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세계

서평: 10대 소녀로 살아가기가 여전히 쉽지 않은 이유

셀카 찍는 방법은 누구에게 물어보는게 좋을까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아마 10대 소녀들일겁니다. 이들은 사진이 잘 받는 쪽 얼굴, 날씬해보이는 각도, 팔과 다리 포즈에서부터 셀카 성형 앱까지,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언제나 10대들의 주 관심사였지만,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미국 청소년의 4분의 3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오늘, 10대들은 일상 속에서 생각, 사진 등 모든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즉시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기와 외모까지도 수량화되어서 드러나는 가혹한 현실 가운데, 기술의 발전이 청소년, 특히 10대 여자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책 두 권이 눈길을 끕니다.

저자 낸시 조(Nancy Jo)는 <아메리칸 걸스(American Girls)>에서 10대 소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외모가 지나치게 중시되고, 집단 괴롭힘과 또래 간 경쟁이 과열되는 현실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여성 유명인사들도 종종 남성들의 눈요기감으로 전락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10대 소녀들이 남들의 시선에 초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12개 선진국의 10대 여성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감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언론인 페기 오렌스타인(Peggy Orenstein)은 저서 <소녀와 섹스(Girls & Sex)>에서 오늘날 소녀들이 “자신의 가치를 외모에 한정짓고, 자신의 존재를 남의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신체 부위들의 집합으로 여기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었다고 말합니다. 성적 대상화에 저항했던 과거의 페미니스트들과 달리, 오늘날 많은 10대 소녀들은 성적 대상화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섹시한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감, 나아가 해방감까지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몸은 일부, 즉 남성의 눈에 섹시해보이는 몸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진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 저자는 모두 섹슈얼리티에 대한 소녀들의 생각이 여성의 섹시함에 큰 가치를 두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의 다양한 여성 외모 관련 발언이 그런 분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죠.

“포르노의 영향력 확대” 역시 두 저자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의 원인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포르노에 대한 접근성이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부모는 자녀들, 특히 딸들과 성을 주제로 대화하기를 꺼려하고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청소년들은 포르노를 섹슈얼리티 탐색의 주요 가이드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포르노의 문제는 선정성 뿐이 아니라, 폭력성에 있습니다. 포르노가 드러내는 여성의 성이란 오로지 남성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렌스타인이 인터뷰한 10대 여성들 대부분이 포르노가 만들어낸 또래 남성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14세부터 음모를 면도하고 있으며, 자신의 성적 만족보다 상대의 만족을 더 중시한다고 답한데서 포르노의 영향력이 드러납니다.

딸을 둔 부모들에게 이 책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소녀들의 폭음, 1회성 관계, 오럴섹스, 위험한 섹스팅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으니까요. 현대 사회의 소녀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라나지만, 여성에게만 씌워지는 교묘한 이중 잣대에서 벗어나기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헤픈 여자”와 “고지식하고 내숭떠는 여자”라는 두 시선 사이에서 소녀들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어떤 하나가 부정적이면, 그 반대는 긍정적인 뜻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헤픈 여자’와 ‘내숭떠는 애’는 둘 다 부정적인 의미예요. 뭘 어쩌라는거죠?” 오렌스타인이 인터뷰한 한 10대 소녀의 말입니다. (이코노미스트)

  • 아메리칸 걸스: 소셜미디어와 10대들의 비밀 생활(American Girls: Social Media and the Secret Lives of Teenagers)

낸시 조 세일스(Nancy Jo Sales)지음, 크노프 출판사, 416페이지

  • 소녀와 섹스: 복잡한 새 지형을 탐방하다 (Girls & Sex: Navigating the Complicated New Landscape)

페기 오렌스타인(Peggy Orenstein) 지음, 하퍼 출판사, 320페이지

원문보기

eyesopen1

Recent Posts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4 시간 ago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준 이들로, 기존 공화당원들…

2 일 ago

[뉴페@스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 미국 대선판에 등장한 문건… 정작 묻히고 있는 건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4 일 ago

“뻔한 정답 놓고 고집 부린 결과”… 선거 진 민주당 앞의 갈림길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을…

4 일 ago

[뉴페@스프] 독서의 대가로 돈을 준다고? 중요했던 건 이것과 ‘거리 두기’였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진짜 승자는 트럼프 아닌 이 사람?… 트럼프 2기를 예측해봤습니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트럼프의 승리 요인, 해리스의 패배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와 칼럼이…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