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우리는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육체적으로 고된 삶을 유지하는 전통적 수렵-채집인들에 관한 연구는 이들이 현대인과 비교해 같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인간의 에너지 소모량이 매우 일정하다는 발견은 인간이 가진 큰 두뇌 등과 함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인간의 특징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인간과 다른 영장류와의 비교 연구는 인간이 신진대사에 있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알려줍니다.
기린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넷은 30대 후반의 하자(Hadza)족 남자 음와사드(Mwasad)가 전날 저녁 화살로 상처 입힌 기린을 반나절 동안 쫓고 있었습니다. 그는 약 20m 떨어진 거리에서 수제 독을 바른 철제 화살촉으로 기린의 목덜미를 맞혔습니다. 하자족은 탄자니아 북부 지역의 사바나 야생지역에서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원주민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주변지역을 당신이 동네 마트를 아는 것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음와사드는 다음 날 아침 시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독이 퍼지도록 기린이 도망가게 두었습니다. 그 정도 크기의 동물이라면, 음와사드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일주일은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가 기린을 찾을 수 있다면 말이지요.
음와사드는 애리조나 대학의 데이브 라이클런과 열두 살 난 하자족 아이 네제(Neje), 그리고 나와 함께 해가 뜨자마자 마을을 출발했습니다. 데이브와 나는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음와사드는 기린을 찾아 이를 지고 올 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며 우리가 따라와도 된다고 승낙했습니다. 인류의 생태와 진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로서 우리는 하자족의 전설적인 추적기술을 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을에서 온종일 연구 장비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훨씬 더 보람찬 하루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아까시나무 가시가 찌르는 허리 높이의 갈대숲을 걸어, 마침내 전날 기린이 화살을 맞은 핏자국을 찾아냈습니다. 이는 마치 누군가 수백만 평의 광활한 밀밭 사이에서 자신이 떨어뜨린 이쑤시개를 찾겠다며 우리를 데려가 자연스레 이를 찾아내는 듯한 마술처럼 보였습니다. 몇 시간 동안 우리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흔적을 따라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걸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다행히 물이 있었습니다. 정오가 막 지난 뒤, 우리는 음와사드가 기린이 어디로 갔을지를 생각하는 동안 덤불 아래 그늘에 앉아 쉬었습니다. 나는 1ℓ 남짓의 물이 있었고, 이 정도면 오후 내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음와사드는 보통 하자족이 하듯이 물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수색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음와사드에게 내 물을 한 모금 마시겠냐고 물었고 그는 나를 흘깃 본 후 웃으며 내 물병의 물을 한입에 모두 마셔버렸습니다. 그리고 내게 빈 통을 건넸습니다.
그가 그 물을 다 마셔버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데이브와 나, 그리고 예일대의 인류학자인 브라이언 우드는 지난 한 달 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하자족의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했습니다. 우리는 십여 명의 하자족 여성과 남성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18가 산소로 만들어진 엄청나게 비싼 물을 마시도록 했습니다. 음와사드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들의 소변 속 동위원소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이들의 이산화탄소 생성량을 측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들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 역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중표식수법(doubly labeled water method)으로 알려진, 공중보건 연구에 있어 일상에서 소모하는 칼로리를 측정하는 표준적인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완벽하게 안전하고 정확하며 또한 소모량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 실험에 참가한 이에게 할당된 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마실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하자족 사람들이 우리가 준 물을 버리지 않고 완전히 다 마시도록 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음와사드는 그런 우리의 지시를 이제 완전히 체화한 듯 보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하자족을 연구하면서 인간이 어떻게 에너지를 소모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집단에 대한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인간의 신진대사에 관해 놀라운 사실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인간이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는지와 무관하게 거의 같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다른 영장류들보다는 훨씬 많은 칼로리를 소모합니다. 우리의 결과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모순을 설명해 줍니다. 하나는 왜 보통 운동으로 살을 빼는 시도가 실패하는가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어떻게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진화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칼로리의 경제학
인간의 진화와 생태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종종 인간의 에너지 소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에너지야말로 생물학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체의 신진대사는 많은 사실을 말해줍니다. 생명이란 사실 에너지를 자식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며 생명체의 모든 특질은 소모하는 칼로리 대비 진화적 이득을 최대화하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정제됩니다. 이상적인 경우, 생물은 자신이 진화된 환경, 곧 자신을 만든 생태학적 압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인간은 자연에서 직접 음식을 구하던 행위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인간과 그 조상들은 수렵-채집 생활을 해왔습니다. 농사를 시작한 것은 겨우 1만 년 전이며 산업혁명과 근대화를 경험한 것은 몇 세대에 불과합니다. 하자족은 오늘날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수렵-채집 민족이며, 따라서 소, 자동차,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우리의 신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기능했는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자족의 삶은 육체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여성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어떤 이들은 갓난아이를 등에 업은 채로 야생 딸기나 다른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갑니다. 감자 과의 야생 덩이줄기 식물이 하자족의 주식입니다. 여성들은 이를 채취하기 위해 몇 시간을 막대로 돌밭을 파헤칩니다. 남자들은 스스로 만든 활과 화살로 매일 수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며 사냥에 나섭니다. 사냥이 시원치 않을 때는 손도끼를 이용해 때로 지상 10m 위에 있는 꿀을 채취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수 킬로미터 이상 멀리 있기도 하는 우물에서 물을 나르는 일을 합니다. 늦은 오후에 이들은 마을로 돌아와 요리를 위해 작은 불을 피우고 주위에 둘러앉아 그날의 수확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건기와 우기에도 하루는 이와 비슷하며, 그들은 지난 수천 년을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가 잃어버린 에덴동산에서 산다는 그런 낭만적인 느낌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냥과 채집은 목숨을 담보로 칼로리를 두고 벌이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음와사드같은 남자들은 사냥과 추적을 위해 하루 수백 칼로리를 소모하며, 이는 더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가능한 게임입니다. 경험은 체력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다른 포식자들이 먹이를 잡기 위해 자신의 속도와 힘에 의존하는 반면, 인간은 사냥감의 행동 습성을 이해하고 주변 지형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사냥합니다. 하지만 하자족조차도 기린과 같은 큰 동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사냥할 수 있습니다. 하자족의 여성들이 그 지역의 식물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가지고 매일 일정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오지 못한다면, 이들은 아마 굶어 죽고 말 것입니다. 이런 협력적인 식량 조달 행위야말로 인간의 놀라운 성공을 가져온 핵심적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공중 보건과 인간의 진화를 연구해온 이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수렵-채집 조상들이 오늘날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을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육체적으로 고된 하자족의 하루를 볼 때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칼로리 소모량 차이에 의해 여유분의 칼로리가 지방으로 쌓이는 것이 오늘날 선진국에서 유행병처럼 번지는 비만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가 하자족을 연구하는 이유 중에도 이들의 에너지 소모를 측정하고 우리 현대인과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더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지 연구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하자족이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지 기대하며, 그들의 소변을 드라이아이스에 넣어 이중표식수법에 가장 뛰어난 연구소 중 하나인 베일러 의대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동위원소 분석기가 내놓은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베일러 의대는 하자족의 에너지 소모가 오늘날 현대인과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를 보내왔습니다. 하자족 남성은 하루 2,600칼로리를 사용했고, 하자족 여성은 하루 1,900 칼로리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성인과 같은 수치입니다. 우리는 신체의 크기, 지방의 비율, 연령, 성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이 결과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놓친 것일까요? 인간의 생물학과 진화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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