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꼭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 하나가 중독적일 뿐 아니라 수면장애, 우울증, 낮은 자존감, 자살시도 등과 관계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신은 당신 아이에게 이 물건을 사 주지는 않겠지만, 이를 법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좀 과한 일이라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의 모든 친구들이 이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도 가지게 해 달라고 계속 조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 물건이 무엇인지 당신도 알겁니다. 이 물건은 점점 더 많이 팔리고 있으며 그 물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증거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지난달 “임상심리과학(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지에는 미국의 청소년 50만명을 5년 동안 추적한,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임상연구가 실렸습니다. 심리학자인 쟝 M 트웬지가 이끈 연구팀은 하루에 스마트폰을 세 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절망이나 자살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30% 이상 높았으며,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아이들은 50% 이상 높았습니다. 그저 매일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우울증을 느낄 가능성은 13% 더 높아졌습니다.
이런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 된다면, 얼마전 프랑스에서 시행된 학교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법률이 과하다는 비판은 오히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바뀔 것입니다. 여러 연구결과들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가 너무 엄격한 것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은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무언가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면, 그것이 사실은 끔찍한 것이라는 주장은 늘 처음에는 과해보입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노예제 폐지나 여성의 참정권, 실내에서의 흡연 금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했습니다. 이는 또한 왜 우리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비인간적으로 생산되는 고기를 먹는지, 그리고 사실상 노예제와 비슷하게 운영되는 개발도상국의 공장에서 저렴하게 생산되는 물건들을 별 생각없이 구매하는 지를 설명해줍니다.
만약 어떤 새로운 제품이 애초부터 아이들에게 매우 해롭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그 제품의 생산을 금지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제품이 가진 위험이 최근에 밝혀지는 것이 이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모든 금지는 “보모 국가(nanny state)”에 대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금지가 시민의 뜻에 반해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강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시민들은 스스로를 위해 자신들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안전벨트 착용을 강제하는 이유는, 자신의 귀찮음을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늘 이길 수는 없으며 이를 법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청소년이 친구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18세 이하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반대 논리는 법적 금지가 실제로 어떤 강제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법적으로 살인이 금지되어 있지만 실제로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하기가 더 어렵도록, 곧 더 비용이 많이 들도록 만드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는 스마트폰이 해롭지 않으며, 또 적절하게만 사용한다면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이는 사실이며, 우리는 이를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운전을 허용한다면 도로가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입힌다면, 이는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금지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이 금지가 반드시 스마트폰이 줄 수 있는 이득을 아이들로부터 완전히 빼았자는 뜻은 아닙니다. 기능을 제한한 핸드폰으로 필요할 때 연락을 취하며, 간단한 사진을 찍으며, 음악을 듣고, 지도를 보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집에서는 과도한 사용만 하지 못한게 한다면 소셜미디어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제한 하에서도 소셜미디어에 빠져 있겠지만, 다른 모든 법적 제한처럼 스마트폰 금지는 피해를 없애기보다는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금지에 필요한 충분한 과학적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이에 대한 논의를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위험이 충분히 클 수 있다면, 예방적인 관점에서 그 정확한 피해를 알기 전에 임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만약 스마트폰의 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아이들에게 아이폰을 빼았았던 일이 그리 큰 피해를 입힌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스마트폰 없이 자랐지만 그때문에 우리 세대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위의 논리에서 명백한 오류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정말 금지가 필요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다음 세대가 지금 입고 있는 피해에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 지를 생각해 볼때, 지금 이런 금지를 고려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금지의 정도에는 이견이 있을 지언정,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분명한 제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디언)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View Comments
스스로 절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게 진짜 중요한듯
너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스마트폰으로 몰아가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금지한다고 해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이 치료될까요? 또 다른 무언가에 중독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