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사람의 상징과도 같은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은 홀로 바닥을 쳐다보며 손에 턱을 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의 착각: 생각이 혼자만의 것이 아닌 이유(The Knowledge Illusion: Why We Never Think Alone)”의 저자들은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브라운 대학의 스티븐 슬로먼과 콜로라도 대학 리즈 경영대학원의 필립 펀바흐는 우리의 지적 능력은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물건에 의존하며, 단지 우리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지식을 공동체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가레쓰 쿡과 슬로먼의 대화입니다.
Q: 당신은 우리가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뜻인가요?
A: 사람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이 가진 이해의 깊이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 실험 중에는 이를 직접 증명한 다양한 실험들이 있습니다. 예일의 위대한 심리학자인 프랭크 카일과 그의 학생들은 오늘날 지식의 착각(knowledge illusion)이라 부르는 현상, 곧 사람들이 자신의 설명 능력에 가지는 착각을 처음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퍼, 화장실, 볼펜 등의 여러 대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이 7점 척도에서 중간에 해당하는,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카일이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 작동방식을 물었을때 사람들의 답은 형편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가장 간단한 물건의 작동 방식조차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다시 그들의 이해 정도를 묻자 그 값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들은 직접 설명을 해보고 나서야 자신이 가진 착각을 깨우친 것입니다. 우리는 물건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처럼 대상을 바꿔가며 실험해 보았고, 사람들의 지식에 대한 착각은 반복해서 발견되었습니다. 심리학자 매튜 피셔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믿음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능력 또한 실제보다 과신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간접적인 증거 중에는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인의 약 50%는 항생제가 바이러스가 아니라 미생물을 죽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대법관의 이름을 한 명이라도 댈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레베카 로손은 사람들이 충분한 도움을 받더라도 자전거를 제대로 그릴 수 없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할 때 크게 놀랍니다.
Q: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네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A: 인간의 추론은 몇 가지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대부분의 결론은 직관에 의한 것입니다. 직관의 특징은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직관이 내리는 결론만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직관은 기억에 저장된 결론을 바로 가지고 옵니다. 우리는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는 과정을 관찰할 수 없습니다. 오직 그 결론만이 의식에 전달될 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대부분은 18세기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났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우리 대부분은 역사학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억에서 사실을 꺼내올 뿐입니다. 자신의 기억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이 사실을 제대로 정당화할 수 없으며, 사실 기억에서 어떻게 이 정보를 꺼내오는지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마음에 이 사실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물론 직관은 기억보다 조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직관은 고도로 정교한 패턴 인식이 가능합니다. 만약 나에게 프랑스 혁명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피상적이고 정말로 중요한 많은 사실을 놓치겠지만, 크게보면 대체로 맞는 이야기일 것이고 이는 내가 가진 직관 시스템이 합리적인 세상의 작동방식을 포함할 정도로 정교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그 때 프랑스 왕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목이 잘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잡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목을 자르기 위해서는 그를 먼저 잡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목이 잘렸다는 것은 내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목이 잘렸다는 것을 역시 기억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즉, 직관은 정말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측면에서는 큰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인지과학자 토마스 란다우어는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오늘날 USB 드라이브보다 작은 1기가바이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직관보다 더 강력한, 어떤 것을 곰곰히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는 숙고(deliberating)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자주 하지 않으며, 특히 혼자서는 이를 잘하지 못합니다. 즉, 이를 잘하기 위해 여러가지 도움을 필요로합니다. 우리는 칠판이나 컴퓨터와 같은 도움이 되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깊은 생각은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 미팅을 하고 의사들이 전문의와 상담하는 이유가 이것이며, 누군가 분노하거나 혼란에 빠졌을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믿음을 혼자서는 정당화하지 못하는 반면, 집단은 무언가를 정당화하는데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정당화가 꼭 철학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적인 지지가 커다란 확신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