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간 또는 원치 않는 성적 접촉에 대한 보다 최근의 통계를 보자. 젊은 여자들은 정말 짜증 나는 포옹이나 키스를 감정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강제 삽입과 같은 정도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여성혐오주의나 성폭력이 이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있고 널리 퍼져있다고 믿는 이들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20%라는 숫자가 아마 그러한 행동의 피해자가 되는 비율일 것이다. 그들은 또한, 여성이 얼마나 흔히 창녀나 심지어 보지(cunt)라고 불리는지를 보라고 말한다. “창녀 모욕(Slut Shaming)”은 너무나 흔해서 성연구의 용어가 되었다. 그들은 오늘날의 문화가 남자들이 술에 취했거나 동의할 능력이 없는 여자들을 성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가르친다고 말하며, 남자들이 자신들의 그런 행동을 담은 영상을 얼마나 가볍게 올리는지 보라고, 또 남자들이 얼마나 “‘안돼요’는 ‘좋아요’를 의미하지”라는 말을 되풀이하는지 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 곧 오늘날의 정치적 분위기가 여성들이 불편했거나 후회되는 성적 경험을 성폭행으로 생각하게 하고, 이 때문에 강간과 관련된 연구가 과장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앞선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1%~3%라는 수치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의 문화가 여성이 성적 접촉에 있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남성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여성을 술에 취하게 만들어”라는 표현에서 “만들어”라는 단어가 여성을 자신이 술을 얼마나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 아무런 의식이 없는 빈 깡통으로 여기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이 술에 취할 권리를 포함한 자신들의 권리와 자율성을 열렬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표현은 결국 여성을 그저 남성의 음탕한 손길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힘 없고 약한 성으로 여기는 그런 오래전 과거의 태도가 담긴 표현임을 보지 못하는 건지 묻는다. 그 보호는 아마 남성에 의한 것일 것이다. 물론 충분히 신사적인 남성 말이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보호해주기 위해 노력하지요.” 전설적인 여배우 매 웨스트가 한 말이다. “무엇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문제는 위의 두 관점 중 어떤 관점을 취해야 하는가이다. 우리는 강간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동시에, 고소당한 가해자 역시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성폭행의 많은 요소가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또한 성과 관련된 의사소통은 매우 미묘하며, 이 때문에 실수할 수 있고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바로 이 “미묘함” 때문에 우리는 강간 사건에 대처하는 문제에서 논쟁을 겪게 된다. 이 미묘함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어 회색지대에 존재한다. 신고된 강간 사건의 대다수 -약 85%- 는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 사건들 중 일부는 명백하게 강제된 것이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다. 성관계에 앞서 두 사람이 반드시 명확하게 동의해야 한다는 원칙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 연구자들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거의 말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진짜 의도와는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그것을 싫어한다고 말하기 어려워했다. 처음에는 성관계를 원했다가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또 성관계를 원하지 않다가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사회심리학자 데보라 데이비스가 말한 “모호함의 춤(dance of ambiguity)”을 추고 있는 것이다. 합의 하의 성관계와 그렇지 못한 성관계는 천천히!, 멈추세요!, 양보하세요! 같은 신호등으로 분명하게 구별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 영역에서는 “그가 말하길/그녀가 말하길”로 시작하는 논쟁이 일어나며 서로 극단적인 해석을 만들고 불같은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와 임상 경험을 가진 성 문제 전문가로서 나는 대부분의 이성애자 연인은, 매우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온 연인들이라 하더라도 성과 관련된 의사소통에 있어 – 성관계를 하지 말자는 의도를 포함해 – 힌트나 수신호, 시선, “새로운 시도(testing the waters)”, 독심술(이 방식으로 의도가 전달될 확률은… 다른 독심술과 비슷한 정도이다) 등의 간접적이고 모호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모호함의 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모호함과 간접성에 의해 두 사람의 자존심은 상대방이 거절하는 경우에도 보호된다. 간접성은 상처를 받지 않게 해주지만,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 여자는 그 남자가 멈추라는 신호를 진작 알아들었어야 한다고 진정으로 생각하는 반면, 남자는 그녀가 동의했다고 진정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데이비스와 그녀의 동료 길레르모 빌라로보스, 리차드 레오는 “그가 말하길/그녀가 말하길” 부류의 사건이 일어나는 첫 번째 이유가 한쪽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두 사람은 둘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 “정직한 거짓 증언(honest false testimony)”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5] 즉, 두 사람은 서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지만, 기억과 인식의 불확실성,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동기 때문에 한쪽 혹은 양쪽 모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기억은 본래 재구성되는 특성이 있으며, 암시에 의해 휘둘린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과 기억을 일치시키기 위해 이를 바꾸고 다시 기억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그저 생각한 내용 혹은 그때 말하려 했던 내용을 자신이 실제로 말했다고 “기억하게” 된다. 그 결과, 여성은 자신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그 상황을 멈추기 위해 생각했던 (그러나 말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잘못 기억할 수 있다. 남자 역시 자신을 절대 여성을 강간하지 않는 신사라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실제로는 하지 않은, 여성의 동의를 구하는 행동을 했다고 잘못 기억할 수 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잘못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 편하지 않은 성적 협상을 하던 사람들을 다시 서로 정직한 거짓 증언을 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요인은 바로 술이다.[6] 어떤 여성들에게 술은 성에 관한 결정을 피할 수 있는 답이다. 술에 취하면 그들은 “그래요”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으며, 분명하게 “그래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녀들을 창녀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술은 또한 남녀 모두의 두려움을 줄여주며 “그래요”라는 말을 더 쉽게 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술은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하는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술에 취한 남성은 상대방의 거절을 잘 해석하지 못하며 술에 취한 여성은 거절의 뜻을 잘 나타내지 못하게 된다. 또한, 술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두 사람의 기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가 정말 모든 종류의 성폭력을 줄이는 것이라면, 원하지 않는 접촉이나 부주의한 키스와 같은 모든 종류의 성적 부당행위를 “강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과 그저 멍청한 행동, 그리고 모호함의 춤 끝에 나온 행동을 분명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Reingold, R.B. and L.O. Gostin. 2015. “Sexual Assaults Among University Students.”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ugust 4.
2. Bureau of Justice Statistics. 2013. http://1.usa.gov/1yFuBl5. See also Breiding, M.J., S. G. Smith, K.C. Basile, M.L. Walters, J. Chen, and M.T. Merrick. 2014. “Prevalence and Characteristics of Sexual Violence, Stalking, and Intimate Partner Violence Victimization“ — National Intimate Partner and Sexual Violence Survey, United States, 2011.
3. Krebs, C.P., C.H. Lindquist, T.D. Warner, B.S. Fisher, and S.L. Martin. 2007. “The Campus Sexual Assault (CSA) Study.” National Criminal Justice Reference Service. December.
4. Yoffe, E. 2014. “The College Rape Overcorrection.” Slate, December 7.
5. Davis, D. & Villalobos, J. G. (2014). Language and the Law: Illustrations from Cases of Disputed Sexual Consent. In T. Holtgraves (Ed.), Handbook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6. Davis, D., & Loftus, E. F. (in press). “Remembering Disputed Sexual Encounters: A New Frontier for Witness Memory Research.” Journal of Criminal Law and Criminology (Invited Contribution).
(스켑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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