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제과학

[HBR] 인공지능의 경제학

1995년은 “신경제(New Economy)”가 시작되었던 해입니다. 디지털 통신은 시장의 모든 것을 바꿀 것처럼 굴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런 호들갑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기존 경제학의 도구로도 그 변화를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경제”의 핵심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대상을 찾는 비용과 의사소통의 비용을 낮추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상대방과 더 많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검색 및 소통과 관련된 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경제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또 예전과 비슷한 호들갑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번에도 놀라지 않습니다. 기술적 혁명은 예전 디지털 통신처럼 어떤 중요한 활동의 비용을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의 본질은 예측 기술이며, 따라서 예측의 비용 하락이 경제적 변화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우선 예측에 의존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출 것입니다. 예측은 수송, 농업, 의료, 에너지, 소매상의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특정한 기술의 가격이 낮아질 경우 두 가지 현상이 따라옵니다. 첫째, 우리가 예측을 사용하지 않던 분야에서도 예측을 사용하게 됩니다. 둘째, 예측의 보완재들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1. 많은 작업이 예측 문제로 바뀔 것입니다.

인공 지능이 예측 기술의 비용을 낮춤에 따라 우리는 예측을 사용하지 않던 분야에서도 이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반도체의 등장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계산의 가격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우리는 계산을 매우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데이터 분석이나 회계와 같은 작업의 비용이 낮아졌습니다. 특히 계산을 사용하지 않던 분야에 우리는 계산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진입니다. 과거 필름 기반의 산업이었던 사진은 디지털 기반의 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외에 통신, 음악, 제약산업 등이 계산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과 예측 기술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예측의 비용이 하락하면서 재고 관리나 수요 예측과 같이 전통적으로 예측이 필요했던 분야 외에도 예측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자율주행입니다. 최근까지도 자율주행은 특정한 창고와 같은, 우리가 가능한 상황을 모두 프로그램으로 정해놓을 수 있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앞에 무언가가 있으면 속도를 낮추어라”). 길 거리에 일어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상황들을 모두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예측 기술이 저렴해지면서 이제 운전은 예측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한히 많은 상황을 모두 정해놓기 보다는, 그저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인간 운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예측하도록 바꾸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의 수많은 센서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또한 사람의 운전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와 인간의 운전방식(조향, 제동, 가속)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은 인간이 각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측은 과거 예측 문제가 아니었던 분야를 예측 문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2. 판단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특정한 기술의 비용이 하락하면 이는 다른 기술의 가치에 영향을 줍니다. 보완재의 가치는 상승하고 대체재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사진의 경우, 계산 능력의 가격 하락은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를 증가시켜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올린 반면, 필름과 관계된 산업의 가치는 하락시켰습니다. 즉, 디지털 카메라는 계산 능력의 보완재이지만 필름은 대체재입니다.

인간의 활동은 크게 다섯 가지, 곧 데이터, 예측, 판단, 행동, 결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파 의사를 방문했을 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엑스레이, 피검사, 관찰(데이터), 2) 진단, 예를 들어 “치료법 A를 시행할 경우 X라는 결과가 나오고, 치료법 B를 시행할 경우 Y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예측), 3) 대안들의 비교: “당신의 나이와 생활습관, 가족력을 볼 때 치료법 A가 적절합니다. 이 치료법의 부작용과 위험을 알려드리지요.”(판단), 4) 치료법 A 를 실행 (행동), 5) 작은 부작용과 함께 완치(결과).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저렴하게 예측 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인간의 계산능력 가치를 낮추었듯이, 인간의 예측능력 가치를 낮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흔히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간의 모든 능력이 무용해짐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측 기술이 저렴해질 경우 판단력의 가치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판단력은 예측 기술의 보완재이며, 예측 기술의 가격 하락은 판단력의 수요 증가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측 기술이 저렴해져 병원에서 검사를 더 자주 받게되는 것을 상상해 봅시다. 이는 치료 여부 뿐 아니라, 윤리적 관점, 감정적 관점 등 인간이 관여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더 많아짐을 뜻합니다. 물론 예측과 판단은 칼처럼 분명하게 구분되는 능력은 아닙니다. 어떤 판단 과정은 예측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예측 기술의 가치는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며, 판단력의 가치는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을 예측 기술의 비용 하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은 분명합니다. 1)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서 예측 기술을 사용할 것입니다. 2) 예측 기술과 보완재 혹은 대체재인 기술들의 가치에 변화가 올 것입니다. 이 변화는 이미 오고 있습니다. 판단과 관련된 능력에 어떤 규모의 투자를 해야하는 가는 이 변화가 얼마나 빨리 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포트)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뉴페@스프] “레드라인 순식간에 넘었다”… 삐삐 폭탄이 다시 불러온 ‘공포의 계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시간 ago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 일 ago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3 일 ago

[뉴페@스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문건… 정작 묻히고 있는 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뻔한 정답 놓고 고집 부린 결과”… 선거 진 민주당 앞의 갈림길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을…

6 일 ago

[뉴페@스프] 독서의 대가로 돈을 준다고? 중요했던 건 이것과 ‘거리 두기’였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