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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의 역사가 말해주는 우연과 운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정육면체 모양의 주사위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도구일 겁니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지난 2,000년 동안 사용된 100개 이상의 주사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주사위의 형태가 늘 오늘날과 같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게다가 이러한 주사위의 형태 변화는 어쩌면 사람들이 운명, 혹은 확률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도 관계있을지 모릅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 데이비스의 고고학자 젤머 에어켄스는 주사위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과거의 주사위들에 대한 기록이 모두 남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이 측정하고 사진으로 남긴 주사위 중 연대가 불확실한 것들을 제외하자 그 수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네덜란드에 처음 주사위가 들어온 것은 기원후 수백 년이 지난 로마제국 시기였습니다. 당시의 주사위는 놀랍게도 완벽한 정육면체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주사위는 더 넓적했고, 그래서 특정한 면이 다른 면보다 더 자주 나왔습니다.

주사위의 모든 면이 공평하게 나오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을까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요.” 로마제국 당시의 기록은 그들이 주사위의 결과를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의 운 또는 신의 뜻으로 간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고학자 엘렌 스위프트는 자신의 저서 “로마제국의 유물과 그 사회”에서 당시 높은 숫자는 덕과 행복을 의미했으며 주사위 세 개가 모두 6이 나오는 것을 비너스라 불렀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주사위는 신이 세상에 관여하는 도구 역할을 했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주사위의 결과를 기도의 응답이라 여겼기 때문에 주사위의 형태가 완벽한 정육면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에어켄스는 “초기 주사위가 가진 비대칭은 주사위의 형태가 아닌 다른 요소가 주사위의 결과를 결정한다는 생각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고 말합니다.

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네덜란드에서 주사위는 사라졌습니다. 주사위가 다시 나타난 것은 1100년경으로 이때 주사위의 숫자가 배열되는 방식이 바뀝니다. 마주 보는 두 면의 합을 7로 만드는, 곧 1과 6, 2와 5, 3과 4가 서로 등을 지는 ‘7’ 방식에서 1과 2, 3과 4, 5와 6 이 각각 등을 지는 ‘소수’방식으로 바뀝니다. 이 방식의 이름이 ‘소수’인 이유는 서로 등을 지는 두 숫자의 합이 소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모든 주사위가 소수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디서 이 방식이 왔는지는 알 수 없지요.”

동시에 주사위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이는 종교의 권위가 강해지면서 도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졌고, 따라서 주사위를 쉽게 숨기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시기의 주사위 중에는 사기꾼용 주사위와 다른 주사위 셋이 같이 쓰레기 더미 안에서 발견된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참회하고 주사위 놀이를 끓은 흔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13세기에 이르러,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주사위 놀이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주사위 놀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생겼고, 이 때문에 주사위는 점점 더 정육면체에 가까워졌습니다. 17세기에 갈릴레오는 주사위 셋을 던지는 게임에서 숫자의 합으로 10이 9보다 더 자주 나온다고 썼습니다. 이는 수천 번을 던져 보아야만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또한 확률 조합을 이용하면 추론해 낼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 시기 주사위의 숫자 배열은 다시 ‘7’ 방식으로 바뀝니다. 에어켄스는 이를 주사위가 물리적으로, 개념적으로 더 대칭적으로 변하는 과정이라 말합니다. (물론 무엇이 더 자연스러운 방식인지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주사위를 자유롭게 만들게 한 한 연구에서 아이들은 ‘7’이나 ‘소수’가 아닌, 우선 1을 쓰고 90도 돌려서 2를 쓰고 다시 90도 돌려서 3을 쓰는 ‘회전’ 방식을 택했습니다.)

에어켄스는 이런 주사위의 변화가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처럼 수학자들이 이룬 수와 확률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의한 것이라 말합니다.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났을까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주사위가 정육면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요? 아니면 과학자들이 이를 주도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에어켄스는 주사위의 변화가 사람들의 무작위(randomness)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무작위는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한때 신의 뜻이라 여겼던 날씨가 무작위의 결과임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가 올 확률이 50%라는 식의 표현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해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공평한 주사위는 모든 면이 같은 확률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주사위 셋을 던지는 게임에서 10이 9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당신은 과연 알 수 있을 것 같나요?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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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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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주사위 하나에도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워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작은 물건들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할까요. 지금은 많은 정보들이 기록되고 있으니 물건의 용도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그 물건에 담긴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바라볼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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