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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재반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적을까?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의 비율은 계속 증가했지만, 영재(“gifted”)로 분류되는 학생의 대부분은 여전히 백인과 아시아계입니다. 최근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차이 일부는 교사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영재 학급을 선발하는 기준을 바꾼 플로리다 주의 실험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플로리다 주 브로워드 카운티(Broward County)는 공립학교 구성원의 배경이 매우 다양합니다.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절반 이상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며,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학생도 50%가 넘습니다. 하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재반에 배정된 학생 가운데 흑인, 히스패닉 학생의 비율은 28%에 그쳤습니다.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2005년에 브로워드 카운티는 모든 학생이 영재반에 편성될 자격 조건이 되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을 치르도록 했습니다. 그 전까지 영재반 편성은 교사와 부모의 추천을 통해서 이뤄져 왔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대학의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와 마이애미 대학의 로라 지울리아노(Laura Giuliano)는 이런 정책 변화가 영재반 학생들의 인종 구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시험을 치른 모든 2학년 학생 중 영재로 분류된 히스패닉 학생은 2%에서 6%로 증가했습니다. 흑인 학생들의 경우 그 비율이 1%에서 3%로 증가했습니다. 백인 학생의 경우는 6%에서 8%로 작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새로운 선발 제도가 흑인과 히스패닉 사이에서 영재 어린이를 더 잘 발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재 어린이를 선발하는 데 교사나 부모의 의견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교사나 부모가 재능있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을 영재반에 추천하는 비율이 백인이나 아시아계 학생을 추천하는 비율보다 훨씬 낮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추천하는 비율도 낮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이런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기대치가 낮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혹은 재능있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의 부모가 영재반에 자식을 추천하는 절차를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교사와 부모의 의견에 의존한 영재반 선발 방식은 결과적으로 인종 간 격차를 늘려왔습니다.

영재반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과거에 영재반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은 영재반 운영이 영재반에 선발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브로워드 카운티의 새로운 제도를 통해 선발된 흑인과 히스패닉 영재 학생들은 영재반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 학업 성취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영재반 운영은 영재반 소속이 아닌 다른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브로워드 카운티는 2010년 금융 위기로 인한 재정 문제를 이유로 영재반 선발을 위한 보편적 시험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이후 영재반 인종 구성을 보면, 다시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이 늘어나고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줄어들었습니다. 2012년에 브로워드 카운티는 2005년에 실시했던 제도를 수정해 다시 시행했지만, 결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새로 도입된 제도의 한 가지 문제점은 좀 더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비언어 테스트(nonverbal test)가 언어 능력 테스트로 대체되었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부모와 교사가 영재 선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과거 시행했던 제도와 다른 점입니다. 어떤 부모들은 1천 달러를 주고 개인 교육 컨설턴트를 붙여 자식들이 IQ 테스트를 통과할 때까지 계속해서 ‘모의고사’를 치르도록 합니다. 이는 당연히 중상류층, 주로 백인 학생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많은 연구자가 IQ 테스트가 저소득층이나 유색 인종 학생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교사의 추천과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교사 추천 제도 역시 문제점이 있습니다. 교사의 편견이나 부모의 개입 정도에 따라 어떤 학생이 영재반에 추천되는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할 때, 어떤 사람들은 아예 영재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는 것이 낫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영재 학생과 그렇지 않은 어린이를 나누는 것 자체가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업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서 이들의 성취 자체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능있는 학생을 가려내는 과정이 없어지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전담 과외교사가 붙고, 구몬 수학을 풀며, 방학 때는 컴퓨터 코딩 캠프에 가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오히려 더 뒤처질 수도 있습니다. 저소득층 부모들은 이런 사교육을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로워드 카운티의 실험이 더 중요합니다. 이 실험은 영재 어린이를 가려내는 더 공정한 방법이 있으며 저소득층의 유색 인종 어린이들에게 영재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인종 간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뉴욕타임스)

그림 출처: 뉴욕타임스 (Cameron Cott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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