은 모두 시의적절한 사안들이다. 하지만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사회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지각변동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교통사고, 대기오염, 교통혼잡, 그리고 주차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스스로 차를 몰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가 어디를 언제 어떻게 가느냐의 선택은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100년 전, 자동차는 도시 거리를 비료로 뒤덮이게 했던 말(馬)이라는 교통수단을 대체할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위험은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광범위한 변화를 간과한 채, 과거에 그랬듯이 자율주행차를 단순히 기존의 자동차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여긴다는 데 있다. 자율주행차는 패킷 교환 기술이 인터넷 데이터 전송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물리적 교통수단의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처럼 자율자동차 또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가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이동의 자유와 사회적 문제 해결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음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우리가 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를 타면서 얻은 교훈을 얼마나 잘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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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ebir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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