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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다고 비웃음을 사던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가 실현된 과정 되짚어보기

2012년 11월, 뉴욕 맥도날드에서 시간당 8달러를 받으며 일하던 점원 앨터리크 홀(Alterique Hall) 씨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한 최초의 시위에 다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직원 200명과 함께 참여했을 때, 많은 사람은 시간당 15달러가 웬 말이냐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 후 3년 반이 흐른 지금,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손가락질받던 그들의 요구는 미국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2년까지 캘리포니아주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주의회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뉴욕 주지사도 2018년까지 뉴욕시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고 2021년까지는 이를 뉴욕시 근교로 확대하며 뉴욕주 전체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2.5달러로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전국 고용법안 프로젝트의 폴 손(Paul Sonn)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움직이면,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저지주에서는 민주당 주의회 의원들이 최저 임금 15달러 인상안을 공화당 소속 주지사인 크리스 크리스티가 막아서면 이를 선거 이슈로 쟁점화해 유권자들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워싱턴 DC 시장 역시 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코네티컷과 매사추세츠 주의회 역시 이 아이디어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최근의 변화는 특히 미국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계속 약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놀라운 것입니다. 미국 민간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중에서 노동 조합원의 비율은 6.7%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디애나, 미시간, 웨스트버지니아, 그리고 위스콘신주에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이 2011년 이후 잇따라 통과되었습니다.

조지타운의 역사학자인 마이클 카진(Michael Kazin)은 말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친노동자, 친 노동조합 정서가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득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큰 이슈입니다. 오늘날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자는 운동이 가지는 의미는 시민 평등권 운동이 1960년대에 가졌던 의미와 비슷합니다. 피할 수 없는 이슈라는 것이죠. 정치인들, 적어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올바른 역사의 편에 서고 싶어 하죠.”

59%의 미국인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84%, 무당파의 58%, 그리고 심지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32%가 이를 지지합니다.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데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변화한 이유는 트럼프와 샌더스가 이번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확보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즉,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고 소득 불평등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5천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시간당 15달러 이하를 법니다. 많은 미국인은 수백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신 저임금의 서비스 산업 일자리만 생겨난 데 분노합니다. 샌더스 후보는 15달러 최저임금을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후보의 경우는 임금이 너무 높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최저 임금을 12달러로 올리고 만약 주 정부가 15달러로 하고 싶어 하면 이를 허용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최저 임금 인상을 외치며 뉴욕에서 시작된 시위는 현재 150개 이상의 도시로 퍼졌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 시위는 지난 수십 년간 있었던 여러 노동 문제 관련 시위 중 가장 대규모이며 대학생부터 노인 요양병원 간병 보조원에 이르기까지 지지 세력도 다양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시애틀 근교 도시인 시택(SeaTac)에서 최초로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을 통과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패서디나와 같은 도시들에서도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5달러 최저임금 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서비스 노동자 국제 조합의 매리 헨리(Mary Henry) 회장은 말합니다. “실제로 몇몇 도시에서 15달러 최저임금이 통과된 것은 사람들에게 이게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줬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점진적으로 쌓이면서 15달러 최저임금은 사람들의 요구사항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15달러 최저임금이 가능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그걸 빨리 쟁취하는가의 싸움이 됐습니다.” 그녀는 민간기업인 네이션와이드 보험, 페이스북, 그리고 피츠버그의 가장 큰 병원 체인인 UPMC도 15달러 최저임금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두 개의 노동조합이 2021년까지 15달러 최저임금을 채택하는 주민 투표를 준비해 왔습니다. 유권자들이 분열되고 양 진영에서 많은 돈을 쏟아붓는 상황을 우려해서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서둘러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2022년까지 15달러 최저임금을 채택하되, 사업주들에게 적응 기간을 충분히 주자는 것입니다. 26명 이하의 직원을 가진 사업장은 15달러 최저임금 채택을 1년 미룰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만약 캘리포니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주지사는 이 법안 시행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업인들과 몇몇 경제학자들은 15달러 최저임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소상공인 연합회장인 빌 돔프로우스키(Bill Dombrowski)는 말합니다. “15달러 최저임금은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것입니다. 온라인 상거래가 이미 많은 소상공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은 또 다른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셈이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노마크(David Neumark) 교수는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 운동이 가장 덜 숙련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5~10% 정도 줄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번 법안으로 고용주들이 더 빨리 자동화를 도입하는 동시에 생산품 가격 역시 올릴 수밖에 없어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따라서 노동자들이 더 빨리 일자리를 잃게 되리라 예측했습니다. 노마크 교수는 말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도움을 받는 사람의 수가 피해를 받는 사람 수보다 많은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의 마이클 라이쉬(Michael Reich)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그는 몇몇 분야에서는 자동화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효과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미하리라는 겁니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있는 버거킹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으며 일하는 홀리 다이어스(Holly Dias) 씨는 최근 주 정부의 결정을 반기며 말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아기 분유나 기저귀를 살 것인지, 월세를 낼 것인지, 아니면 버스 월 정액권을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던 날이 많습니다. 엄마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다이어스 씨와 그녀의 5개월 된 아들은 정부로부터 식료품 할인 구매권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메디케이드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 제가 정부 보조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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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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