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선언한 우버의 여전한 운전자 기만 (3/5)
2017년 4월 11일  |  By:   |  IT, 경제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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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더, 더

“330달러 고지가 눈앞”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우버를 운전하는 조시 스트리터가 지난해 새해 첫날 아침 7시 13분, 새벽 영업을 마치고 로그아웃하려 하자 우버 앱에서 팝업 메시지가 하나 떴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0달러만 더 매출을 올리면 수입 330달러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정말 지금 로그아웃하실 건가요?”

“로그아웃” 버튼과 “운전 더 하기” 버튼이 나왔는데, 훨씬 더 밝은 “운전 더 하기” 버튼이 자연히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꼭 그 버튼을 눌러야만 할 것처럼 말이죠.

“이런 메시지 수십 통을 다 캡쳐해뒀어요.”

스트리터 씨는 2014년부터 리프트와 우버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오다 지난해 운전을 그만두고 부동산 투자 일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 동안 거의 모든 우버 운전자들이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로그아웃하려고 할 때마다 우버 앱은 조금만 더 운전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미리 설정한 목표액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버가 임의로 정한 하루 얼마 매출을 기준으로 삼기도 했고, 지난주 같은 시점에 그 사람이 올렸던 매출과 비교한 메시지가 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목표에 연연합니다. 얼마나 중요한 목표인지에 관계없이 그냥 아무런 목표라도 있으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우버는 운전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공략해 좀 더 일하도록 운전자를 유도한 겁니다.

지난 20년 동안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얼마를 벌지 정해놓고 그에 맞춰 일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아냈습니다. 소득 목표라 불리는 이 현상은 마치 택시 기사들이 예를 들어 오늘 100달러를 벌겠다는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몇 시간 일할지 등 세부사항을 정한다는 것으로, 마치 사람들이 마라톤을 뛸 때 4시간 안에, 혹은 3시간 안에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처럼 일한다는 겁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실제 그런 식으로 일할지, 또 정한 목표를 얼마나 엄격히 지킬지를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적어도 우버와 리프트의 임원들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얼마를 벌지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일한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리프트의 공급 담당 부회장 브라이언 슈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득 목표는 분명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누군가 무엇을 사고 싶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늘 듣게 되잖아요. 우리는 그래서 아예 운전자들이 앱에 얼마를 벌지 목표를 입력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우버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운전자들의 운행 기록과 시간을 모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상당수의 운전자가 특히 처음 우버에서 일을 시작할 때 소득 목표를 엄격히 정해놓고 그에 맞춰 움직이다가 대개 경험이 쌓이면서 목표에 연연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소득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오히려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운전자들이 고객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도 돈을 벌고자 계속 영업을 하다가 오히려 정작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가 오기도 전에 지쳐서 그날 영업을 종료하게 돼 시간당 매출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우버나 리프트 입장에서는 얼마를 벌겠다는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운전자가 바쁜 시간에만 일하는 운전자보다 낫습니다.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언급한 목표액이 실제 운전자가 생각한 액수와 비슷한지 아닌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1980, 90년대 가장 중독성이 강했던 컴퓨터게임으로 꼽을 만한 테트리스를 떠올려보시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손이 저리고 눈이 충혈될 때까지 테트리스를 하게 했던 건 블록을 지워내도 끊임없이 새로 내려오는 블록, 즉 영원히 다시 설정되는 목표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놓은 목표보다 눈앞에서 계속 새로 생기는 목표에 빠져들게 되는 이런 정신 상태를 심리학자 아담 알터는 자신의 책 “거부할 수 없는(Irresistible)”에서 지루하지 않아 자꾸 하다 보면 끝도 없이 반복하게 되는 덫이라는 의미에서 “즐거운 고리(ludic loop)”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이 용어는 인류학자이자 슬롯머신 전문가이기도 한 나타냐 슐이 만들어낸 말입니다)

우버가 운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보면, 우버는 분명 ‘즐거운 고리’의 개념이 무언지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차량의 연료 게이지 같은 그래프가 같이 오는데, 그래프 속 바늘은 연료가 가득 찬 데서 아주 조금 부족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고 1달러만 더하면 가득 채울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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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운전자들을 더 오래 도로 위에 붙들어두기 위해 비디오게임에서 차용한 특징은 즐거운 고리뿐만이 아닙니다.

운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이번 주에 손님을 몇 번 태웠고, 현재까지 매출이 얼마며, 몇 시간 동안 영업을 했는지, 그리고 고객들이 준 별점 평균은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치로 나타나는 기록은 알게 모르게 경쟁 심리를 자극해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시카고에서 우버와 리프트를 오래 운전한 엘리 솔로몬은 데이터를 볼 때마다 운전을 더 해야 하나 하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게 다 정말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게임 같은 요소도 있는데, 비디오 콘솔 게임을 할 때처럼 우버 운전자들은 운행 데이터와 고객의 평점에 따라 여러 가지 배지를 얻기도 합니다.

물론 직원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열거나 경쟁을 시키는 등 게임의 요소를 경영에 도입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지난 10년은 훨씬 더 공공연한 형태의 게임이 실제 경영에 활용되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잡아내는 따분한 작업에 게임 요소를 가미해 직원들이 질리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버는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갑니다. 우버는 운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실상 앱을 통해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앱에서는 사실상 거의 모든 걸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게임처럼 꾸며놓을 수 있습니다. 우버가 모은 데이터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게임 요소를 적용했다가 효과가 신통치 않으면 언제든지 바로 철회하거나 다시 고쳐 실험하면서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우버만이 가진 장점입니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 우버 운전자들은 우버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므로 게임화 전략에 있어서 고용관계법을 어겼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글을 쓴 경영학 교수 케빈 워바흐는 긱 이코노미에 게임 요소를 도입하면 예를 들어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며 일하지 않는 프리랜서들 사이에 필요한 유대감이나 팀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남용의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고 지적합니다.

“누군가에게 돈 한 푼 안 들이고 회사가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을 경우 문제인 겁니다. 사실상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가상의 배지를 미끼로 운전자에게 영업을 시킨다면 이는 사실상 게임의 요소를 악용해 운전자를 조종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몇몇 운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플로리다 주 탬파에 사는 스콧 웨버는 지난해 거의 우버와 리프트 운전을 전업으로 삼았을 만큼 거의 쉬지 않고 승객을 실어날랐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1년 동안 기름값, 차량 유지비 등 비용을 내기 전에 올린 매출이 2만 달러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웨버 씨는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결국 손해 보는 장사였죠,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한 탓에 지금 생활비가 부족해 단기 대출을 받아 살고 있어요.”

그런 웨버 씨에게 우버 운전을 하면서 획득한 배지에 관해 질문하자 바뀌는 웨버 씨의 표정 속에 복잡한 감정이 비쳤습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했다는 배지 12개, 그리고 차에 탄 고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 받는 배지도 9개가 있어요. 배지는 제가 얼마나 일을 잘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징표 같은 거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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