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블록체인: 수학적으로 완벽한 기술(1/3)

역사적으로 볼 때 기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유대교와 기독교가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수많은 다른 종교를 이기고 살아남은 이유는 이들이 기록된 경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정복자 윌리엄이 만든 잉글랜드의 토지기록인 둠즈데이 북(Domesday Book)은 토지분쟁 해결을 위해 1960년대까지도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기록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이 기술의 영향력도 그만큼 클 것입니다. 그 기술의 이름은 블록체인입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디지털 기록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누구나 그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곧, 이 정보는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 기록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나 회사, 정부가 이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8,000~9,000개의 컴퓨터가 참가하고 있는 분산 네트워크(distributed network)가 이를 보관합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이 네트워크에 참여합니다. 컴퓨터의 주인은 자신의 컴퓨터 자원을 기증함으로써 때로 보상을 받습니다. 당신도 원한다면, 당신의 컴퓨터를 이 네트워크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영원합니다. 누구도 이를 바꿀 수 없습니다. 각각의 컴퓨터에는 이 기록의 사본이 저장돼 있습니다. 기록의 내용을 바꾸려면 분산 네트워크의 모든 컴퓨터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이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기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네트워크에 포함된 모든 컴퓨터 능력의 총합은 전 세계 500위까지의 슈퍼컴퓨터들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큽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가 몇 분마다 이 기록에 추가됩니다. 그러나 이 기록이 승인되려면 네트워크의 모든 컴퓨터가 그 정보가 옳은 것이라는 증명에 동의하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그 작동 방식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완전하게 자동화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은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 회사나 정부가 어떤 기록을 보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록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망할 수 있고, 정부 부처 역시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산 기록 방식에는 특별한 취약점이 없습니다. 때때로 몇몇 컴퓨터가 이상하게 행동할 수 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나머지 모든 컴퓨터에는 사본이 기록되어 있으며, 추가될 새로운 기록이 모두의 승인에 의해서만 동작하는 한, 기록 자체는 항상 안전하게 남습니다.

스스로 성장하며, 오픈-소스 구조를 가진 이 영원한 기록은 아마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자세한 기록일 것입니다. 이 기록의 이름은 블록체인입니다. 디지털 화폐로 알려진 비트코인은 바로 이 기록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폐이며, 블록체인은 단지 대체 화폐의 영역을 넘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왜 그렇게 특별한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미 온라인 계좌에 자신의 돈을 예치해 둡니다. 그 돈은 실제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디지털 화폐입니다.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어딘가에 저장된 기록으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오늘날 미국이 가진 돈 가운데 실제 물리적인 형태의 화폐로 있는 돈은 전체 액수의 약 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디지털입니다. 내가 가진 포인트 카드나 비행기 마일리지도 디지털 화폐입니다. 이들은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를 이용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디지털 화폐도 엄연히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사람들은 그렇게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money)과 현금(cash)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가게에서 초콜릿을 사면서 주인에게 1,000원짜리 지폐를 건넨다면, 이것은 현금 거래입니다. 나는 주인에게 직접 돈을 건넸고, 다른 누구도 이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거래는 직접 일어나며 제3자에게 비용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신용카드로 이를 결제한다면, 그 거래는 다른 종류의 (때로는 하나 이상의) 지급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즉, 중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내가 가진 온라인 계좌에도 적용됩니다. 나는 그 돈을 쓰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통해야만 합니다. 보통 은행이거나, 페이팔, 혹은 신용카드 회사일 것입니다. 포인트를 쓰거나 비행기 마일리지를 쓸 때는 그 포인트 회사, 혹은 항공사를 통해야만 합니다.

1980년대 초기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누군가를 통하지 않고, 두 사람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괴롭힌 문제는 오늘날 “이중 지불(double-spending)”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문제입니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디지털 부호로 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메일로 보낸다면, 당신은 그것을 수백만 명에게 복사해 보낼 수 있습니다. 만약 디지털 화폐를 그런 식으로 쓴다면, 그 화폐는 바로 휴지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중간에 누군가를 두지 않으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프로그래머들은 이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2008년 말, 바로 이 문제의 해결책이 조용히 발표되었습니다. 동시에, 비트코인이 등장했습니다.

2부로

(Aeon)

원문 보기

veritaholic

Recent Posts

외신도 놀란 ‘탄핵 집회 이색 깃발’…’센스 경쟁’이 불러온 뜻밖의 효과

웃을 일이 많지 않은 2024년 12월입니다. 하지만 웃지 못하게 되는 건 곧 우리 안의 인간성을…

13 분 ago

[뉴페@스프] “나 땐 좋았어” 반복하는 트럼프, ‘경제’에 발목 잡히는 해리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2 시간 ago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3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5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6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