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박사과정 당시 나는 진화를 연구하기위해 남아메리카의 밀림 속 수렵채집 부족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나는 선교사가 선물로 준 듯한 낡은 야구모자를 쓴 한 남자와 마주쳤습니다. 모자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남자의 삶은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서는 남자, 안 서는 남자, 죽은 남자(Stud, Dud, Thud.)” 한 사람의 평생의 연구 결과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몇 달러에 살 수 있는 모자에 요약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경험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과학이 가진 매력일 겁니다.
이제 젊은 남성이 사고와 위험한 행동에 의한 사망 사건을 자주 겪으며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며 보험회사에게도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또한 남성은 환경이나 생활습관과 무관하게 여성보다 일찍 죽으며 몇몇 암과 심장병에 대해 더 일찍, 그리고 더 많이 걸립니다. 실제로 남성은 미국의 사망에 있어 거의 80%를 차지하는, 사망원인 순위의 1위부터 15위까지의 원인들에 대해 여성보다 더 높은 사망확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진화적 요인이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문제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자연선택은 남자들과 어떤 계약을 맺은 걸까요? 이것은 학문적으로도 확실히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50대에 접어든 나로써, 흰 머리가 하나 둘 씩 늘 때마다 나는 이 문제가 나와 직접 관련된 문제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수컷의 짧은 수명과 높은 사망위험은 다양한 생물 종에게서 관찰됩니다. 자연선택은 건강이나 활력, 장수와 관련된 형질을 반드시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일생 동안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형질을, 진화심리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적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수명을 줄이거나 건강을 나쁘게 만들어도 적합성이 높아진다면, 진화는 그 형질을 선호할겁니다. 이는 결국 섹스가 생일 케이크보다 좋다는 뜻입니다.
이런 수명과 번식 사이의 관계는 여성에게는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임신, 출산, 수유는 육체적으로도 고된 일이며, 에너지의 면에서도 많은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더 많은 아이를 가진 여성은 더 많은 산화 스트레스를 가지며, 이는 폐경 이후의 노화가 가속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시골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적인 2006년 연구에서 더 많은 자식을 가진 여성은 폐경 이후의 수명이 더 짧았습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번식을 위한 노력이 수명을 갉아먹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떨까요? 남자는 임신을 하지 않지만 번식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이는 노년기에 치명적입니다. 이런 “번식에의 노력”은 위험한 행동에 참여하거나 몸집, 특히 어깨, 등, 팔 등의 남성에게만 발달하는 특정한 근육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남자의 근육을 일생동안 유지하는데 드는 대사 비용은 여성의 임신과 수유에 필요한 대사 비용에 필적하지만, 그래도 이 근육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이런 서로 충돌하는 신체 기능 사이를 관리하는 어떤 생리학적 기제를 진화시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충돌을 관리하는 가장 명백한 신체 요소가 바로 호르몬입니다. 남자에게 테스토스테론은 근육과 번식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처럼, 여기에도 비용이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종종 남성 호르몬으로 불립니다. 여성도 이를 생산하지만, 그 양은 훨씬 적습니다. 턱수염을 나게 하고 목소리를 깊게 만드는 것과 같은 성적 효과 외에도 테스토스테론은 인간의 에너지 비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화 호르몬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동화작용을 증진시키며, 곧 근육을 키우고 대사를 촉진하며 근육의 열량 소비를 늘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또한 지방 세포를 태웁니다. 그리고 성욕을 키우며 기분을 고양시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이렇게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는 듯이 보이지만, 또한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방을 태움으로써 더 근사한 모습을 가지게 되지만, 한편으로 야생에서 낮은 체지방은 식량부족과 감염에 더 취약해짐을 의미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증가가 번식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건강 요소에는 해를 끼치는 것은 여러 생명체들에서 관찰됩니다. 호주 유대목의 하나인 북부 쿠올(northern quoll)을 봅시다. 쿠올의 수컷은 일생 동안 단 한 번의 짝짓기 시기에 극적인 테스토스테론 증가를 겪으며, 이 시기 동안 수컷은 싸움과 지방의 부족으로 인해 낮은 생존확률을 가지게됩니다. 북부 쿠올의 암컷은 3년을 살지만 수컷은 운이 좋아야 1년을 살 수 있습니다. 생태학자 제이미 하이니거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들[수컷]은 마치 죽음과 성관계를 가지는 것 같다.”
인간에게 테스토스테론이 수명과 노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 미묘할 뿐 아니라 이를 제대로 계산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겠지만, 적어도 남성의 짧은 수명에 이 호르몬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남성에세 테스토스테론을 변화시켜가며 이를 측정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실험이 될 것이기에, 연구자들은 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과거의 자료를 들여다봅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중국과 오토만 제국에서 특정 종파의 남자들은 그저 성기만이 아니라 음경과 음낭을 포함한 전체 생식기를 절제했습니다. 전근대 대한민국의 왕궁과 17-18세기 유럽의 소년 합창단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습니다. 거세는 다른 민족들에게서도 발견되지만, 위의 세 가지 집단의 특징은 이들의 수명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인과 소년 합창단의 거세된 이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더 오래 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시들의 수명은 더 길었습니다. 과학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이 세 집단에 대한 연구가 모두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영양이나 사회경제적 위치와 같은 다른 요소들이 테스토스테론과 무관하게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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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5번째 단락에
적어도 번식을 위한 노력이 수명을 갈아먹는 것은-> 갉아먹는 것은
이 아닐까요?
좋은 기사 선택과 깔끔한 번역 감사드립니다.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일단 이 글만 본다면 한국 내시들은 그 자체가 권력층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내시가 되기 위헤 스스로 거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수명이 길어졌을 수도 있겠네요. 뭐 2부를 봐야 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