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13일, 워싱턴의 가구 세일즈멘이었던 31세의 제이슨 파젯은 가라오케 바에서 나오는 길에 두 명의 남자에게 폭행과 강도를 당했습니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고, 뇌에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된 후 그는 무언가 다른 것들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새로운 수학적 능력이 생겼음을 알았습니다.
파젯은 그가 보는 모든 물체에서 패턴을 보기 시작했고, 복잡한 기하학적 그림과 프랙탈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모든 일상에서 형태와 각도를 봅니다.” 파젯은 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워요.”
그는 우주의 수학적 본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는 대학을 마치지 못했었고 제대로 된 학문적 훈련도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정수론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파젯 처럼 뇌의 손상에 의해 특별한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후천적 사반트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는 10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몇몇 과학자들로 하여금, 모든 인간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숨어 있다고 주장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들은 그 숨은 능력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레인 맨
사반트 증후군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더스틴 호프만이 자폐 천재 레이몬드 바빗을 연기했던 1988년 영화 레인 맨(Rain Man)부터 입니다. 과학자들은 자폐증 환자의 경우 열 명 중 한 명 꼴로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천적 사반트 증후군은 극히 드물게 나타납니다.
“나는 손에 닿는 모든 사반트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70여 건을 모았습니다.” 사반트 증후군을 50년 동안 연구하고 있는 정신과의사 대럴드 트레퍼트의 말입니다. “이들은 모두 본인이 내게 직접 자신의 증상을 설명했거나, 담당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기록하고 내게 보낸 이들입니다. 이 중 25 명만 논문으로 출판되어 있습니다.”
사반트 증후군을 얻게 되는 과정은 이들이 가진 능력 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뉴욕의 정형외과 의사인 토니 시코리아는 번개에 맞은 후 피아노 연주에 빠져들었습니다. 뇌졸중 이후 그림과 시를 시작한 토미 맥휴도 있습니다. UCSF 의 과학자들은 전두측두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환자가 시각적 창의력과 예술적 능력을 가지게 되는 예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술적 재능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그 다음은 음악입니다. 하지만 춤이나 핀볼을 잘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트레퍼트는 이를 뇌가 손상에 반응하는 방식인 뇌가소성(neuroplasticity)으로 설명합니다. “뇌의 한 부위에 부상이 생기면 다른 부위의 피질로 새로운 연결이 생겨 부상이 생긴 부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이때 숨어있던 능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새로 역할을 하게 된 부위에 원래 어떤 다른 기능이 있었을 수 있지요.”
뇌 손상은 다양한 이유로 일어나지만, 후천적 사반트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좌측 측두엽 앞 부분에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이때문에 트레퍼트와 다른 연구자들은 그 부위의 뇌를 일시적으로 비활성화 시켜 사반트 증후군과 비슷한 능력을 유도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마음 연구소 소장인 앨런 스나이더는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2003년 발표한 연구에서 그는 뇌 그 영역에 자기장을 흘렸고 몇몇 실험 참가자의 예술적 능력과 교정 능력이 상승했습니다. 이들은 후속 연구에서 참가자들의 수리능력 중 사반트와 유사한 능력인 화면에 나타난 물체의 갯수를 추정하는 능력을 놀랄만큼 상승시켰으며, 잘못된 기억을 회상할 확률 역시 낮출 수 있었습니다.
스나이더는 사반트 능력을 가진 이들은 좌측 측두엽 손상에 의해 일반적으로는 의식에 도달하지 않는 감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왜 자폐적 사반트들이 전체 그림보다는 작은 세부적 특징에 집중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좌측 측두엽 손상 또는 이 영역을 억제하는 것이 사반트와 비슷한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스나이더와 트레퍼트, 그리고 몇몇 이들은 모든 인간이 사반트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모두에게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정도의 잠재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레퍼트의 말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재능은 다른 방식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운동 능력이 뛰어나며, 어떤 이들은 수리 능력이 뛰어납니다. 미술에 뛰어난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습니다. 음악 능력을 가진 이들 중에도 어떤 이는 그저 잘 하는 정도이지만, 어떤 이들은 매우 특출합니다.”
잠재능력의 해방
자기장을 이용한 뇌 자극 기술은 이 숨어있는 능력을 해방시키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화학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트레퍼트는 말을 잇습니다. “우리는 암페타민이 단기 기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이 매우 중독적이라는 것입니다. 환각제는 같은 방식으로 온갖 종류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어떤 것은 유익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트레퍼트는 이 아이디어가 오용되거나 남용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최근 리탈린과 같은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처방약의 사용이 급증했고, 자체적으로 뇌를 자극하는 기기의 시장 역시, 이 기술이 실험실 바깥에서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가 확실치 않으며 장기적 위험 역시 알려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젊음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추구해 왔습니다. 뇌자극 키트는 인터넷을 통해 100달러 이내의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잠재적인 능력이 숨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를 어떤 방법으로든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숨은 능력들은 천재적인 수준은 아닐 겁니다. 몇몇 그런 능력을 가진 이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렘브란트나 피카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릇된 희망을 품어서는 안되며, 충분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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