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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측정하는 방법(1/2)

나는 죽음을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매일 밤 지친 몸을 누일때마다 나의 의식은 사라집니다. 다음날 깨어나기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 꿈은 실제 세상과는 무관한 것일 뿐입니다. 사라진 의식은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옵니다.

의식이 사라지는 경험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어렸을때 나는 맹장수술을 받았고, 전신마취를 해야 했습니다. 의식은 곧 사라졌고 수술이 끝난후에야 나는 깨어났습니다. 10대 시절, 북아프리카 어딘가에서 르노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때에는 길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자동차가 나무를 받아 내가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던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한 번씩 의식을 잃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뇌 사고를 당한 이들은 며칠에서 몇 주, 심지어 몇 년을 의식을 잃고 지냅니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어떤 이가 자고 있는지, 마취된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뇌 부상 때문인지를 판단해야 하며,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침상에 누위 눈을 뜨고 있는 저 사람이 과연 무언가를 지금 경험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그 마음의 주인이 사라진 상태일까요?

이상적으로는 이런 의식의 상태를 판단해줄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해야겠지요. 물론 혈압처럼 의식을 쉽게 측정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뇌측정 기술들은 특정 환자가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의사와 가족들은 오늘날 수만명의 의식불명 환자가 여전히 뇌 속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뇌파 기록

의식을 측정한다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몇 분의 1초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떠올리는 수많은 생각들의 변화와 관련된 뇌 신경 활동을 그 정도의 시간 주기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가장 확실한 기술은 뇌파(EEG)입니다.

EEG는 일생을 뇌 활동과 주관적 경험의 관계를 파악하기위해 노력했던 독일의 정신과의사 한스 버거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1924년 그는 최초로 환자의 EEG를 측정하지만, 그 결과를 자신도 믿지 못했기에 1929년에야 이를 발표합니다. EEG 측정은 곧 임상 신경생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버거 자신은 수차례 노벨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나치 독일에서 어떠한 인정도 받지 못하고 1941년 목을 매고 맙니다.

물론 EEG 외에도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다양한 기술이 있습니다. 자기장을 이용해 뇌내 혈류를 탐지하거나 뇌에 의한 자기장을 추적하는 일반적인 도구로 자기뇌파검사(MEG)가 있습니다. 하지만 MEG나 더 최근의 근적외분광법(NIRS)은 임상에서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기술들입니다.

EEG는 인간의 인식, 행동, 기억, 사고 등을 관장하는 뇌 외측의 신피질(neocortex)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미세한 수준(10~100 uV)에서 측정합니다. EEG 신호는 피질 피라미드 뉴런이라는, 사각뿔 형태의 뉴런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시상(thalamus)과 같은 뇌 안쪽의 활동은 피질 세포의 활동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EEG는 머리 바깥에 전극을 붙임으로써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뇌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고밀도 EEG 장치는 최대 256개의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 지도를 만듭니다.

물론 두피에 전도성 젤을 바르고 전극을 붙이는 것은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전극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최신 건성 전극을 이용해 운동선수나 자발적 “뇌개조”를 원하는 이들이 집중력이나 불면 치료에 사용가능한 제품도 나와 있습니다.

1940년대 이래 “활동적 EEG”는 그 사람의 의식을 나타내는 신호였습니다. 이는 뇌 전역에서 보이는 저전압의 불규칙한 빠른 신호 변화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EEG 주파수가 낮아지면 의식이 있을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예외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특정 환자의 의식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문에 의사와 과학자들은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이를 이야기하기 앞서 우리는 의식 유무의 판단이 필요한 두종류의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합니다. (소아 환자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첫번째 환자군은 외상성 뇌손상, 뇌염이나 뇌막염과 같은 감염, 뇌졸중, 약물 및 알콜 중독 등으로 뇌의 손상을 입은 이들입니다. 이들은 뇌 손상을 일으킨 사고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장애를 가지게 되며 침상에 누워 지내고 말을 하지 못하거나 생각과 의도를 표현하지 못하는 등의 인지적 문제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욕창이나 감염 방지와 같은 적절한 치료가 주어진다면 수 년을 더 살 수 있습니다.

이 첫번째 그룹에서 의사들은 환자를 몇 개의 군으로 다시 구분합니다. 식물인간, 아니 중립적인 의학용어로 “무반응 각성 증후군(unresponsive wakefulness syndrome, UWS)”이라 불리는 이들은 주기적으로 잠이 들었다 깨어지만, 어떤 의사소통 노력, 예를 들어 “이 소리가 들리면 손을 흔들거나 눈을 움직여 보세요”와 같은 시도에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UWS 환자들은 음식을 삼킬 수 있고 하품을 하며 눈동자와 머리를 움직일 수 있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곧 이들은 호흡과 수면, 심장박동과 동공반응 등의 뇌간반사 만을 보입니다. 사람들이 아직 많이 기억할 이름인 플로리다의 테리 스카보는 심장마비를 겪은 이후 15년 동안 이 UWS 상태에 머물다 2005년 급식튜브를 제거함으로써 사망했습니다. UWS 환자는 119응급구조대, 응급헬기와 최신 의료기술에 의해 점점더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에만 만 명 이상이 병원, 요양원, 가정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이 UWS 환자들이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지만,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으며 따라서 이들에게도 의식이 있을지 모른다고 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UWS 환자들이 고통이나 괴로움, 불안, 외로움 등의 다양한 생각을 느낄 수 있는지, 혹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지를 판단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연구들은 UWS 환자 중 20%는 의식이 있으며, 따라서 이들을 UWS로 진단하는 것은 오진이라고 주장합니다. 수 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간병해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 사람이 회복가능한지를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최소의식상태(minimally conscious state, MCS) 환자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때로 자신의 의도를 힘들게 전달합니다. 웃고 울기도 하며, 소리나 몸짓을 보이며 눈으로 대상을 쫓아갑니다. 이때문에 이 환자들은 비록 모든 시간은 아니며, 최소한의 수준에서는 무언가를 경험한다고 사람들은 가정합니다.

그리고 의식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한, 전혀 다른 두 번째 집단이 있습니다. 이들의 뇌는 정상이지만 부상이나 암, 무릎과 엉치 관절 등의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마취를 통해 고통과 다른 의식적 경험을 없앨 수 있고, 움직임을 방지할 수 있으며 호흡과 다른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를 수 시간 동안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또한 수술시간 동안 자신이 깨어나지 않기를, 곧 자칫 남은 평생을 괴롭힐 두려운 기억을 가지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들이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중 마취에서 깨어나는 현상, 혹은 “마취중 각성(awareness under anesthesia)”은 대략 천 명 중 한 명에게 발생하며, 특히 움직임을 막기 위해 마취의사의 삽관술이 시행되어 몸이 마비된 환자에게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수백만 명이 수술을 위해 전신 마취를 하기 때문에 0.1%의 작은 비율이라 하더라도 매년 수천 명이 수술 중에 깨어날 수 있습니다.

수술중에 마취의 깊이를 측정하는 EEG 기술이 있기는 하지만 신생아에서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이들이 마취에 빠져 있을때 이들에게 모두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취로 인해 일시적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람이나 뇌손상으로 인해 만성적인 의식 불명에 빠진 사람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의식의 유무를 일관성있게 판단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2부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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