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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온몸을 가리는 수영복이 정말로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의 적일까?

프랑스의 15개 도시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 금지령이 선포됐습니다. 공공질서와 안전이 걸린 문제라는 게 명분입니다. 칸 시청이 발표한 조례에는 “프랑스와 종교 시설이 테러 공격의 목표가 되는 상황에서 종교를 드러내는 수영복장은 공공질서에 위험이 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팔과 다리, 머리를 가리는 수영복 재질의 옷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공질서를 위협한다는 것일까요?

프랑스 총리의 말에 따르면 이런 옷은 “여성을 구속하는” 문화의 일환입니다. 칸 시장은 일간지 인터뷰에서 “부르키니는 이슬람교가 아닌 이슬람 극단주의의 유니폼”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이 두 사람의 말은 유럽 대륙이 취하고 있는 모순된 생각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에 따르면 머리를 가리고 부르카를 입은 무슬림 여성은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희생자인 동시에, 공공장소에서 종교를 드러내어 극단주의를 퍼뜨리는 존재니까요. 프랑스의 정치인들도 부르키니를 금지하면서 법적인 위험 요소를 따졌을 때 이들은 분명 유럽의 최상위 인권재판소가 자기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교사나 시험을 치르는 대학생이 교내에서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를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 바 있습니다.

유럽 인권협약 9조에 따르면 47개 유럽회의 가입국 시민들은 “사상과 양심, 사상의 자유”를 누립니다. 여기에는 “공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자신의 종교와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죠. 하지만 이 조항에는 또한 예외가 따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보건 및 도덕의 보호, 타인의 권리와 자유 보호를 위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불행히도 유럽인권재판소는 회원국들이 근거 없는 선입견에 따라 예외 상황을 선언하는 것을 계속해서 용인해왔습니다. 특히 인권재판소는 각국 정부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원고보다 정부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재판관 구성만 보아도, 각국이 재판관을 한 명씩 임명하고 그 재판관은 자국이 관련된 사건에 꼭 배석되죠. 또한, 재판소가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들어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도 정부 측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무슬림의 종교 관련 사건이 인권재판소로 가는 경우 법적 근거나 증거보다는 일반화와 비이성적인 공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2001년 재판소 달라브 대 스위스 건에서 어린 학생들이 교실에서 머리를 가린 스카프를 쓴 선생님을 보는 것이 “개종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강압적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성의 스카프는 꾸란의 계율에 따른 관습이며, 성 평등의 원칙과 나란히 갈 수 없다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당시 재판소는 히잡을 쓴 여성은 “민주사회에서 교사가 마땅히 학생들에게 전해야 할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 평등과 차별금지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2005년의 사인 대 터키 건에서도 스카프를 쓰고 대학 시험을 치른 여학생에 대해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스카프를 금지하는 것이 성 평등에 도움이 되며, “극단주의”에 맞서려는 터키 정부의 노력이라는 논리였죠. 여기서도 인권재판소가 종교적인 복장을 한 여성은 희생자이자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4년 S.A.S. 대 프랑스 건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니캅과 부르카에 대한 금지 조항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재판소는 “공공 안전”이라는 모호나 근거로 금지가 타당하다고 판결해습니다. 부르카를 금지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요. 즉,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입는 여성은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죠.

이런 논리는 현재 프랑스의 부르키니 금지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외부자인 미국인의 눈에는 부르키니 착용 금지가 명백한 종교의 자유, 아니 자유 일반의 침해처럼 보이겠지만 유럽의 인권재판소는 인권의 이름으로 이런 조치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인권협약 9조의 예외 조항에 편견과 공포를 불어넣음으로써 인권법을 활용해 인권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죠. (뉴욕타임스)

*칼럼을 기고한 아스마 T. 우딘 (Asma T. Uddin)은 워싱턴 이슬람과 종교의 자유 센터(Center for Islam and Religious Freedom)의 전략과장이며, 유럽안보협력회의(OSCE) 종교와 신념의 자유 기구의 전문가 패널(Panel of Experts on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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