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네트워크 과학자이자 데이터 이론가였던 사뮤엘 아베스만은 충격적인 학위논문을 제출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오늘 확실한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언젠가는 사실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의 논문 제목은 “사실의 반감기(The Half-Life of Facts)”로, 오늘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보이는 것들이 다음 주 화요일에는 까맣게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뽀빠이와 시금치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아베스만은 자신의 책에서 뽀빠이가 시금치를 좋아하고 또 특별한 힘을 얻기 위해 시금치를 먹은 이유는 만화의 원작자가 시금치에 철이 특별히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뽀빠이는 1930년대 시금치 소비의 전도사였으며 뽀빠이 한 명 덕분에 미국의 채소 섭취량이 3분의 1만큼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베스만은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는 상식은 이미 예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합니다. 그는 1937년 당시의 과학자들이 이미 시금치 100g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철분인 35mg이 사실 열 배로 뻥튀기된 값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값이 뻥튀기된 이유는, 독일의 화학자 에리히 폰 볼프가 1870년 자신의 공책에 소수점을 잘못 찍었기 때문이며 그 실수 하나가 50년 이상 지속되었다고 말합니다.
영양학자들이 그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뒤였습니다. 아베스만은 시금치-철분 신화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로 “처음 어떤 사실을 듣고 이를 전파하는 것은 쉽지만, 정확한 사실을 찾아 파고드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베스만이 시금치 철분의 소수점 오류를 처음 이야기한 사람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부주의로 시작되어 결국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이 이야기는 1989년 증거기반 회의주의의 고전인 “의학 분야의 오류들(Follies and Fallacies in Medicine”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또한 “수학 분야의 거대한 실수들(Magnificent Mistakes in Mathematics)”, “생명과학에서의 통계 연습(The Practice of Statistics in the Life Sciences)”, 그리고 학술지인 “오류의 결말(The Consequence of Errors)”의 한 기사에도 등장하며,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위의 소수점 오류 이야기조차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 중에 시금치에 철분이 많지 않다는 것과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닙니다. 1870년에 소수점을 잘못 찍은 사람도 없으며 뽀빠이가 시금치를 많이 먹게 한 잘못된 자료도 없습니다. 이 소수점 이야기는 오히려 잘못된 사실이 얼마나 자주 진실의 탈을 쓰고 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 소수점 이야기는 매우 특이한 종류의 도시전설입니다. 그것은 이 이야기를 전파한 사람들이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남의 이야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이 이야기는 회의주의자들에 의해 전파된, 도시전설의 해결에 관한 도시전설입니다. 왜곡된 사실들이 겹겹이 쌓인 러시안 인형처럼, 이 이야기는 우리가 진실을 추구할수록 더 깊은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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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서튼보다 세상에서 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메타-회의주의자일 것입니다. 2010년, 위의 시금치 신화가 거짓임을 처음 발견한 56세의 타고난 탐정인 그는 그때부터 잘못 해결된 도시전설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노팅엄 트렌트대학의 범죄학 교수인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사실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소년일 때 누군가가 BBC의 “Top of the Pops” 방송에 나오는 그가 좋아하는 록스타들은 모두 립싱크를 하고 있으며 어떤 이는 심지어 기타 연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일을 기억합니다. 그는 이 의혹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누군가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지미 페이지가 그저 사기일까? 서튼은 내게 이메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들의 진실성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법대생이던 서튼은 뽀빠이와 시금치의 부풀려진 철분 수치 이야기가 보여주는 “상식”의 위험과 데이터의 중요성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나머지 자신의 논문에 포함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출처를 찾아갈수록 그는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E.C 세가가 그린 모든 뽀빠이 만화를 조사했고, 뽀빠이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서튼은 뽀빠이가 처음 시금치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낸 때가 1931년이라는 사실과 1932년 여름, 만화에 나온 시금치에 관한 설명이 철분과 무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시금치는 비타민 A로 가득 차있어요” 뽀빠이는 말을 잇습니다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고 힘을 주는 성분이죠.” 서튼은 또한 세가가 만화를 그리기 전부터 미국의 시금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었음을 찾아냈습니다.
그럼 그 소수점 이야기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서튼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화학자가 시금치에 든 철분의 양을 과대평가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실수는 실험방법의 문제였을 뿐 데이터를 잘못 기록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1890년대에 이르러 서로 다른 독일 과학자들은 초기의 추정이 몇 배나 높은 값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후속연구를 통해 그 값은 점점 정확해졌고, USDA에 의하면 오늘날 시금치 100g에는 여전히 충분한 양인 2.71mg의 철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연히 이 값은 당시의 값보다 1/10 정도 되는 작은 값이지만, 처음 발견된 값이 지금보다 큰 이유는 실수가 아니라 실험방법의 차이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럼비아 대학의 분석화학자 헨리 클랩 셔먼은 독일의 연구들이 가진 문제점을 찾았습니다. 서튼은 1930년대에 과학자들은 이미 시금치에 포함된 철분 양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 철분들이 모두 신체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반면, 소수점 이야기는 훨씬 나중에 등장했습니다. 서튼에 의하면, 영양학자이자 자신을 도시전설 파괴자로 칭했던 아놀드 벤더가 이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벤더는 1972년 한 강연에서 이 이야기를 다소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처음 꺼냈습니다. 그리고 1981년, 의사였던 테렌스 햄블린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이 이야기를 인용 없이 주말판 칼럼의 형태로 실었습니다. 이 햄블린의 글은 학문적이지도 않았고 출처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다른 모든 이야기의 출처가 되었습니다. (서튼의 연구가 발표된 후 햄블린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아베스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4년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올레 뵤른 레크달은 이 소수점 이야기가 어떻게 학계에서 전파되었는지를 조사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잘못된 인용습관이 문제임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 출처를 찾아보지 않고 대부분 그저 햄블린이 1981년 BMJ 에 실었다는 사실만을 복사했습니다. 또는, 햄블린이 아닌 햄블린을 인용했던 다른 연구를 인용했습니다. 레크달은 이런 느슨한 태도가 소수점 이야기를 “학계의 도시전설”로 만들었다고 썼습니다.
서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일반적인 도시전설이 아니라는 뜻으로 “초도시전설(supermyth)”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곧, 저명한 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후 무엇이든 쉽게 믿는 이들이 이를 “인간이 가진 어떤 사실을 쉽게 믿는 특성을 극복하도록 도우려는” 목적으로, 그리고 회의적 사고를 키워준다는 목적으로 퍼뜨리게 되는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는 이 현상의 까다로움에 빠져들었고, 더 많은 예를 찾아 나섰습니다. “나는 그런 복잡성을 견딜 수 없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파이브서티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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