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미국 대선(11/8)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백악관의 주인은 이변이 없는 한 이미 정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는 남은 유세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기느냐, 얼마만큼의 차이로 지느냐가 중요하기도 하거니와 대통령뿐 아니라 상원과 하원을 비롯해 모든 단위의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같은 날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투표함을 열어볼 때까지 모두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남은 기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 기사를 소개하고, 그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나 한 번 더 생각해볼 만한 대목을 골라 정리한 기사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소개하는 기사는 알렉산더 번스 기자가 정리한 “남은 기간 대선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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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은 양당제 미국 정치사에서 최초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여성이라는 점만으로 역사를 썼습니다. 다만 이런 역사적인 점을 민주당과 클린턴은 애써 부각하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클린턴은 여성 혐오주의자라는 혐의를 끝내 떨쳐내지 못한 트럼프를 상대로 공세를 이어 왔습니다. 이는 투표를 며칠 남겨둔 막판 유세 현장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1일 클린턴은 플로리다에서 자신은 항상 여성과 어린이 편에서 공인으로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플로리다 유세 현장에서 클린턴을 소개한 이는 바로 알리시아 마차도, 미인대회 참가자로 도널드 트럼프가 뚱뚱하다고 비난했던 피해자였습니다.
막판까지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박빙주(swing state) 가운데 하나인 오하이오에 클린턴 지원 유세를 간 오바마 대통령은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오바마는 남성 유권자들을 향해 “만약 당신이 클린턴이라는 인물을 평가하고 따져볼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껏 민주당의 어떤 고위급 인사가 했던 말보다도 훨씬 직설적인 호소였습니다.
트럼프는 선거 내내 ‘비정상’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기존의 틀을 깼다는 측면에서 파격적인 행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데도 당장 자신을 뽑아준 공화당 정치인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끌어내는 데조차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유세를 고집한 트럼프에게 공화당 지지자들도 등을 돌렸습니다.
공화당 지도부 안에서조차 트럼프를 안고 갈지 내칠지, 그냥 방치할지에 대한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와 전략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모습을 몇 차례 드러냈던 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 주지사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불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펜스는 오늘 2일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공화당이 최근 어렵지 않게 승리했던 애리조나 주를 찾았습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애리조나의 승리를 더는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후보 측은 지난 1일 밤 이례적으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TV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 성향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사실 굳이 공을 들이지 않아도 이변이 없는 한 공화당을 찍어주는 이들입니다. 이번에는 다를지 모른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자질을 갖춘 후보로 지금까지 유세를 잘 해왔다면,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집토끼’의 지지는 단단히 해놓고, 마지막에는 부동층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주력하고 있었어야 정상입니다. 적어도 지난 몇 차례 대선은 그랬습니다.
나온다면 어디가 가장 유력한 후보일까요? 일단 이번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박빙주로 꼽히는 곳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오하이오(Ohio), 플로리다(Florida),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펜실베니아(Pennsylvania). 그런데 두 후보의 막판 행보를 보면 반드시 이들의 동선이나 선거자금을 투입하는 곳이 이들 박빙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클린턴은 오늘 애리조나를 찾았습니다. 앞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 펜스의 행보를 소개하며 애리조나가 예상외로 박빙주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애리조나 주의 히스패닉 유권자들과 교외 지역에 사는 백인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특히 고전하면서 그 공백을 민주당이 공략하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의 동선도 흥미롭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주 초 미시간과 뉴멕시코 주를 찾았습니다. 두 곳 모두 민주당의 뚜렷한 우세가 점쳐지는 곳입니다. 트럼프가 쉽지 않은 반등을 끌어냈을지 주목됩니다. 트럼프는 오늘은 다시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플로리다를 찾았습니다.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꽤 어울리는 오바마는 클린턴을 전폭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특히 클린턴이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흑인, 젊은 층 유권자들에게 오바마만큼 효과적인 카드는 없어 보입니다. 오바마는 오늘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았습니다.
오바마는 특유의 지적인 유머와 위트로 트럼프를 종종 공격했습니다. 그때마다 트럼프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화를 꾹 참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죠. 자기애가 강하기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트럼프에게는 오바마가 눈엣가시 같을 겁니다. 그냥 눈엣가시가 아니라 입을 열 때마다 자신이 꼼짝 못 하고 당할 만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니 공포의 대상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아무리 치열하고 심지어 지저분할 정도로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하던 선거도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냉정을 되찾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여전히 클린턴을 부패의 상징이자 총체로 지목하고 자신이 당선되면 클린턴을 조사해 법정에 세우겠다는 위협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클린턴 후보 측도 트럼프의 탈세 의혹, 여성혐오 발언 등 명백한 약점을 마지막 며칠이라고 눈감아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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