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류는 다시 한번 기계와의 대결에서 패했습니다. 추상적인 전략을 이용하는 보드게임인 바둑에서 구글의 알파고는 세계 1인자를 물리쳤습니다. 바둑은 극히 복잡한 게임으로 이번 승리는 다시 한번 기계학습 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은, 그러나 어쩌면 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같은 기간 동안 이루어진, 일류 바둑기사들이 알파고와 팀을 이루어 대결을 펼친 일입니다. 이들은 알파고의 기보를 보며 새로운 전략을 배웠고 알파고를 통해 새로운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선사합니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크게 과장된 것이라는 사실에 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이 동의합니다. 이들은 다가오는 특이점(Singularity)을 걱정하기보다는 다중성(Multiplicity), 곧 사람들과 기계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중성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하는 다양한 작업에는 이미 기계학습과 집단 지성, 클라우드 컴퓨팅의 조합이 녹아 있습니다. 문서를 찾고, 스팸 메일을 거르고, 외국어를 번역하고, 뉴스와 영화를 찾고, 지도에서 길을 찾고,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는 일에 모두 이 조합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 기능을 생각해봅시다. 구글은 사람들이 특정한 검색어에 대해 어떤 링크를 무시하고 어떤 링크를 클릭하는지에 관한 엄청난 정보를 바탕으로 그 검색어에 대한 검색 결과를 수정해 나갑니다. 스팸 메일 필터도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누군가가 어떤 이메일을 스팸 메일로 판단하거나 그와 관련된 필터를 만들면 이 사실은 더 정교한 필터링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용됩니다.
다중성은 아마존이 책을 추천할 때, 넷플릭스가 영화를 추천할 때, 그리고 페이스북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글의 순서를 결정할 때도 사용됩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호를 클릭을 통해 표현하며 통계적 처리를 통해 이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바로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제품을 묶는 것으로, 여기에는 비슷한 사람들은 취향도 비슷하리라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끊임없는 피드백은 새로운 제품이나 사람들의 취향 변화에 맞춰 시스템이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과학자들이 아직은 이 다중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지만, 기계에 다양성을 허용했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는지는 점점 더 밝혀지고 있습니다. “앙상블 학습”은 한 가지 결과를 위해 여러 알고리듬을 조합하는 기술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UC 버클리의 레오 브레이만과 아델 커틀러에 의해 개발된 “랜덤 포리스트”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이즈가 낀 데이터를 가진 복잡한 문제에 있어, 한 가지 트리를 사용한 방법보다 여러 트리를 묶어서 사용하는 이 방법이 적어도 그 트리들이 충분히 다양하기만 하다면 언제나 더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지난 수 세기 동안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연구가 사회의 다양성이 주는 이득에 대해 계속 보고해 왔습니다. 집단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사회과학의 실험들은 그 집단의 평균 IQ보다도 다양성이 문제 해결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아마 기계학습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분야일 딥러닝 역시, 수백만 개의 변수를 사람들이 이름 붙인 음성이나 이미지 등의 다양한 훈련 데이터로 학습함으로써 결정합니다.
로봇공학 분야에도, 특히 최근 발달한 자율주행 기술에도 다중성을 말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간 운전자의 운전 데이터는 역시 다양한 운전 조건에 대한 적절한 반응으로 간주되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산 하드웨어에서 돌아가는 다수의 통계적 기계학습 알고리듬을 학습합니다. 자율 주행 시스템은 도로, 날씨, 교통 체증의 변화, 그리고 인간의 기대가 바뀌는 것에 따라 계속 바뀌어야 합니다. 이는 인간이 시스템에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날 다수의 정교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협력함으로써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도움이 없다면 이 시스템들은 금방 시대에 뒤떨어지고 무용해질 것입니다. 비록 인간 공학과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기계와 가장 효율적으로 협력하게 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게 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이 기계와 새로운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다중성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기계를 두려워하게 만들기보다는 기계를 통해 인간이 더 큰 힘을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어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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