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 이유(2/2)

더 확실한 사실을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동물 수컷들에게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를 주고 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조류학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의 증가가 수컷이 여러 둥지를 동시에 만드는 능력과 경쟁자를 쫓아내는 능력을 향상시켰고 보충제를 먹지 않은 새들에 비해 더 많은 자식을 만든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특히 원래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수컷들 역시 이와 동일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테스토스테론이 번식 적합성에 유리한 상황에서 왜 모든 수컷이 그렇게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지지 못할까요?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용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를 먹이로 먹은 새들의 생존력은 떨어졌습니다. 이들의 지방 비율은 낮아졌고 번식기를 힘들게 넘겼습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는 오늘날 인간 남성들에게도 매우 인기있는 영양제이며 이들을 살펴 보는 것도 테스토스테론이 번식과 수명 사이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아직 테스토스테론이 수명을 낮추는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이를 암시하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4년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섭취하는 나이든 남성은 섭취 이전에 비해 섭취 90일 뒤의 급성 비치명성 심근 경색 확률이 더 높음을 확인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상승은 근육을 키우는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나이든 이의 다른 장기들이 늘어난 신진대사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신진대사의 변화만 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의 일생에서 이 호르몬은 면역능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일대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스턴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마초는 몸에 나쁘다(Macho makes you sick)”. 남자는 실제로 여자보다 감염에 종종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잠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남자는 여자보다 감염 기회를 더 많이 접하게 됩니다. 또한 병균과의 싸움에서 남자가 화학적으로 더 불리하다는 가설이 있으며 이를 지지하는 증거가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면역 기능을 억제하지만, 여성의 주된 성 스테로이드인 에스트라디올은 오히려 면역 기능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은 자가면역 질병에 더 취약하며, 이는 또한 에스트라디올이 번식에 주는 잇점에 대해 자연이 여성에게 부과한 댓가이기도 합니다.) 야생 조류, 파충류, 포유류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면역 기능을 저하시키며 감염의 가능성을 높이고, 그 결과 생존확률을 낮추게 됩니다. 인간이 이들에 포함될지는 더 두고보아야 하지만, 질병 감염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 대한 자료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 온두라스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말라리아에 걸린 이들에 비해 걸리지 않은 이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낮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감염된 이들을 치료하자, 이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의 수치로 돌아갔습니다.

감염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질병 중 한 종류에 불과합니다. 테스토스테론과 다른 성 호르몬은 높은 암 확률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전립선 암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집단은 전립선 발병률 또한 높게 나타납니다. 다시 한 번 섹스는 케이크를 이깁니다.

그럼 남자는 왜 이런 부정적인 테스토스테론을 감내하는 것일까요? 다윈주의적 설명은 잠재적 번식 이득이 포유류 암컷에 비해 수컷에게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짝짓기 기회는 수컷의 적합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제한조건입니다. 이상적이라면 수컷은 1년에 다른 100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으며 100마리 이상의 자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암컷은 그렇지 않습니다. 포유류와 다른 영장류, 그리고 인류 사회에 일부다처제가 흔히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수컷과 암컷 사이의 적합성 조건의 차이 때문입니다. 여성 역시 더 많은 짝짓기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는 없습니다. 즉, 포유류 수컷이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고비용의 호르몬을 가지고 근육과 같이 유지하기 힘든 신체기관에 투자하고 또 위험한 행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잠재적 적합성의 댓가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런 설명은 당신이 수백만 년 전 홍적세에 살고 있는 인간의 조상이라면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남성들도 그럴까요? 아마 맞을겁니다. 인간은 문화에 의해 엄청난 영향을 받지만, 그렇다고 자연선택이 만든 유전적 특징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 사실이 인간이 다른 번식 전략을 진화시킬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록 위험한 행동과 수명을 깎는 고비용의 전략을 택하기는 했지만, 남성은 또한 부성 투자(paternal investment)라는 다른 종류의, 영장류와 포유류 등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번식 전략을 진화시켰습니다. 부성 투자는 수컷이 자식의 성장을 돌보는 것입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건강과 수명이 다시 중요해지며, 이를 위해 근육과 위험한 행동은 뒷전으로 물려야 합니다. 실제로 남성은 아버지가 되고 양육에 참여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고 체중이 늘어납니다. 즉, 부성은 건강에 유익한 것입니다.

나는 남자, 혹은 인간에 대한 자연선택 과정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진화가 우리에게 준 짧은 수명과 열악한 건강상태를 좀 더 견뎌야 할지 모르지만, 진화의 핵심은 시대에 따라 바뀝니다. 인간은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생리적 특징은 바로 크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 긴 수명, 긴 유년기, 많은 자원이 필요한 양육과정과 같은 인간의 특징입니다. 또한 이런 특성이 우리가 어떻게 지구상에 70억명 이상의 수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인간은 부모의 양육과 같은 진화적 성공을 이끈 뛰어난 번식 전략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들이, 우리가 여전히 번식을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이 수명과 건강에 해를 입히지 않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북부 쿠올 보다는 남성의 처지가 훨씬 낫지만 말이지요. 어쨌든,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1부로

(노틸러스)

원문 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 5번째 단락에
    그렇다고 더 많은 자식을 나을 수는 없습니다-> 낳을 수
    로 바꾸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번역 감사드립니다.

  • 이걸 거울 뉴런 가설과 조합하면, 구석기시대에는 인류가 양보다 질을 추구하고 지금보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졌지만, 구석기 시대가 끝나면서 거울 뉴런을 획득하고 빙하기의 끝으로 좋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힘들어 지면서 질보다 양을 추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지게 된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동성애와 관련된 문제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음. 물론 위의 가설들이 다 들어맞아야 겠지만.

Recent Posts

[뉴페@스프] “레드라인 순식간에 넘었다”… 삐삐 폭탄이 다시 불러온 ‘공포의 계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3 시간 ago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4 일 ago

[뉴페@스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문건… 정작 묻히고 있는 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뻔한 정답 놓고 고집 부린 결과”… 선거 진 민주당 앞의 갈림길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을…

7 일 ago

[뉴페@스프] 독서의 대가로 돈을 준다고? 중요했던 건 이것과 ‘거리 두기’였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