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본질
의식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모든 주관적 경험이 공통으로 가지는 본질적인 두 가지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첫번째 특성은 의식은 말 그대로 주관적이며 따라서 모든 경험은 서로 다른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경험은 그 경험이 일어나는 장소와 시간의 영향을 받습니다. 각각의 경험은 풍부한 시각적 정보 등의 수많은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청각과 후각, 감정, 기억 등 다양한 종류의 정보들이 의식을 위해 결합합니다. 각각의 경험은 그 자체로 다른 경험과 다릅니다. 두 번째 특성은 각 경험이 연속적인 동시에 총체적이라는 것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연기를 내며 불타는 쌍동이 타워에 대한 기억을 절반의 북쪽 타워 기억과 절반의 남쪽 타워 기억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오늘날 의식에 대한 가장 첨단 이론은 정보통합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입니다. 위스콘신-매디슨의 정신의학자이며 뇌과학자인 줄리오 토노니에 의해 주창된 이 이론은 각각의 주관적 경험에 대해 그 차이와 통합적 측면을 강조하며 뇌내 신피질에서 의식경험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이런 두 가지 특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토노니는 이를 확인하기위해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의 뇌과학자인 마르셀로 마시미니와 함께 EEG 기반의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장비는 IIT 이론을 대략적으로 반영해 이를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6명의 건강한 자원자가 정신이 말짱할 때와 이들이 깊게 잠들었을 때, 곧 의식이 없을 때를 이 장비로 구분해 냈습니다.
깊은 잠에 빠진 이의 뇌는 조율되지 않은 종과 비슷합니다. 자원자가 깨어 있을 때보다 더 큰 초기 EEG 신호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신호는 더 빨리 사라지며 뇌 내부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에도 뉴런들은 활동을 하지만 그 활동은 부분적으로만 머물며 뇌 전체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뇌가 깨어있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 활동은 수면 중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깨어 있을때와 깊은 잠에 들어가 있을때를 구분하는 일은 쉬워보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보다 다양한 뇌 상태를 구분하는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토노니와 마시미니, 그리고 17명의 의사 및 뇌과학자들은 이 장비를 여러 환자들에게 적용했습니다. 지난 해 그 결과를 종합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먼저 코일로 뇌를 둘러싸고 자기장을 가하는 경두개자기장치료술(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을 이용해 단일파를 한 번 뇌에 쏘는 “잽(zap)”이라는 과정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피질 신경에 작은 전기신호를 유도하며, 이렇게 유도된 신경활동은 몇 분의 1초 뒤 그 신호가 사라지기 전에 뇌 내부로 연속된 신경활동을 만들어냅니다. 뇌를 커다란 교회 종으로, 그리고 TMS 신호를 박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종은 한 번의 박수 소리에 대해 충분한 시간 동안 반응하며 울립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뇌의 반응을 환자가 착용한 고밀도 EEG 장치로 기록합니다. 이 과정을 200번 반복해 EEG 반응 정도를 평균냅니다.
깨어있는 뇌는 높은 연결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때문에 뇌의 각 부위는 매우 복잡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 반응은 예측 가능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완전한 랜덤도 아닌, 말그대로 ‘복잡한’ 상태를 보입니다.
연구자들은 피질의 반응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정도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수학적으로 처리해 그 값을 계산했습니다. 복잡성을 계산하는 방법은 컴퓨터 과학에서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흔히 그림이나 영화를 압축할 때 쓰이는 “집(zip)” 기술에도 활용되는 방법입니다. 이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이 의식 측정법을 잽앤집(zap and zip)이라 부릅니다. 이를 통해 한 환자의 EEG 반응은 그 복잡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숫자 “섭동복잡도지수(pertubational complexity index, PCI)”로 바뀝니다. 뇌가 자기장 단일파에 반응이 없다면, 곧 피질의 활동이 약하다면 PCI 값은 0에 가까워지며, 뇌가 매우 활발하게 반응한다면 그 값은 1에 가까워집니다. PCI 값이 클수록 뇌의 반응이 더 활발한 것입니다.
환자들의 잽앤집 결과
2016년 연구는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특정 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첫 단계에서 이들은 의식이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의 경계가 될 값(PCI*)을 찾기 위해 의식이 분명히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PCI 를 측정했습니다. 즉 의식이 있는 이들의 PCI 값은 PCI* 보다 높아야 하며, 의식이 없는 이들의 값은 PCI*보다 낮아야 합니다. 이 경우 PCI*는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뇌의 최소 복잡성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렇게 구한 PCI*를 통해 이들은 두번째 단계에서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가 불확실한 이들의 PCI값을 측정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결과를 비교하기위해 두 집단을 택했습니다. 한 집단은 102명의 건강한 자원자들로, 눈을 감았지만 의식이 있을때와 REM 수면 중일때 EEG를 기록했습니다. (REM 수면은 의식이 있다고 가정되며, REM 수면 중인 환자를 깨워 그가 꿈의 내용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때에만 그 결과를 포함했습니다.) 또한 의식을 외부세계와 분리시키지만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않는 케타민 마취 상태의 EEG를 측정했습니다. (케타민은 소량 사용할 때 환각효과가 있으며 이때문에 비타민 K 로 불리기도 합니다.) 무의식 상태로는 깊은 수면(깨웠을 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과 세 가지 수술용 마취약(미다졸람, 제논, 프로포폴)으로 마취한 상태에 대해 EEG를 측정했습니다. 또한 48명의, 뇌손상을 입었지만 의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을 실험에 포함했습니다.
이들은 모든 개인의 의식 유무를 PCI*값 0.31을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150명의 자원자가 보인 540가지 의식의 종류에 대해 그 값 이하가 나타났을 때는 자원자의 의식이 없을 때였습니다. 그 값보다 PCI 가 높을 때 자원자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이와 뇌 부상을 입은 이 모두에게 이는 동일했습니다. 이는 성, 연령, TMS 가 가해진 뇌의 위치, 자원자의 의학적 상태의 다양성에 무관하게 일관되게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잽앤집 시험을 MCS 상태, 혹은 UWS 상태의 환자들에게 수행했습니다. 잽앤집 시험은 약한 의식적 행동을 하는 MCS 환자들 38명 중 36명이 의식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2명은 무의식 상태로 잘못 판단했습니다. 43명의 UWS 환자들의 경우 이중 34명이 의식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9명이 TMS 펄스에 대해 기준치 이상의 복잡한 전기적 EEG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들이 보인 PCI가 다른 의식을 가진 자원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이들 9명은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지만 단지 이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모든 성공적인 실험이 그런것처럼, 이 실험 역시 새로운 문제를 제시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잽앤집 방법이 MCS 환자들에게도 100% 정확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긴장성 분열증(catatonia), 말기 치매(late-stage dementia), 혹은 신생아나 어린 아이들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또한, 의식이 있다고 판명된 UWS 환자들이 실제로 의식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다른 생리학적, 혹은 행동학적 방법이 없을까요? 이 방법으로 예후의 예측, 곧 UWS 환자의 의식 회복을 알 수 있을까요? 앞으로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우리가 마음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한 가지 방법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축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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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우리가 명상을 해보면 알겠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이 앉아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겉으로는 의식불명일지라도 안에서는 의식이 있는 상태의 식물인간 이라면 십수년간 아무런 행동도 못한채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그건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괴로운 일 같아요. 그렇다고 살아있는 사람을 자연사 시키는 것도 어렵고....의식이 있어도 밖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없으니....얼른 기술의 발달이 이들을 도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