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확충
저소득층이 일해 번 소득에 대해 세금을 감면하는 근로소득 세액공제 제도에 관해서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정해진 액수의 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시기상조로 여겨지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기본소득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일할 의욕을 꺾는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노동자들에게 학교로 돌아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거나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결국 시민을 더 자유롭게 하리라는 찬성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UC버클리에서 공공정책을 가르치는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단계적인 도입을 제안합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최저생활비용 정도는 국가가 책임지고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좀 더 현실적으로 임금보험을 제안했었는데, 이는 급여가 낮은 직종으로 밀려나는 노동자들의 줄어드는 급여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기계 관리직의 시간당 중위 임금은 19.5달러이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재택 건강 도우미의 임금은 10.5달러인데, 정부가 이 차이를 보전해주는 겁니다.
노동의 방식,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바꿔라
사람들은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드시 회사에 고용이 되어 일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도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프리랜서나 계약직 업무를 전체적으로 늘리는 것도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덜 받으며 가치를 창출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러려면 예를 들어 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 회사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문제가 선결돼야 합니다. (현재 의료보험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면 의료보험 혜택을 확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기는 합니다) 계약직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노동자들에게 좋은 건 아니지만, 회사의 계약직 채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하는 것도 비슷하면서도 더 현실성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공동 업무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일하면서도 사무실에서 느끼는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더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서드웨이는 실리콘밸리의 경험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부가 기본 자금을 댄 벤처캐피털 펀드를 만들어 창업을 지원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서드웨이의 짐 케슬러 부회장은 “나라 곳곳에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지난 사람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어떤 직업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자격증을 요구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에도 당적을 불문한 공감대가 이뤄져 있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전체 직종 중 어떤 식으로든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 30%나 됩니다. 의사나 전기 기술자처럼 안전을 위해 아무나 하게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 있습니다. 이런 자격증은 물론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발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머리를 감겨주는 보조 미용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플로리스트와 같은 직업은 자격증 발급까지 대단히 까다로울 필요는 없습니다.
기계가 수많은 일자리를 앗아가고 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모두가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의 근로제도가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지난 1940년부터 주당 40시간이었습니다. 근무일을 일주일에 사흘이나 나흘로 줄이고, 남는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일종의 일자리 공유제는 독일에서는 이미 성공을 거뒀습니다. 미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요? 타일러 코웬 교수는 부정적입니다.
“미국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도예요. 공상과학소설 취급을 받을 겁니다.”
노동자에게 더 많은 이윤을 허하라
자동화로 인한 혜택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소유한 자본가가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가져갔습니다.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샘 알트만 회장은 말합니다.
“기술은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이를 극소수의 손에 집중시켰습니다.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부가 집중된 상황에서 이를 어느 정도 재분배하는 데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 것이냐에 관해서는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로봇보다 훨씬 더 비싸지면 결국 모두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으므로 최저임금 인상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서드웨이가 내놓은 절충안은 해당 지역의 물가에 따라 다른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자는 겁니다. 생활비가 비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간당 12.6달러, 물가가 싼 텍사스 주 킬린에서는 9.35달러인 식입니다.
빌 게이츠는 최근 로봇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로봇을 소유한 회사에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겁니다. 노동자들의 소득세를 낮추면서 법인세를 올리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법인 소득세는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고, 개인 소득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부가 최저 연금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고용주가 직원들이 일한 시간당 50센트씩 개별 민간 퇴직연금에 적립하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고용주들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임금을 낮추는 꼼수를 쓰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서드웨이의 케슬러 부회장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기술 발전과 세계화가 사람에게 이로운 쪽으로 작용하게 할지 관련 정책을 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이유도 결국 중산층 유권자들이 보기에 선출된 지도자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거든요.” (뉴욕타임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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