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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 전 인류의 DNA 분석 결과 뒤집힌 인종에 관한 통념

체다인은 영국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인류의 온전한 형태를 갖춘 유골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골에 붙은 이름입니다. 1903년 영국 남서쪽 체다라는 마을 근처에서 발견돼 그런 이름이 붙었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자연사박물관 소속 과학자들은 최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체다인의 두개골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체다인의 얼굴을 복원해 보았습니다. 지난 7일 발표된 결과를 보면 영국에 살던 영국인의 조상의 피부색은 까무스름했고, 눈동자 색은 파란색이었습니다. 이는 지역적 기원에 따라 피부색이 다를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문화적 가정을 뒤엎는 결과입니다. 체다인의 유골이 발견됐을 때부터 영국에 정착한 인류의 조상은 지금 영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피부색이 밝으리라던 가정이 뒤집힌 겁니다.

연구진은 두개골의 뼛가루에서 DNA를 추출했는데, 체다인이 동굴 속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유전 형질이 특별히 아주 잘 보존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연구진은 DNA 정보를 바탕으로 체다인의 게놈을 나열했고, 유전자 정보와 다른 고고학적 근거를 토대로 얼굴을 복원했습니다.

“체다인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분류하면 스페인이나 헝가리, 룩셈부르크 등지에서 발견돼 이미 유전자 분석을 마친 다른 중석기시대 유럽인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서구 수렵채집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마지막 빙하기 끝 무렵에 유럽으로 건너왔는데, 이 가운데 체다인의 조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마크 토마스 교수의 말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자연사박물관의 톰 부스 교수는 이번 발견이 단지 영국인의 조상이 예전에 어떻게 생겼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을 많이 알려준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지금 인종을 분류하는 가상의 방법이 실은 근현대에 생겨난 현상이거나 어쩌면 더 최근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릅니다. 당장 체다인의 피부색만 보더라도 지금 인종의 기준을 과거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들어 피부색만 가지고 어떤 사람의 인종이나 출신 지역을 가늠할 수 없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피부색은 인종의 지표로 삼기에 부족하다는 것인데, 지난해 10월 <사이언스>에도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논문의 핵심을 거칠게 정리하면, 피부색이 밝은 이들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 곳곳으로 이주해 정착한 뒤 나타났다는 통념과 달리 밝은 피부색을 띠는 유전자 변형은 호모 사피엔스가 대륙을 벗어나 이주하기 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아프리카 토착인의 유전자에서도 밝은 피부색 유전자가 발견됩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복원한 체다인의 얼굴. (사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

인류의 먼 조상은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대륙에 정착한 뒤에도 적어도 수천 년간 어두운 피부색을 유지했고, 영국에 발을 내디딘 이들의 피부색도 어두웠습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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