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비디오를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화상으로 BBC에 출연해 남북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던 백인 교수 뒤로 두 아이가 나타나고, 뒤이어 들어온 아시아인 여성이 황급히 아이들을 데리고 몸을 구부린 채 문을 닫고 나가는 영상은 방송을 탄 즉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은 한국 부산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로버트 켈리였고, 여성은 켈리 교수의 부인인 한국 여성 김정아 씨였습니다. 진지한 방송 인터뷰나, 배경에 가지런히 늘어놓은 책과 지도로는 천진한 어린아이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귀여운 장면이었죠.
그러나 영상의 조회 수가 높아지자, “보모”가 해고당할까 봐 겁이 난 것처럼 보였다며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수정되었지만, 타임지도 처음 올린 기사에서는 김정아 씨를 “화들짝 놀란 보모”로 소개했고,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지 역시 “겁에 질린 보모”라는 표현을 썼죠.
많은 이들의 전제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유명 작가인 록샌 게이였습니다. 록샌 게이가 트위터를 통해 “엄마를 너무나 당연히 보모로 여겼다면 자신이 왜 그렇게 넘겨짚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자, 팔로워들은 반발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을 고용인으로 여긴 것은 그녀가 겁에 질려 패닉한 것처럼 보였고 정서적으로 학대당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었다면서 말이죠.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영상 속 여성을 보모라고 결론지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입견의 함정에 빠진 거죠.” 블로그 ‘앵그리 아시안 맨(Angry Asian Man)’을 운영하는 필 유 씨의 말입니다. 그는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기 전까지 영상 속 여성이 당연히 겁에 질린 엄마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아시아계 여성은 순종적이고, 수동적이고, 늘 시중드는 역할을 한다는 선입견이 있죠. 그러니 그 영상을 보고도 당연히 보모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런 선입견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시아계 엄마들뿐이 아닙니다. 백인 남성과 결혼한 흑인 여성이자 ‘NBA 카운트다운’의 진행자 세이지 스틸도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당신이 데리고 있는 아기의 보모냐”는 질문을 받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한 육아 블로그에서도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이 딸과 함께 놀이터에 갔다가 “이 집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을 받은 경험을 공유했죠. “저는 보모가 아니라 흑인 엄마입니다”라는 글을 썼던 니콜 블레이즈가 ‘보모아님 해시태그(#notthenanny)’를 달아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하자고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해시태그는 이번 BBC 영상 덕분에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BBC 측은 트위터를 통해 켈리 교수에게 이 영상을 BBC 뉴스에서 다시 방송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켈리 교수는 “바이럴 됐다가 이상해지는 그런 영상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이어지고 있는 논란을 생각해보면 그런 종류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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