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의 털, 새의 깃털, 그리고 파충류의 비늘이 진화적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수십년 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오늘 (2016년 6월 24일) 제네바 대학 (UNIGE) 와 스위스 생명정보학 연구소 (Swiss Institute of Bioinformatics, SIB) 의 연구자들이 이 모든 피부부속지들이 상동이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즉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기원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배아 발생과정 분석에 기반하여 생물학자들은 털, 깃털, 그리고 비늘의 초기 발생단계에서 분자 및 미세해부학적 지표들이 동일하다는 증거를 밝혀냈습니다. <사이언스 어드밴스 (Science Advances)> 에 출판된 이번 관찰결과에 따르면 털과 깃털, 그리고 비늘 세 가지 구조는 파충류와 유사했던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포유류의 털과 조류의 깃털은 ‘플라코드’ 라고 불리는 유사한 원시적 구조로부터 발생합니다. 표피가 국소적으로 두꺼워져 기둥 모양의 세포들이 증식을 늦추고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킵니다. 이런 관찰결과는 여러해 동안 진화생물학자들과 발생생물학자들에게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포유류와 조류는 자매그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파충류 그룹으로부터 진화했습니다. 이전 연구들에 의하면 파충류의 비늘은 해부학적으로 플라코드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조류와 포유류는 진화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플라코드를 ‘발명’ 했으리라는 의미였습니다.
플라코드의 단일한 진화적 기원이 밝혀지다
2015년에 미국 예일 대학의 연구팀이 비늘, 털, 그리고 깃털이 발생 과정에서 분자지표를 공유한다는 것을 보이는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이 결과는 두 학파가 오랫동안 벌여온 논쟁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한쪽은 이러한 분자 특성이 피부부속지들이 공통의 진화적 기원을 가진다는 것을 보인다고 주장했고, 다른쪽은 서로 다른 피부부속지의 발생에 동일한 유전자들이 재사용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UNIGE 유전 및 진화학과와 SIB 에 소속된 니콜라스 디 포이와 미셸 C. 밀린코비치는 파충류의 비늘이 조류와 포유류의 플라코드와 동일한 해부학적, 분자적 지표를 갖추고 발생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오랜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두 명의 과학자는 악어와 뱀, 그리고 도마뱀의 배아 발생과정에서 피부의 형태학적, 분자적 지표를 분석하고 세세히 관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학자들의 연구를 보완하는 새로운 분자 데이터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핵심이 되는 미세해부학적 사실들을 밝혀냈습니다.” 미셸 밀린코비치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파충류에서 털과 깃털의 발생 중에 관찰되는 것과 동일한 분자적 특성 뿐 아니라 포유류 및 조류에서 볼 수 있는 것과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플라코드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세 종류의 피부부속지, 즉 파충류의 비늘, 조류의 깃털, 그리고 포유류의 털이 상동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비록 최종 형태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만 이 모두는 파충류와 비슷한 공통조상의 비늘로부터 진화한 것입니다.”
피부부속지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
연구 과정에서 UNIGE 와 SIB 의 연구자들은 턱수염도마뱀의 세 변종을 조사했습니다. 첫번째 종류는 일반적인 야생 형태입니다. 두번째 종류는 자연적으로 생긴 유전자 변이를 하나 가지고 있어 비늘의 크기가 작습니다. 세번째 종류는 이 유전자 변이를 두 개 가지고 있으며… 비늘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 세 종류의 유전체를 비교함으로써 디 포이와 밀린코비치는 해당 변이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비늘이 없는 도마뱀의 독특한 외모는 인간과 쥐에서 변이가 일어났을 경우 치아, 샘, 손발톱 및 털의 발생에서 상당한 비정상성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엑토디스플라신-A (EDA) 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밀린코비치의 말입니다. 스위스의 연구자들은 포유류나 새에서 EDA 유전자에 유사한 변이가 있을 때 그 영향으로 털이나 깃털의 플라코드가 적절히 발생하지 않는 것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도마뱀에서 EDA 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비늘을 만들어내는 플라코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모든 자료들은 시종일관 비늘, 깃털과 털이 공통의 기원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위스 연구팀, 그리고 세계 각지의 많은 연구자들 앞에 놓인 다음 과제는 피부부속지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하는 기작을 해독해 내는 것입니다. 조상들이 가지고 있던 비늘 덮인 피부에서 비늘, 깃털과 털 등의 서로 다른 형태들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이 부속지들이 어떻게 해서 놀랄만큼 다양한 모양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향후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진화 과정에서 생명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및 분자적 기작의 미세한 지점까지 우리의 이해가 증진될 전망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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