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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한 남자(1/2)

레너드 서스킨드가 배관공이라는 집안의 전통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날, 가족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상남자였죠.” 서스킨드 교수는 웃으며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뭘 할려고, 춤꾼?’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뇨 춤꾼은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물리학자가 될거에요.’ 그는 물리학자를 약사로 잘못 들었지요. ‘너를 고용할 약국은 없을거야.’ ‘아뇨 약사가 아니라 물리학자라구요.’ 그는 물었습니다. ‘물리학자가 뭐하는거냐?’ 나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 말이에요.’ 그는 충격을 받았지만, 내 말을 알아들었어요. 어머니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죠. ‘우리는 굶어 죽을거야.’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며 말했어요. ‘입 닥쳐, 얘는 아인슈타인이 될거야.’” 서스킨드는 아인슈타인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우 유명한 물리학자가 되었습니다.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을 통일하려는 매우 복잡한 수학인 끈이론을 만든 사람 중의 한 명인 그는 지난 35년 동안 스탠포드 대학의 물리학 교수로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반항적인 행동과 스티븐 호킹 및 다른 물리학자들과의 논쟁 때문에 “물리학계의 악동”이라는 불리는 그에게는 학위가 없는 이도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최신작인 “고전 역학: 물리의 정석(Classical Mechanics: The Theoretical Minimum)”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책을 기초 물리학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이라 불렀습니다. 그의 온라인 강의 시리즈인 “물리의 정석” 내용을 바탕으로 그는 현대 물리학을 가볍게나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데이터 엔지니어인 아트 프리드만과 함께 쓴 양자 역학에 대한 그의 ‘물리의 정석’ 책의 서문에 분명히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편안한 유머들 때문에 이 책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 책의 목표는 어려운 내용을 ‘가능한 한 쉽게, 하지만 그보다 더 쉽지는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어려웠고, 그러니 이 책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래 문장을 읽을 때 그 사실을 깨달았죠. “이 여행을 우리와 같이 하기 위해 당신이 물리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미적분과 선형대수의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32페이지에 나오는 “직교 벡터”와 “정규 직교 기저”라는 단어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계속 읽어 나갔고 “관광버스를 어찌해서 놓친, 캘리포니아에서 온 두 물리학 초심자”인 레니와 아트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각 장의 다채로운 소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이미 내 관광버스를 놓친지 오래였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인터뷰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두려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곧 알게되었습니다. 서스킨드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왜 인터뷰를 하고 있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만,” 그는 인터뷰 전 이메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뭐 될대로 되라죠.”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물리학을 택하게 된 이유를 흥미롭게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짜증을 낸 건 단 한 번, 내가 그에게 스티븐 호킹을 누구의 집에서 만났는지를 다시 한 번 물었을 때였습니다. “베르너 에르하르트에요. 한 번 찾아보세요.” (에르하르트는 뉴에이지 수행을 만들어 큰 재산을 모은 철학자이며, 뛰어난 물리학자들의 모임을 자주 만드는 일종의 “물리학 팬”입니다.)

서스킨드와 호킹이 지금은 악명높은 블랙홀 전쟁이라는 이름의 논쟁을 시작한 것은 1981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르하르트의 집에서였습니다. 블랙홀 전쟁은 서스킨드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호킹은 당시 블랙홀에 떨어진 물질은 영원히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만약 그가 옳다면 우주의 근본 법칙은 모두 새로 쓰여져야만 했습니다. 서스킨드와 같은 양자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 중에는 정보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있습니다.

서스킨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킹의 주장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블랙홀의 기하학을 그려보려 애썼고, 마침 날씨가 우중충했기에 창문에는 성에가 껴 있었습니다. 길이 막히기 시작하자 나는 손가락으로 창문에 다이아그램을 그렸습니다. 그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나는 도저히 그가 옳다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주장에서 틀린 점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지요.”

물리학의 두 위대한 이론, 곧 중력을 기술하는 일반 상대론과 다른 모든 것을 기술하는 양자 역학의 충돌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서스킨드는 블랙홀에 흡수된 정보가 실제로는 보존된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이는 그가 호킹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두 사람은 친구였고 서스킨드는 캠브리지에서 보낸 마지막 날을 호킹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딸과 여자 친구, 그리고 내 집사람과 내가 주로 이야기했지요. 그는 저녁 식사 중에 대여섯 번 대화 중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는 아주 뛰어난 위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가 그런 난관 속에서 맑은 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호킹이 과학에 끼친 공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그는 정확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때로 이것은 정확한 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호킹과 비슷하게 서스킨드 역시 매우 드문 “유명 물리학자”중의 한 명입니다. 그는 스탠포드 캠퍼스와 그가 사는 팔로 알토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면, 나는 그 사람과 악수하고 그에게 물리학을 좋아하는지 묻습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사람이에요. 나는 정말 대화를 좋아하지만 내 삶은 매우 단순합니다. 나는 아내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클래식 기타를 조금 칩니다. 아내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는 자신이 받는 이상한 이메일들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최소 하루에 열 통 이상의 이메일을 받아요. 어떤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거나 아니면 내가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지요. 목사님들은 내가 그 사람들에게 잘해주기를 바라지만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숙녀 분은 자기 개를 잃어버렸다며 내 끈 이론을 이용해서 그 개와 이야기할 수 있는지 묻더군요. 끈 이론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와 자신을 옴쭉달싹 못하게 묶어버렸다고 말하는 여자도 있었습니다. 내가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 그는 그런 메일에 답을 할까요? “아뇨, 나는 이메일에 조금이라도 ‘여기 내가 생각한 이론이 있습니다’라는 느낌이 나면 지워버립니다. 하지만 진짜 물리학의 문제나 도움을 요청할때는 답을 하려 노력합니다.”

(텔레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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