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신은 근본적인 물리법칙에 포함되는 기본원리에 국소성(locality)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나요?
A: 그렇습니다. 나는 국소성이 필수 원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지금 이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저 멀리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무관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자연의 부기장부(bookkeeping system) 또한 복잡해지겠지요. 나는 자연의 부기장부란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바로 이 주변의 정보 몇 비트만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국소성 외에 어떤 기본 원리가 있을까요?
A: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인과율(causality)도 하나의 필수 원리일 겁니다. 나는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자의 붕괴또한 결정론적 법칙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론 말이지요. 오늘날 우리는 통계적 법칙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원자가 이 순간 붕괴한 원인이 그 원자를 둘러싼 환경의 어떤 특정한 변화 때문임을 말해줄 수 있는 궁극적인 이론이 나올겁니다.
Q: 보통 우리는 벨의 정리가 양자역학에 대한 고전적 해석을 끝장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벨의 정리를 극복할 수 있나요?
A: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는 여러가지 답을 생각했지만 하나의 답을 생각할 때마다 나 스스로 그 답의 헛점 또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답은 우주 전체에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주가 하나의 빅뱅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주 전체는 공통의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은 서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퀘이서에서 나오는 광자는 다른 퀘이서에서 나오는 광자와 관계를 가집니다. 두 퀘이서가 독립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벨의 정리 또한 이를 통해 반박할 수 있습니다. 광자를 방출하는 광원과 앨리스와 밥의 조상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광원이 광자를 방출할 때 앨리스와 밥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서로 수천만 광년이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앨리스와 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그들의 조상이 있습니다. 이 조상을 이루는 원자와 광원을 이루는 원자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습니다. 모든 우주가 매우 강력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Q: 당신은 존 벨을 만난 적이 있나요?
A: 아마 80년대 초였을 겁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질문했지요. 앨리스와 밥이 무엇을 측정할지가 그들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그런 경우는 배제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내 정리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나는 다시 말했습니다. 앨리스와 밥이 내리는 결정에는 어떤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은 결국 그들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이 부분 역시 전체 그림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물리 이론은 앨리스와 밥이 어떤 것을 측정할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 특성을 측정하거나 아니면 저 특성을 측정하면 물리 이론은 각 경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말해주지요. 하지만 물리 이론은 왜 앨리스와 밥이 이 특성 혹은 저 특성을 측정하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물리학 이론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역학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우리가 답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앨리스와 밥이 자유의지에 바탕해 측정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그들의 자유의지란 사실 그들의 뇌 속에 있는 원자의 움직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움직임은 너무도 복잡해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결정이 자연 법칙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Q: 인간이 실험 과정에서 내리는 판단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의 자유도는 우리가 다루는 전체 시스템의 자유도와는 독립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A: 그 경우 우리는 벨의 부등식 뿐만 아니라 실재의 양자적 모습(quantum picture of reality)과도 모순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밥이 자유의지가 아니라 어떤 연관성을 통해 미리 결정된 방식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양자역학에는 반사실적 측정(counterfactual measuremen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편광판을 x 축으로 놓고 그 결과를 측정한 다음, 내가 만약 편광판을 y 축으로 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고 묻는 것이죠. 나는 이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x 축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입니다.
Q: 최근에는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A: 일단 나는 모든 것을 한 번 써봅니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글로 쓸 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은 매우 간단한 것들이지만 일단 그 내용을 써보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나는 더 깊이 생각하게됩니다.
지금 나는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양자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양자중력입니다. 절대적 크기(scale)에 무관한 대칭을 말하는 등각대칭(conformal symmetry)은 양자중력 에 있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래서 양자중력 이론에 등각대칭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고, 양자역학 문제는 잠시 잊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절대적 크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등각대칭이 임의적으로 깨져있기 때문입니다. 원자가 크기를 가지고 있고 시계가 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주는 초기에 빅뱅을 겪었고, 그 동안 등각대칭은 아주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등각대칭이 성립하는 동안 우주는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우리의 물리학 이론에 적절하게 포함시킬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Q: 당신도 학생일때는 양자역학의 모든 수학적 구조와 그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을 배웠을 겁니다. 언제부터 거기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나요? 학생들은 보통 그런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A: 나는 언제나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항상 하고 있는 질문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풀고 있는걸까? 나는 제대로 접근하고 있는걸까? 내가 읽은 책의 내용들은 정말 사실일까? 어쩌면 내 이론은 근본적인 면에서 틀렸을지 모릅니다. 나는 내가 완벽한 이론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있고 따라서 내가 전적으로 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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