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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야근수당 보고서 (2) 중소기업들, 대책 마련 고심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이 크게 확대되자, 미국의 많은 중소기업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의 골자는 1년 전부터 이미 알려졌고, 기업들에는 앞으로 몇 달간 제도를 정비할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특히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격적인 경영을 해 온 중소기업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데이튼에 있는 이그지빗 컨셉(Exhibit Concepts)은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꾸미는 일을 돕거나 진열을 대신해주는 회사입니다. 100여 명 남짓한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이그지빗 컨셉의 켈리 글래서 회장은 바뀐 규정의 영향을 받지 않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합니다.

“현재 저희 회사의 (근무 시간) 규정은 무척 유연해요.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서 조퇴해야 하거나 본인이 아파서 병원에 잠깐 다녀와야 하면 근무 시간 중이라도 회사에 얘기하고 다녀오면 됩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어차피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은 알아서 다 처리해 주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감 있게 일하도록 배려해주는 거죠. 그런데 근무 시간 중에 정말 일을 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깐깐하게 기록하고 추적하기 시작하면 이런 유연한 원칙도, 분위기도 바뀌겠죠.”

연봉 기준이 23,660달러에서 47,476달러로 오르면서 정해진 급여를 받는 정규직 직원(salaried employees) 수백만 명이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되고, 근무 시간을 꼼꼼하게 챙기면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고용주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직원들의 고용 형태를 정규직이 아니라 시간당 급여를 지급하는 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시간 외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계약직 전환이 어렵다면 새로운 기준 47,476달러보다 연봉이 조금 낮은 직원들의 연봉을 기준 이상으로 올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추가로 야근을 해도 야근 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지지 않게 되니까요. 아니면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을 넘는 이들의 기본 급여를 깎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 외 수당으로 지급하는 급여 인상분만큼 기본급을 깎는다면 인건비는 그대로 유지될 겁니다.

뉴욕에서 덤보 이삿짐센터(Dumbo Moving & Storage)를 세운 CEO 리오르 라흐마니도 새로운 규정에 맞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사업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새로운 기준 연봉이 47,476달러가 되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라흐마니는 직원 185명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를 따져 봤습니다. 185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정규직입니다.

라흐마니는 우선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건 가급적 피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해진 급여를 받을 때 일의 성과도 더 좋은 법이거든요. 근무 시간이 아니라도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을 미루지 않고 처리할 인센티브는 아무래도 정규직에 더 많기 마련이죠.”

덤보 이삿짐센터는 신규 직원을 더 채용해 (근무 시간을 나누어) 기존 직원들의 시간 외 수당 지급을 줄이는 쪽을 택할 것 같다고 라흐마니는 말했습니다. 프리랜서를 쓰거나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창 일감이 몰릴 때 일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으면서도 시간 외 수당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1938년 제정된 공정노동기준법에는 어떤 노동자가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기준이 나와 있습니다. 관리직, 임원, 전문직 혹은 경영직 노동자들은 급여를 받는 봉급 생활자라도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현행 규정대로라면 연봉이 23,660달러, 주급으로 환산했을 때 455달러를 넘으면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연봉 기준은 2004년 개정된 것으로 그때까지는 1975년 제정된 주급 250달러가 기준이었습니다. 경제정책연구소는 1975년 기준을 물가 인상을 고려해 오늘날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연봉 52,000달러가 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노동부는 기준 연봉이 높아지면 노동자 420만 명이 새로이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연구소는 새로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된 노동자에 기존에 권리가 있었지만 이를 잘 챙기지 못하던 노동자를 합하면 노동부의 계산보다 훨씬 많은 1,250만 명이 새로운 규정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250만 명은 미국 정규직 노동자의 23%에 해당합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도시별, 주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임금 체계를 정비하는 등 제도 변화에 맞추는 연습을 지난 몇 년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 확대가 특히 중소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경제 단체인 자영업자 연합(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의 규제 전문가 댄 보쉬는 연방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려면 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시간 외 수당 지급대상은 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시간 외 수당 기준이 곧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중소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인사 컨설팅 업체 스트라트엑스(StratEx)를 창업한 아담 오크스타인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아무도 이번 개정에 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주들은 새로운 규정이 발효되는 12월까지 주어진 기간이 비교적 짧다고 우려합니다. 이그지빗 컨셉의 글래서는 말합니다.

“규정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기준 연봉이) 두 배나 오르는 엄청난 변화치고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는 게 걱정이죠. 최저임금 인상은 대부분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도입됐어요. 그게 반해 이번 시간 외 수당 확대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고요.”

또한, 새로운 기준 연봉은 지역마다 존재하는 특수 환경이나 경제적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똑같습니다. 글래서는 이 점도 지적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딱 하나의 기준이 제시됐는데요, 사실 기준 연봉 하나를 모든 시장, 모든 업계에 적용할 필요는 없어요.”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 가운데 가장 최근에 시행된 2014년 조사를 보면, 오하이오주 데이튼의 중위 가계소득은 46,697달러, 샌프란시스코의 중위 가계소득은 83,222달러입니다.

글래서는 새로운 규정이 노동자들에게 뜻밖의 호재로 작용하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바뀐 규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노동자의 임금도 덩달아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뀐 규정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라고 반드시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정규직 직원들 가운데 자기가 근무 시간 내내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정확히 따지는 걸 반기지 않을 사람이 많아요. 설사 그게 금전적으로는 이득이라도 말이죠.”

중소기업 사업주 3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만타(Manta)의 최고경영자 존 스완시거는 말했습니다. 스완시거는 또 최근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정도는 규정이 바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펌 맥카터 & 잉글리시(McCarter & English)의 대표 변호사 존 쿼크는 기준 연봉보다 급여가 낮은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회사는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야근 등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대체휴가(comp time) 제도도 바뀝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연봉이 47,476달러보다 낮은 직원에게는 대체휴가를 줄 수 없습니다. (즉,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돈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대체휴가 제도가 계속 유지되지만, 민간 사업체는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자에게 대체휴가를 줄 수 없습니다. 이제 그렇게 하면 불법입니다.”

쿼크 변호사의 말입니다. 사용자는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해야 하는지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일한 시간이 40시간을 넘으면 그 시간은 예외 없이 시간 외 근무로 계산되어야 합니다.

작은 기업, 조직은 어떤 노동자가 새 규정의 영향을 받을지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연봉 4만~4만5천 달러 정도를 받으며 일주일에 보통 45~50시간 정도 별문제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겁니다. 회사는 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40시간 이하로) 줄여야 할지, 아니면 급여로 나가는 비용을 아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죠.”

직원들의 연봉이 기준 연봉보다 낮지만,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예측 가능한 회사들은 그냥 아무것도 새로 하지 않는 게 최선책일지 모릅니다. 즉, 이런 회사는 직원들이 정해진 노동시간보다 많이 근무하지만 않도록 하면 됩니다.

스트라트엑스의 오크스테인은 무엇보다 회사들이 근무시간을 철저히 관리해야만 시간 외 수당이란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도 이제 일한 시간을 스스로 꼼꼼히 기록해야 합니다. 회사로서는 직원들이 일주일에 60~70시간씩 무리해서 일하도록 둬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의 임금을 (기준 연봉 이상으로) 올리거나 추가로 사람을 뽑아서 일을 분담시키는 게 좋은 전략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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