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파견하는 등 병력을 증강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더욱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를 먼저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원유 수출 중단, 고려항공 비행 금지, 공해 상에서 북한 선박 화물 압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한 간접 제재 등이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법을 모색하기로 하고, 특히 미국 정부 내 안보 관련 부처에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실질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적 제재안을 비롯한 대응책을 상세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예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물자를 막아버리는 완전 격리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태도에 따라 제재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제재안도 있고, 유엔을 통해 국제사회와 공조해야 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UN 안보리를 거칠 경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무적함대”라 부른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포함한 해군 전력을 한반도 지역에 예정에 없이 파견하고,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대항한 적대적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북한 핵시설이나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방안은 여전히 최후의 수단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적어도 아직은 경제 제재나 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이 거부하지 않을 경우) 유엔이 취할 수 있는 제재안으로는 북한에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거나 북한 국적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국제선 취항 금지, 공해 상에서 북한 국적 선박의 화물을 수색하고 필요하면 압류하는 방법 등이 있다. 미국 관리는 화물 수색의 경우 현재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상적인 검색 수준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압박 수단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부가 파견한 노동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계약을 맺지 못하게 하고, 현재 북한의 석탄 수출 제한을 수출 전면 금지로 격상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외화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북한의 수출품목 가운데 네 번째를 차지하는 대중국 해산물 수출을 금지하고 김정은 일가의 해외 재산을 더 적극적으로 압류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 관리는 아직 제재 대상과 범위, 강도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과연 골치 아픈 동맹국인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데 얼마나 동참할지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도 최근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정상회담을 했던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지난 12일 다시 전화를 걸어 한 번 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현행 유엔 대북 제재안에 따라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을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낸 중국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트럼프는 중국도 (대북 제재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시 주석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지만, 회담에 앞서서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 소극적으로 나오면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나 기업을 독자적인 제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중국 정부 하기 나름이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제재가 시행되면 중국도 분명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던 이란을 압박해 마침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핵 프로그램 전체를 동결했던 경험을 살려 북한에도 같은 방법을 쓰려 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 기업을 제재하는 식으로 이란의 경제를 옥죄었다. 또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현재 대북 경제 제재 수준은 이란에 했던 것보다 훨씬 약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징계하는 이른바 “간접 제재(secondary sanctions)”는 중국 정부의 반발을 살 수 있어 대북 제재에 꼭 필요한 공조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또한, 이란이 이제 갓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단계였다면, 북한은 이미 수차례 성공적인 핵실험을 한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국무부에서 대이란, 대북한 제재와 관련해 일했던 전직 관리 조셉 디토마스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제재를 받는 나라가 정말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고 판단해야 전략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전세계 모든 나라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주요 당사국은 적극적으로 제재에 동참해야만 금수(禁輸) 조치가 효과를 볼 겁니다. 모든 물자는 아니라도 석유 같은 핵심 물자를 차단하거나 달러 등 외화가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효과적으로 옥죄려면 여러 나라의 물샐 틈 없는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제재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독자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는 예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언제나 국제 관계에서 한 나라의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해 왔으며, 특히 그런 제재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여기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중국의 인내심도 줄어들고 있다. 중국 신문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한반도 지역에 증파되는 미 해군 전력에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 무모한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또 한 번 도발을 감행하면 이번에는 중국 사회가 “원유 지원 전면 중단”을 비롯해 전에 없는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승인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글이 주로 실리지만 항상 중국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춘 글만 싣는 건 아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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