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5편: 최후의 미개척지에서 커크 선장은 엔터프라이즈호를 빼앗아 가려는 신과 마주친 후 이런 말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신이 우주선을 필요로 하는거지?” 나는 얼마전 한 컨퍼런스에서 윌리엄 섀트너, 곧 커크 선장을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영화의 원래 줄거리는 동료들과 함께 “신을 찾아 가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주 여행을 통해 신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종교인들이 불쾌하게 여기리라 생각한 제작자는 신이 아닌 사악한 악령이 신을 흉내내는 것으로 내용을 바꾸었습니다.
자연적인 힘과 물질을 감지하도록 되어 있는 기술을 가진 우주선이 그 정의 자체로 초자연적인 신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나는 오래전 한 칼럼에서 “충분히 진화한 외계 지성은 신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스타트렉의 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원래 줄거리는 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게 된 외계 지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라야 말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숨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과학 역사학자 스티븐 J. 딕은 1982년 출간한 “세계의 복수성(Plurality of Worlds)”에서 아이작 뉴턴이 중세의 영적 세계를 기계적 우주로 바꾸면서 만들어진 텅 빈 공간을 현대의 외계지성 탐색이 채웠다고 썼습니다.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는 1995년 펴낸 “우리는 혼자일까?(Are We Alone?)”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오늘날 외계인 탐색 연구의 바탕에 고대의 종교적 추구 비슷한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역사학자 조지 바살라 역시 2006년 출판한 “우리 우주의 문명화된 생명(Civilized Life in the Universe)”에서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외계의 존재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도, 과학적인 것도 아니다. 이는 종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루어온 개념이다.”
이러한 가설을 지지하는 실험적 증거 또한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노스다코다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클레이 러틀리지는 2017년 신앙과 외계지성의 존재에 대한 믿음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를 학술지 “동기와 정서(Motivation and Emotion)”에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인간의 삶은 결국 무의미하며 우주적으로 인간은 시시한 존재이다”라는 글을 읽은 연구 참여자들이 “컴퓨터의 한계”라는 글을 읽은 참여자보다 외계 지성의 존재를 믿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 이들은 스스로를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로 생각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말한 이들보다 외계지성의 존재를 믿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세번째 연구와 네번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종교성, 삶의 의미, 생활수준,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 신앙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의 다섯 항목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당장 삶의 의미가 낮을수록,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생각이 높을수록 외계 지성의 존재를 더 믿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이나 생활 수준은 외계 지성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무관했습니다.
위의 연구들을 통해 저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외계 지성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삶의 의미를 찾게 만드는 존재론적 기능을 한다. 곧 어떤 이들은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전통적 종교의 교리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종교와 비슷한 기능을 해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통적 종교의 교리란 초자연적 현상을 말합니다. “외계 지성의 존재를 믿는데에는 이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충돌하는 초자연적인 힘이나 존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곧 저자들은, 신을 믿지 않지만 이 드넓은 우주에 단 우리 인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인간이 더 크고 더 의미있는 우주적 이야기의 일부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없는 만큼이나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증거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맹목적으로 둘 중 하나를 믿거나 혹은 증거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일 것입니다. 나는 신이 충분히 진화해 신처럼 보이는 외계 지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계 지성의 존재를 믿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아마 커크 선장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선실의 의사에게 한 신에 대한 이 말이 정답일 것입니다. “어쩌면 신은 저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닐지 모르네. 여기 인간의 마음에만 존재하는 거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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