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할랄 매니큐어, 들어보셨나요?

작년 여름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저는 결혼식을 앞둔 신부였습니다. 모로코에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무슬림 입국 금지”라는 말이 너무 터무니없게 들렸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결혼식과 동시에 추진하던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웹커뮤니티 무슬림걸닷컴(muslimgirl.com)과 매니큐어 제조업체 오를리(Orly)가 함께 하는 콜라보 프로젝트였죠.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무슬림 여성, 나아가 무슬림 커뮤니티 전체는 미국 주류 산업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집단입니다. 특히 봄, 여름에는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패셔너블한 옷을 찾기 힘들고, 맛있는 간식에는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제품을 조금씩 수정해 돼지고기나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는 “할랄(아랍어로 ”허용되는“이라는 뜻)”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미국의 무슬림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여러 분야에서 구매력이 꽤 높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사람들은 “할랄”이라는 말을 들으면 주로 음식을 떠올립니다. 할랄 식품은 미국에서만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산업으로 성장했죠. 하지만 할랄은 음식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뷰티 상품, 의약품, 가정용품 등 수많은 제품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할랄 매니큐어를 찾기는 늘 쉽지 않았습니다. 결혼식 때 바를 완벽한 매니큐어를 찾아 헤매던 저는 모로코로 출국하기 2주 전, 오를리에서 새로 출시한 “브리더블(Breathable)”이라는 제품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비건 매니큐어로, 알코올과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이었죠. 또한, 손톱을 완전히 외부와 차단하는 기존 매니큐어와 달리 손톱이 ”숨을 쉴 수 있는“ 포뮬라라는 점도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무슬림 여성 가운데는 신체 일부에라도 물이 닿지 않게 차단돼 있으면 기도 전 몸을 씻는 행위가 무의미해진다고 믿어 매니큐어를 바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무슬림 여성을 소외시켜 온 미국 주류 뷰티 업계의 행태에 좌절감을 느끼던 참이라, 이번 기회에 무슬림걸스닷컴과 오를리 간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면 인식 제고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식 직전 오를리에 연락해 제 아이디어를 전했죠.

1년이 지난 지금 이 아이디어는 오를리가 출시한 “할랄 페인트”라는 신제품으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뷰티 업계의 유명 브랜드가 무슬림 여성들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으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뷰티“는 제 인생의 큰 관심사였고,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무슬림들은 오로지 국가 안보나 테러의 맥락 속에서만 주로 언급됐습니다. 정치인들은 훈련받은 경찰이나 정보기관 관계자에게보다 길모퉁이에서 할랄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평범한 시민 모하메드에게 더 큰 기대를 거는 듯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무슬림 커뮤니티에게 “규탄”할 것을 종용하고, 무슨 기미가 보이면 “신고”하라고 압박하죠. 이미 여느 미국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그 모든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테러를 저지른 무슬림들 가운데는 가족이나 친구가 신고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FBI나 경찰 당국조차도 모든 테러를 미리 방지할 수 없는 마당에, 평범한 시민들이 어떻게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도 무슬림으로서 저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로 비난을 받고, 사과를 강요당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끔찍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는 일에 대해 입 밖으로 꺼내어 규탄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은 적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꽤 불쾌한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신체적인 위협을 느낀 적도 있죠.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이라크 출신도 아닌데 “이라크로 돌아가라”는 말도 들었고,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니 머리에 쓰고 있는 수건/거적때기/자루를 벗어라”라는 말도 들었죠. 일터에서 “무슬림 엿 먹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저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욕하는 한 남자가 입은 티셔츠에는 “무하마드 알리는 가장 위대하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죠. 어찌어찌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 사람은 “이슬람교가 우리를 미워한다”며 무슬림 입국 금지를 말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난하다가도 수십억 달러어치 무기 계약은 계약대로 맺었죠.

올해 저는 남편 없이 혼자서 라마단을 보내고 있습니다. 홀로 금식하고 있죠. 결혼하고 처음 맞는 라마단인데, 남편은 모로코에서 두 달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차례 남편의 비자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고, 남편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가끔 제가 모로코로 가서 사는 생각도 해보지만, 제가 미국을 떠나 모로코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엄마처럼 저를 길러준 할머니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매니큐어 프로젝트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제품이나 제 개인의 관심사를 넘어, 미래 세대에 물려줄 가치를 봅니다. 누구에게나 선택지가 주어지는 사회,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여전히 미국인인 동시에 무슬림인 사람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슬림 커뮤니티가 동질적이지 않은 집단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죠. 무슬림이라고 반드시 중동 출신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슬림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전부터 이 땅의 일원이었고 늘 미국 내에 존재해왔습니다. 제 손은 작지만 저는 이 손으로 다리를 만들고, 천장을 깨고, 벽을 부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쁜 손톱을 한 채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저는 이 무슬림 여성에 의한, 무슬림 여성을 위한 매니큐어가 저항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슬림이 소외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자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이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어떤 이는 입국 금지와 벽을 이야기할 때 저는 매니큐어로 미국 주류 사외와 무슬림 간의 다리를 놓고 싶습니다. (뉴욕타임스 위민인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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