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전출판사 콜린스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실망스럽게도 “가짜뉴스”입니다. 그동안 기자들, 학자들, 정책 입안자들은 해당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고, 이는 가짜뉴스와 관련된 논란을 단순화했습니다. 가짜뉴스라는 용어 자체는 문제의 본질을 설명하기에 매우 부정확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 단어를 언론에 맞서거나,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왜 가짜뉴스가 만들어졌는지부터 생각해봅시다.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데는 정치적, 재정적, 심리적, 사회적 동기가 존재합니다. 심리적 동기는 개인의 만족과 연관되어 있고, 사회적 동기는 개인의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오보(misinformation)나 허위정보(disinformation)에 맞서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 동기를 각각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 요소에 대해서 말이죠.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게 만듭니다.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자아표현과 인상관리”라는 책에서 인생을 연극에 비유했죠. 50년도 더 된 이 비유는 오늘날 우리의 삶과 더 관련 있어 보입니다. 우리의 삶은 더는 개인의 영역이 아닙니다. 회사나 정부가 사적인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고, 개인의 행동, 관심사, 무엇보다 정보 소비 패턴 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소셜네트워크는 계속해서 사용자가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또 자신도 평가받는 구조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우리 “자신”은 여러 플랫폼에 산발적으로 존재합니다. 우리의 공개적인 또는 반공개적인 행동들은 상상 속의 내지는 실제 청중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에 영향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마지못해 여행, 쇼핑, 연애, 식사와 관련된 자신의 행동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료로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그 대가로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또한, 우리는 기업들이 이러한 공유를 통해 네트워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참여나 구매를 장려하고자 한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뉴스와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지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미디어가 사회적으로 변하기 전에는 오직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만이 우리가 무엇을 읽고 보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취사선택해 알려줄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소비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게시물을 받아보는지가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공간에서 말이죠. 이제 뉴스 소비는 단순히 정보를 찾는 행동이나 오락거리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받아보는 게시물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사회적 계급이나 지위를 나타내며, 나아가 정치적 신조까지 보여주죠.
미디어학자 제임스 캐리는 사람들이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는 메시지가 어떻게 송신자에서 수신자까지 전달되는지에 집중하는 “전달 모델”보다 “의식 모델”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의식 모델의 관점에서 캐리는 뉴스를 정보가 아닌 연극으로 이해합니다. 신문을 읽는 것은 정보를 보내거나 얻는 행동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각이 묘사되고 확인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라는 거죠.
현재 허위정보 공유를 막기 위해 제시된 많은 정책은 전달모델의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논란이 되는 게시물에 표시하게 하는 등의 방법이 그렇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정보 소비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죠. 하지만 오보 또는 허위 정보의 확산을 억제하려면 사람들과 정보 간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정적, 사회적 욕구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 한 해 필터 버블을 어떻게 터뜨릴 것인지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 내지는 계정의 게시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이를 생각해보죠. 우리의 모든 행동이 공개되는 소셜미디어에서, 왜 우리가 정치적 신념과 반대되는 편파적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하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연구에 필요한 트윗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행동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때로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싫어하는 한 친구가 그의 거슬리는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을 보기도 하죠.
1960년대 프랑스 지식인 기 드보르는 우리가 정보를 받는 것에서 정보를 갖는 것으로 진화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정보를 받았다는 것을 나타내거나 알려주는 단계로 나아갔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구조 때문에 오보나 허위정보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이는 왜 그런 정보가 퍼져나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는 있죠. 플랫폼을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은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보와 허위정보를 막기 위해 제시된 해결책은 사람들의 이성적인 대응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방법들이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가디언)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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