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밀려드는 주문’
우버에서 경제 정책 연구를 총괄하는 조나단 홀에게 우버의 제품개발팀 직원과 데이터 과학자들이 맡은 역할이 징가 같은 게임회사의 개발자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지 물었습니다. 홀은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함의는 사뭇 다르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렇긴 합니다만, 징가 같은 게임회사들이 제일 걱정하는 건 과연 이 게임이 재미있느냐 그 자체겠죠. 게임회사들은 몇 가지 장치를 넣어 고객이 이 게임을 조금 더 하게 유도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을 겁니다.”
홀은 게임을 얼마나 하느냐든 우버 영업을 더 할지 말지 결정하는 문제든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전략이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상첨화랄까요?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따로 있고, 거기에 효과를 조금 더 늘리냐 마느냐 정도의 문제죠.”
우버가 메시지를 보내 소득 목표를 정하거나 이익보다 손실을 부각해 운전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조나단 홀의 지적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운전자 한 명의 운전 습관이나 영업 계획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우버 회사 전체로 보면 대단히 큰 변화로 귀결될 수 있는 일입니다.
댈러스에서 우버 매니저로 일했던 존 파커는 특정 시간대에 도로 위에 우버 차량이 20% 늘어나면 (공급 부족으로 생기는) 요금 인상을 크게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우버가 운전자를 수급하기 위해 이용하는 몇몇 심리적 특징이 미치는 효과는 엄청난 예도 있습니다.
지금 태우고 있는 손님을 목적지에 내려주기도 전에 다음 손님의 콜을 앞당겨 받는 알고리즘을 예로 들어봅시다. 리프트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고객으로서는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빈 차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것보다 곧 2분 거리에 손님을 내려주고 바로 나를 데리러 오는 차를 타는 게 더 낫습니다. 운전자가 고객의 콜을 미리 받고 더 빨리 움직이면 손님의 대기 시간은 줄어듭니다.
손님의 주문이 계속 밀려들면 자연히 운전자는 영업을 더 오래 하게 된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사실입니다. 차량의 안정적인 공급은 우버나 리프트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우버나 리프트의 설명은 대동소이합니다. 리프트의 제품 책임자 케빈 팬은 말합니다.
“운전자들의 애로사항을 물으면 늘 ‘빈 차로 다니는 것’이 제일 싫다는 답이 나옵니다. 주문이 띄엄띄엄 들어오면 운전자들은 그날 영업을 종료할 겁니다. 운전자가 계속 바쁘도록 고객의 주문을 보내주는 것도 회사 차원에서는 중요한 일입니다.”
끊임없이 주문이 밀려들어 쉬지 않고 일하고 싶은 운전자들의 심리는 당연합니다. ‘벌 때 바짝 벌자’는 사람의 심리가 그렇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렇게 쉼 없이 밀려오는 주문을 받고 처리하다 보면 운전자는 이내 주문에 치여 자기 뜻대로 시간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동으로 다음 주문이 미리 준비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의 ‘다음화 보기’ 버튼입니다.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TV를 보게 하는 빈지워칭의 주원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다음화 보기’는 지금 보고 있는 화가 끝날 때쯤 자동으로 다음 화가 로딩돼 화면에 뜨는 서비스입니다. 지금 화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즉시 버튼만 누르면 바로 다음 화가 시작됩니다. 계속 보기가 너무 쉬운 나머지 ‘여기까지만 보고 그만 보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간단하게 다음 화를 이어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다음화 보기 버튼을 편리하다고 반기는 것처럼, 지금 승객을 내려주기 전에 다음 승객의 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우버 운전자들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 바쁘게 영업을 한다는 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운전자가 늘어날수록 요금인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에 운전자 개개인에게는 분명한 손해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좋아한다는 것과 그 선택의 궁극적인 주체가 누구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버 관계자들은 승객을 내려주기 전에 다음 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뒤 전반적인 우버 이용량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화장실 갈 틈도 없이 TV를 몰아 보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쉴새 없이 운전하도록 내몰린 운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버는 잠깐 영업을 멈추고 쉴 수 있도록 선택지를 추가했습니다.
운전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마야 촉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운전자들이 영영 쉬지도 못하고 계속 콜에 따라 이리저리 운전만 하다가 탈이 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우리는 재빨리 대책을 마련했죠. 영업 중에 다음번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지정할 수 있게 한 겁니다. 그럼 밀려드는 주문에 쫓기지 않고, 그날 영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는 거죠.”
운전자들이 우버가 자동으로 다음 콜을 알려주지 않도록 해당 서비스를 중지하고 기름을 넣든, 때로는 연료통을 비우든 잠깐 쉬거나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음 주문 알림이 멈추는 것도 잠시. 그런 뒤 다시 로그인해서 다음번 손님을 태우면, 미리 다음 주문을 보내주는 기능도 자동으로 다시 켜집니다. 주문 알림이 싫으면 손님을 새로 태울 때마다 다음번 주문 미리 받지 않겠다는 설정을 매번 새로 해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다음화 보기’ 기능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시청자는 아예 다음 화를 이어서 보여주는 기능 자체를 처음부터 꺼놓을 수 있습니다.
하버드 경제학과의 학과장이자 손꼽히는 행동경제학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라입슨은 이렇게 강력한 기본 설정 자체가 운전자의 행동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로젠블랏과 루크 스타크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우버와 플랫폼에서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우버 운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분석한 논문을 써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논문에 소개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운전자는 콜을 받기 전에 승객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잠재적인 승차 거부를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운전자는 지금 이 승객을 태우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사실 이는 기본 설정만 제대로 해 놓으면 때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은연중에 정해진 규칙이나 관행을 따르려 합니다. 자동으로 월급 일부를 연금에 붓게 하고 원치 않으면 이를 해제할 수 있게 하면, 원할 때만 월급 일부를 떼 연금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할 때보다 연급 가입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다음화 보기’ 옵션을 기본 설정으로 켜놓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라입슨 교수는 제대로 실행되기만 하면,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인 혜택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전혀 이롭지 않은 방향의 선택을 유도하는 서비스나 선택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왔습니다.”
행동경제학의 교훈이 우버의 정책 결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 우버의 조나단 홀도 한 가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우버 앱이 정해놓은 기본 설정이 목표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운전자들이 가능한 한 더 많이, 더 오래 운전해 공급 부족을 피하는 거죠. 그 어디에도 강제 규정은 없습니다. 모든 건 운전자 개인의 결정입니다. 다만 우버가 정해둔 기본 설정은 그렇다는 거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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