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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올어의 탄생, 두 가지 학설

93세의 노교수 엘드리드 존스는 점자 성경책에서 잠시 손을 떼고, 처음 고향 시에라리온을 떠나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 가게 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서아프리카 최초의 대학인 프리타운 푸라 베이 대학의 총장이 되었고, 유일한 크리오어(Krio, 시에라리온의 공용어) 사전을 공동집필했죠.

크리오어는 얼핏 엉터리 영어처럼 들립니다. 가장 흔한 인사말인 “Aw de bodi?”는 말 그대로 ”몸이 어떠하냐?(How’s the body?)”는 뜻이죠. “잘 잤냐”, “일은 어떠하냐”와 같은 말도 같은 뜻의 영어와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크리오어는 다른 언어의 엉터리 버전이 아닙니다. 영어, 아프리카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가 놀라운 방식으로 혼합된 언어이자, 제국주의와 노예제, 이주의 독특한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 언어죠.

시에라리온의 크리올은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눠집니다. 미국에서 노예 신분이었다가 노바스코샤를 거쳐서 온 사람들, 자메이카에서 도망친 노예들, 그리고 1807년 영국이 국제 노예무역을 금지한 후 공해상에서 풀려난 서아프리카인들이죠. 따라서 크리오어의 원형은 초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영어, 자메이카 크리올어, 요루바어와 같은 서아프리카의 언어가 섞인 형태였습니다. 다른 언어들의 영향도 있었죠. “어린이”를 뜻하는 “pikin”은 ”아주 작은“이라는 의미의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초기 노예무역을 하던 포르투갈인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크리올어들은 역사가 가장 짧은 언어에 속합니다. 다른 언어들처럼 수 세기에 걸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갑자기 생겨났으니까요. 노예 농장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처한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전통적인 학설에 따르면, 크리올어들은 대부분 피진(pidgin), 즉 유럽인 노예주들의 언어에서 따온 짧고 간략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언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피진을 모어로 배운 세대가 생겨나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문법의 체계를 갖춘 크리올어로 발전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에 도전하는 학설도 있습니다. 지난해 <네이처>에 실린 통계학 연구는 크리올어가 단순히 “부모 언어들”이 혼합된 언어일 뿐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기존의 언어가 피진의 형태로 해체되었다가 다시 크리올어로 재조합된 단계가 정말로 존재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죠. “일반적인 언어”들 역시 다른 언어들의 혼합이므로, 이 학설에 따르면 크리올어는 예외적인 언어가 아닙니다.

또한, 크리올어가 피진에서 비롯되었다는 전통적인 학설은 흥미롭지만 크리올어를 낮추어보는 시각이 깔려 있습니다. 크리올어의 문법이 단순한 까닭을 거기에서 찾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크리올어에도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크리오어에는 요루바어와 같이 성조가 있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음의 높낮이에 따라 뜻이 전혀 달라집니다. 크리오어의 성조를 익히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역경 속에서 급조해서 만들어낸 언어만은 아니라는 의미죠.

전통적인 학설을 지지하는 컬럼비아대학의 언어학자 존 맥호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올어의 문법이 지구상에서 가장 단순한 편에 속한다고 주장합니다. 라틴어나 러시아어를 어려운 언어로 만드는 어미 변화가 없고, 프랑스어에서와 같은 문법상의 성(性)도 없죠. 바탕이 된 언어들이 모두 복잡한 문법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크리올어가 되면서 그런 특성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쪽 학설이 동의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크리올어가 머리 나쁜 사람들이 사용하는 초보적인 언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문법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크리올어에는 몇 가지 복잡한 문법이 빠져있을 뿐, 여전히 필요한 말을 구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현대 영어에서 없어진 고어들이 남아있어 매혹적이기도 하죠.

엘드리드 존스 교수가 크리오어 사전을 편찬하는 데 총 30년이 걸렸습니다. 시에라리온의 공용어 관련, 최초의 학문적 성과 중 하나였죠. 크리올어를 단순히 방언이나 토착어, 은어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고어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크리올어 구사자들의 눈부신 독창성을 모르고 하는 말일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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