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터에서 종종 부도덕한 일을 종용하는 상사가 있습니다. 2013년 윤리 및 규정 준수 이니셔티브(Ethics & Compliance Initiative: ECI)가 미국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를 보면 노동자의 9%가 상사의 부당한 요구로 인해 그들의 윤리적 믿음과 타협하는 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상사의 부도덕한 행위를 고발한 직원 중 21%는 오히려 직장에서 징계를 받았습니다. 꼼짝달싹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아마 뱀파이어를 퇴치할 때 사용되는 십자가상이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채플힐 캠퍼스(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연구진에 따르면 도덕적인 인용구를 이메일 말미의 서명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상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사기로 얼룩진 성공보다 명예로운 실패를 선택하겠노라(Better to fail with honour than succeed with fraud)”와 같이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내건 서명을 사용하는 직원에게는 상사가 부도덕한 행위를 요구하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겁니다. 비단 이메일 서명뿐만 아니라 책상 위에 올려두는 상징물 또한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뱀파이어 퇴치에 사용되는 십자가상처럼 말이죠.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복합적일 수 있습니다. 상사로서는 도덕적인 신념이 강한 직원에 부도덕한 일을 종용하는 상황이 그저 불편할 수도 있고, 직원이 혹시라도 부도덕한 행위를 지시한 자신을 고발할 수 있기에 꺼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부하 직원이 내세우는 도덕적 믿음, 신념, 가치를 보며 상사가 진심 어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십자가상이 가진 효과는 국가별로 사뭇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메일에 사용되는 도덕적 인용구를 발신자의 진정한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오히려 도덕적 인용구를 내건 사람들을 ‘고결한 척’하는 사람으로 의심한다고 하니 유의해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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